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위기, 묘수 필요한 시점

  • 등록 2023-05-21 오후 5:00:00

    수정 2023-05-21 오후 7:43:50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의 합병 막바지 작업에 불안한 기류가 흐른다.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에서도 독과점 우려가 불거졌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7일 중간 심사보고서(SO)를 통해 시장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뜻을 전했고, 18일(현지시각)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양사의 합병을 막는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대한항공 여객기.(사진=대한항공.)
시장 점유율이 높은 두 글로벌 업체의 합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항공사 간의 합병은 더욱 그렇다. 해외 각국을 잇는 노선 운수권과 슬롯(특정 시간대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을 특정 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만큼 독과점 문제가 더 쉽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천과 런던을 오가는 노선과 슬롯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보유하고 있다면, 해당 노선과 슬롯에서만큼은 완전한 독점도 이론상 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경쟁 제한을 우려하는 국가들은 노선과 슬롯의 분배를 조건으로 꺼내 든다. 합병을 승인해줄 테니 갖고 있는 일부 노선을 자국 항공사에 넘기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이게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노선 운수권과 슬롯은 항공사의 재산과도 같다. 한 번 넘어가면 언제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것보다 운수권 양도로 인한 피해가 더 크지는 않은지 잘 따져봐야 한다. 게다가 운수권은 국가의 재산으로도 여겨져 더 골치가 아프다. 여론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으로선 그 어느 때보다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합병 시너지를 충분히 발휘하면서도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또한 지켜야 한다. 어렵지만 꼭 해내야 하는 과제다. 대한항공은 1969년 민영화 이후 지금까지 숱한 위기를 넘기며 세계 10대 항공사 중 하나로 성장하는 저력을 보였다. 그동안 축적해온 경험과 노하우로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길 기대해본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 우승의 짜릿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