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으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막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첫 재판이 오는 13일 열린다. 그는 같은 혐의로 먼저 기소된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규원 검사와 함께 재판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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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선일)는 오는 13일 오후 2시 이 전 비서관 등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공판준비기일은 공판에 앞서 증거 신청 등 심리 방향을 결정하는 절차다. 이를 통해 향후 법정에 출석할 증인 등이 결정된다. 본격적인 심리가 이뤄지는 공판은 이르면 이번 달 내에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공판준비기일은 공판기일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앞서 차 전 본부장과 이 검사는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전 비서관 기소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공판준비기일에도 세 사람 모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에선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한 이 전 비서관의 간략한 입장이 나올 전망이다. 준비 절차에선 변호인을 통해 간략하게 혐의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밝힌다. 앞서 차 전 본부장과 이 검사는 지난 5월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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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비서관 등은 지난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의 태국 방콕 출국을 불법적으로 막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출국 금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던 김 전 차관이 늦은 밤 공항에 나타나 출국을 시도하자 이 전 비서관 등이 허위 서류를 통해 출국을 막았다는 것이 주된 혐의 내용이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는 과정에서 조직적인 불법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확인한 이 전 비서관이 자신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었던 이 검사에게 ‘긴급 출국 금지 요청을 해야 한다’고 전달했다.
‘대검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이 검사의 요구에 이 전 비서관은 상급자였던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연락했다. 이후 조 전 수석이 법무부 및 대검과 관련 논의를 진행했고 이 전 비서관은 “법무부·대검 승인이 났다”고 이 검사에게 연락했다. 이 검사는 이후 23일 새벽 허위 사건 번호를 기재한 출금 요청서를 법무부에 송부했다.
차 전 본부장은 이 같은 허위 출금 요청서를 승인했다. 결국 김 전 차관은 비행기 탑승 직전 출국이 무산됐다. 차 전 본부장은 이 밖에도 김 전 차관의 출국 동향 감시를 위해 김 전 차관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조회한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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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전 본부장 변호인도 지난 5월 첫 재판에서 “심야에 짧은 시간 내 결정 내려야 했던 공무원에게 사후에 정리된 전지전능의 완전무결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그러지 말라는 게 대법 판례”라고 주장했다. 이 검사 변호인은 “봉욱 당시 대검 차장검사의 사전 지시를 받았다”며 “문제가 있었다면 권리 주체는 봉 전 차장검사”라고 주장했다.
피고인들 “적합한 직무” 주장…입증 여부 관건
이에 따라 향후엔 △청와대 개입의 적법성 △봉욱 전 대검 차장 등을 포함한 법무부·대검 승인 여부 △법무부·대검 의사 결정 적법성 △출금 요청서 위법 여부 등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 전 수석과 봉 전 차관 등 주요 인사들의 증인 소환도 줄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전 차관 출국을 막는 과정에서 이 전 비서관 등의 행위가 적합한 직무 범주에 속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전 비서관 등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반박 증거를 얼마나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대전고검장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차관이었던 김 전 차관은 지난 2013년 3월 사업가 윤중천 씨로부터 별장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임명 1주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성접대 등 뇌물 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재수사를 거쳐 지난 2019년 6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6월 “유죄 판단에 결정적이었던 일부 증인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 심리를 다시 하라”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첫 재판은 다음달 2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