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소리]뒤늦은 것들

  • 등록 2022-09-10 오후 3:30:00

    수정 2022-09-10 오후 3:3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최근 ‘부채증명서’를 발급받을 일이 있어 어떻게 구해야하는지를 알아보니 무려 ‘팩스’로 일정 서류를 보내주면 ‘팩스’로 부채증명서를 회신해주는 방식이었다. 다른 회사도 그런가 확인해보니 SK텔레콤을 제외한 KT와 LG 유플러스 모두 같은 방식을 쓰고 있었다. 한국에 통신망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들 아니던가. 한 지점에 들러 구비서류를 신청하고 팩스 발신을 부탁했으나, 발신은 가능하지만 수신은 안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기사를 쓰고 있는 시점에서 모바일 팩스라는 신문물을 깨달았지만 당시에는 시간이 촉박해 이를 활용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부채증명서는 실생활에서 자주 떼는 서류가 아니어서 팩스 같은 예전 방식을 고수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SK브로드밴드는 비슷한 서류를 전화통화 이후 메일로 발송해줬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사진=연합뉴스)
2.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 더 있다. 카카오뱅크가 처음 선을 보였을 때 지점을 찾지 않고도 계좌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상대의 계좌번호를 모른 상태에서도 송금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그랬다. 번호 하나를 잘못 눌러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송금을 해야했던 폰뱅킹부터, 수많은 ‘액티브X’ 설치를 요구하던 인터넷뱅킹도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스마트폰에 지문 인식이라는 강화된 보안 기술이 적용됐다고는 하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내놓은 고객 편의성은 일종의 혁신이었다. 다른 상품을 끼워파는 이른바 ‘꺾기’나 수수료 장사 등 후진적인 방법으로 매출을 올리던 느슨해진 기존 은행에 긴장감을 던지는 등장이었다. 우연히 최근에 카카오뱅크 카드와 현대카드를 동시에 수령해 재등록을 해야할 일이 생겼는데 여기서도 차이는 발생했다. 어플에 몇몇 숫자를 나열하는 것만으로 사용이 가능했던 카카오뱅크 카드와 달리 현대카드는 인증서를 거쳐야했다. 이를 피하려면 전화통화가 필요했는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가능했다.

3. 스마트폰 간편결제인 ‘삼성페이’ 덕에 외출 시 실물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은 지가 한참 됐지만 여전히 갖고 다녀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신분증이다. 자주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은근히 신분증을 요구하는 곳이 있고, 신분증이 없을 때 귀찮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부득불 챙길 수밖에 없다. 그나마 두달 전 정부가 운전면허증을 대상으로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본인 신분을 증명할 길이 열렸다. 1992년 미국 IBM사에서 내놓은 ‘사이먼’은 차치하더라도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고 뒤이어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2010년께부터 본격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는데 10년이 더 지나서야 신분증을 스마트폰에 넣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삼성페이가 처음 등장한 2015년을 기준으로 해도 7년이 지났다. 과거 패스 앱을 통해서도 운전면허증을 등록할 수 있었는데 실제 해보니 이를 인정하지 않는 곳이 더 많았다. 모바일 신분증 역시 아직 통용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은행 창구 등에서는 플라스틱 신분증을 요구하고 있다. 모바일 신분증의 첫 대상은 운전면허증으로, 면허증이 없는 성인들은 주민등록증이나 여권까지 확대되는 동안 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4. 상대방의 동의 없이 통화 내용을 녹음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하겠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이 횡령으로 받은 처벌이 10년이고, 생후 29일 된 딸을 학대하다 사망케한 20대 아버지가 받은 형량이 징역 10년이다. 더욱이 법안 발의자가 지난 2016년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에게 했던 ‘막말 욕설’ 녹취가 공개되면서 곤란한 처지에 놓였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어서 논쟁이 뜨겁다. 국민의 3분의2가 이 법안을 반대하자 윤 의원은 부정부패나 갑질·성폭력 사건 등에서의 녹음은 허용하는 수정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윤 의원이 김 전 대표에게 했던 욕설은 허용 범위 안의 녹음일까. 윤 의원은 당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 같은 실언으로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6년만에 ‘통화녹음 금지법’을 들고 나와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한다. 통화 녹음은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갑질, 폭언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어수단이 될 수 있다. 직장 상사가 갑질을 일삼다가 갑자기 상냥하게 대한 통화를 녹음했다면 역시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사회 고발에 있어 통화 녹음이 주는 순기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인격권이나 사생활 침해적 성격이 강한 대화를 공개한 경우 손해배상의 책임을 묻는다. 애플이 애플페이를 들고나온 시점에서 멀쩡한 통화녹음에 불법의 멍에를 씌우는 일은, 누구를 위한 법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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