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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외교 패러다임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사회학과 교수)은 미·중 정상회담 나흘 뒤인 지난 19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요즘 미국 학계 등 현장에서는 동북아 문제가 인도, 일본, 호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고 한국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재미 석학인 신 소장은 한미 동맹, 남북 관계, 동북아 역사 등 정책 과제를 수행하며 워싱턴 정가에서 지명도가 높은 인사다.
상황이 급박한데도 한국 정부는 여전히 안미경중 기조를 갖고 있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중간 무역 규모가 한미·한일간 무역량을 합친 것보다 크다”며 이같은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애매한 외교 기조 탓에 해외 일선에서 선봉에 선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신 소장은 “해외 사업의 거점을 미국에 해야 할지, 아니면 중국에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부쩍 늘었다”며 “기업들은 답답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 정세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줘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오히려 이를 기업에 떠넘기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예컨대 최근 산업계를 강타한 요소수 대란 역시 본질적으로 ‘차이나 리스크’에서 비롯됐다. 당국 말 한마디에 모든 게 뒤바뀌는 중국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한국 기업들은 여기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그는 그러면서 “차기 정부는 한국 외교안보의 원칙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