[목멱칼럼]또 다시 나 홀로 질주하는 여당

  • 등록 2021-02-08 오전 6:00:00

    수정 2021-02-08 오전 6:00:00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주목되는 몇 가지 사안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판사 탄핵’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판사 탄핵이 옳다 그르다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논하려는 것은 판사 탄핵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이번 판사 탄핵은 161명의 범여권 의원들에 의해 발의됐다. 판사 탄핵안 의결을 위해서는 재적 의원의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되기 때문에, 판사 탄핵 소추안의 국회통과는 발의 때부터 당연시 되는 분위기였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피해자, 혹은 약자에 대한 동정심이 유난히 많다. 또한 강자의 ‘힘 자랑’에 대한 거부감 역시 유난히 강하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전 장관과 여권으로부터 두들겨 맞을수록 지지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판사 탄핵에서 여당이 또 한 번 ‘단독 질주’를 한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여당에 대한 거부감을 높일 수 있다. 국민들에게 ‘힘 있는 자’의 횡포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들 대다수가 판사 탄핵이 전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보면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일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5.4%가 판사탄핵에 반대하고 있고, 44.3%가 찬성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과 반대가 팽팽한 것이다. 이 여론조사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도층에서는 판사 탄핵 반대가 54.6%, 찬성이 37.1%였다. 선거를 생각하면 중도층으로의 지지층 확대가 절실한데, 중도층은 지금 여당의 행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여당의 단독 질주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그동안 단독 질주로 통과시킨 법안들 대부분이 현재까지 논란이 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또 다시 이런 식의 탄핵 강행은 여당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주지는 않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단독 통과 첫 번째 ‘작품’인 부동산 3법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어떤지는 굳이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두고는 미국 의회에서 인권 관련 청문회까지 열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공수처법도 만들 때부터 삐걱 이더니, 야당이 법에서 보장한 비토권을 행사한다고 또 다시 단독으로 법을 개정했는데, 이렇게 탄생한 공수처가 어느 정도의 균형 감각을 가지고 일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민생까지 매우 어려운 현 상황에서, 판사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상황을 만들고 있는 작금의 여당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선거를 앞둔 지금의 시점에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번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여당 의원들 일부에게 강성 친문 지지층들의 비난이 집중됐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희 국회의원을 헌법 기관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의원들은 독립적 존재라는 뜻이다. 이런 의원들에게, 판사 탄핵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국민들의 거부감을 살 수 있다. 대다수 유권자들은 이들 강경 친문들의 목소리가 너무 크고 호전적이어서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여당에게 또 다른 암초로 등장할 수 있다. 지금 현재 여당 내에서는 합리적 목소리가 공격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진영과 이념 논리가 민생보다 우선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당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반드시 필요한 일은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국민들의 의견이 반으로 나뉘는 사안, 민생과 직결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국회는 합의제로 운영돼야 정상인데, 요새 국회는 다수제 방식으로만 운영돼 걱정이다. 이런 식으로 국회가 운영되면 국회의 존재 의미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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