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노인을 위한 무임승차는 없다?"…지하철 세대갈등 재점화

신분당선, 만 65세 이상 노인 요금 유료화 추진 중
"교통복지" vs "모두 돈 내야 공정"…세대 갈등 확대
"양보는 미덕" vs "내돈내탄" 자리 양보 두고도 갈등
"우리나라 성장에 기여한 노인층…세대 간 배려 필요"
  • 등록 2021-06-16 오전 11:00:05

    수정 2021-06-17 오전 7:10:59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이제 지하철 요금도 지원 안 해주면 노인들은 어떻게 다니라는 얘깁니까.”

“내 돈 내고 탔는데 돈도 안 내는 노인분들이 자리 양보하라는 게 맞는 건가요?”

최근 신분당선 노인 유료화 추진 정책을 시작으로 지하철 무임승차를 둘러싼 해묵은 세대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노인들은 경제활동이 없는 자신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불만을 표하고 청년층은 미래 세대가 부담을 떠안을 수 없다고 맞받아친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신분당선 노인 유료화 추진 논의…세대 갈등 확산

지난 4일 국토교통부와 신분당선㈜는 현재 무료인 만 65세 이상 노인 요금을 일부 또는 전면 유료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분당선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승객 감소와 경영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분당선은 지난해 영업손실 134억8915만원, 순손실 503억2907만원을 기록했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논란은 잊을 만 하면 계속 불거지는 해묵은 이슈다. 지난 2010년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무료로 지하철 탑승권을 주는 것은 과잉 복지”라고 발언한 뒤 거센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작년 정부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는 내용의 경로우대 제도 개편안을 밝혀 노령층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신분당선은 민자회사이지만 이는 신분당선만의 이슈가 아니다. 신분당선의 조치에 따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서울교통공사(1~8호선) 등 여타 노선도 노인 요금 유료화에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1조6000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조원 손실을 기록한 것에 이어 사상 최대 규모다. 공사는 전체 인력의 약 10%에 해당하는 1539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며 8일 구조조정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하철은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빚을 우려하는 청년층과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교통 복지’를 누릴 수 있는 수단이 막힌 노인층이 충돌하게 된 이유다.

직장인 한모(25)씨는 “경제활동 인구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이미 우리나라는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라며 “노인들이 돈을 안 내고 지하철을 이용하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이 많이 된다”고 토로했다. 나이가 들어도 대중교통 이용료를 꼭 내겠다는 대학생 장모(24)씨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며 “나이가 적든 많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각자의 몫을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퇴직한 이들에게는 단돈 1000~2000원의 교통비도 버겁다. 2년 전 정년퇴직했다는 이모(67)씨는 “요즘 지하철 타고 등산하러 가는 재미로 산다”며 “소득이 없어 지하철 요금을 내고 타야 한다면 부담이 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모(80)씨도 “지하철까지 돈을 내고 타면 어떻게 하냐”며 “노인을 위한 교통수단은 없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신분당역 미금역에서 승객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양보는 원칙이 아냐”…청년-노인 갈등의 축소판 된 지하철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하루 평균 50만명 이상의 경로 우대 고객이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무료로 이용했다. 최근 5년간 경로·장애·유공자 등 무임승객 중 ‘경로’에 해당하는 비율이 약 80%로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이들은 대부분 노인층이었다.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은 ‘자리 양보’ 갈등으로도 비화하고 있다. ‘양보가 미덕’이라는 노인들의 입장과, 돈도 안 내는데 돈을 내고 탄 사람에게 자리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젊은이들의 주장이 충돌한다.

윤모(70)씨는 “옛날부터 양보는 원칙인데 요즘 사람들 열에 일곱은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모(78)씨도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눈치를 줘도 (청년들이) 꿈쩍하지 않는다”며 “과거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생 박모(23)씨는 “양보를 권리라고 생각하는 일부 어르신들의 태도에 화가 난 적이 있다”며 “이미 양보하기 위해 일어나고 있었는데 비키라며 손짓하는 분들을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0)씨도 “내 돈 내고 당당히 탄 지하철”이라며 “양보를 자주 하지만, 그건 오로지 내 선택이지 누군가로부터 강요받은 행동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무임승차를 둘러싼 세대 갈등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상호 간의 이해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임승차는 이동량이 적은 노인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을 수 있다”며 “청년층들이 우리나라의 성장을 위해 애쓰신 어르신들의 희생을 좀 더 알아주고, 어르신들도 무작정 양보를 강요하지 않는다면 세대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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