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수술에 시위·소송까지…美 낙태권 폐기에 대혼란(종합)

즉각 금지vs보호 조치, 州마다 법 달라
낙태권 옹호 협회, 주정부에 소송 제기
MS·디즈니 등 임신중절 지원 방안 발표
서방 각국 지도 “후진적 행보” 비판
  • 등록 2022-06-26 오후 4:02:05

    수정 2022-06-26 오후 4:28:08

[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김윤지 기자] 미국 대법원이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뒤집으면서 미국 사회 내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분열과 갈등도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가다.

2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모인 낙태권 보장을 주장하는 시위대.(사진=AFP)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적어도 9개 주(州)가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다음날인 이날부터 바로 낙태 수술을 금지해 해당 주 병원들이 예정됐던 임신 중절 수술을 취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칸소주에 위치한 한 병원은 당초 지난 24일 17건의 낙태 수술을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모두 진행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과 동시에 자동으로 낙태가 금지되는 ‘트리거(방아쇠) 조항’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다호·노스다코타·텍사스주는 30일 후 ‘트리거’ 조항이 발효되는 등 낙태 규제 주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낙태권 옹호 단체인 구트마허연구소는 50개 주 중 26개 주를 ‘확실한 낙태 금지 시행’ 지역으로 꼽았다. 대부분 낙태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우위인 곳이다.

낙태 규제가 주별로 달라짐에 따라 낙태가 허용되는 주로 이동하는 ‘원정 수술’ 계획을 세우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옐로우해머기금의 로리 버트램 로버츠 전무이사는 “낙태를 위해 다른 주를 방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곳곳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비영리단체 ‘유타의 계획된 부모 협회’(PPAC·Planned Parenthood Action Council)는 유타주 정부의 낙태 금지령이 가족 구성원을 결정하고 남녀 간의 평등할 권리를 포함하는 주 헌법을 위반한다면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해당 단체의 캐리 갤러웨이 회장은 “유타 주민들은 신체, 생명, 개인적인 의학적 결정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법원이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뒤집은 소식을 다룬 뉴욕타임스(NYT) 25일자 1면이다. 낙태 반대론자들(사진 위)과 낙태 반대론자들(사진 아래)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려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보수vs진보, 낙태권 두고 갈라진 미국

캘리포니아·워싱턴·오레곤·미네소타 등 민주당 소속 주지사를 둔 주 정부들은 잇따라 낙태 수술을 보호하는 조치를 내놨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전날인 24일 캘리포니아에서 낙태권을 강화하는 법률(AB1666)에 서명하고, 원정 낙태 희망자를 돕기 위해 1억2500만달러(약 162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법안은 낙태 시술을 하거나 이를 도와준 사람, 낙태 시술을 받은 사람을 상대로 다른 주에서 제기할 소송에 대비해 이들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각각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대법원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대법원의 결정은 우리 직장 내에서, 또 전 세계적으로 우려와 의문을 낳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 정부와 연방정부, 행정부와 사법부 간 뚜렷한 의견 아치를 보여준 것이다.

일부 기업은 직원 또는 직원 가족의 임신 중절 수술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날 CNN방송에 따르면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위중 의료 서비스’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해 낙태와 성전환 의료시술에 대한 이동 경비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미디어기업 월트디즈니도 낙태를 포함한 의료서비스를 위해 다른 주로 이동해야 하는 직원의 비용을 보전하겠다고 했다. 스포츠업체 나이키, 미디어기업 워너브라더스, 투자은행(IB) 골드만 삭스 등도 비슷한 취지의 정책을 발표했다.

국제기구도 비난 목소리, 교황청은 환영

국제 사회까지 찬반 논쟁을 벌일 분위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24일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영연방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여성의 선택권을 지지한다”고 답하면서 “큰 후퇴”라고 표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낙태는 모든 여성의 기본 권리”라고 견해를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낙태권을 잃을 수 있는 수백만 미국 여성들에게 마음을 보낸다”고 비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여성의 권리와 의료 접근을 모두 축소한 것”이라면서 “우려되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황청은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지닌 큰 나라가 낙태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은 전 세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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