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찾는 매카시 美하원의장…"中반발, 예상보다 약할듯"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케빈 매카시 미국 연방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중국이 이전만큼 강경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최근 중국의 외교 기조가 미국과의 전면 대결을 피하는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케빈 매카시 미국 연방하원 의장.(사진=AFP)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매카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중국 본토의 군사적 대응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지만 직전 의장인 낸시 펠로시가 대만을 찾을 때보다는 온건할 것”이라고 25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앞서 미국 정치전문 매체 펀치볼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매카시 의장의 연말 대만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매카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실현된다면 미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2년 연속 대만을 찾는 셈이다.

직전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는 재임 중이던 지난해 대만을 찾아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회담했다. 당시 중국은 대만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훈련을 벌이며 시위했다. 대만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중국 입장에선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실질적 정부로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반발이 예상되지만 그 수위는 전보다 낮을 것이란 게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예비역 대령인 웨강은 “중국은 분명 군사적으로 보복할 것”이라면서도 “펠로시가 방문했을 때보다는 수위가 절반 미만 수준일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이러한 판단이 나오게 된 것은 양국 모두 정면 대결을 피하고 싶어하는 데다, 최근 분위기 역시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다음 달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찾을 계획이다. 미·중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중도 논의하고 있다. 직전 주미 대사를 지낸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일 “더 나은 중·미 관계를 위해 긴밀한 업무를 이어가기를 기대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딜런 로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매카시의 (대만) 방문이 (중국에) 짜증나고 외교적 대화에 차질을 만들 수 있지만 심각한 위험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중국과 미국 모두 갈등 수위를 낮추고 싶어한다. 그것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제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 소속인 펠로시 전 의장이 방문했을 때는 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간주됐지만, 매카시 의장은 민주당과 대립하고 있는 공화당 소속이어서 중국의 대응 기조도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SCMP는 전문가를 인용해 “매카시가 백악관 특사가 아닌 야당 대표라는 점이 중국의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매카시 의장이 미 의회 내 대표적인 대중(對中) 강경파라는 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는 이달 의장에 선출되자마자 ‘미·중 전략 경쟁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중국에 대한 투자 금지, 군사적 억지, 중국공산당의 미국 내 활동 조사 등이 매카시 의장이 밝힌 위원회의 목적이다.

그는 지난달 미·중 전략 경쟁 특위 구상을 담은 성명을 내며 “특위는 대만의 자위권을 지지할 수 있는 비상상황을 규정하고 다른 인도·태평양 동맹국과의 관계를 증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