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할 이유도 없고, 명분도 없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발표한 부동산 관련 위법 의혹 명단에 이름을 올린 더불어민주당 소속 모 의원의 말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이 불거진 소속 의원 12명 전원에게 ‘자진탈당’(비례대표 윤미향·양이원영 출당)을 권유한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다. 당 지도부가 “의혹이 해명되면 복당시키겠다”고 회유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개인적인 명예 뿐만 아니라 ‘정치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판단 탓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이 불거진 소속 의원 12명 전원에게 ‘자진탈당’(비례대표 윤미향·양이원영 출당)을 권유한 것을 놓고 계속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탈당 대상인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 지도부 역시 탈당을 강제할 명분이 없어 당분간 왈가왈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탈당 권유’라는 초유의 카드를 꺼낸 송 대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4·7재보궐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인 부동산 민심을 잠재우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송 대표는 의혹이 불거진 의원들을 향해 “한두 달 정도의 고통은 우리당을 위해 감수해야 한다. ‘선당후사’로 수용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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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처분” vs “옳은 결정”… 의견 갈려
노원구가 지역구인 우원식·김성환 의원은 김한정 의원이 남양주 땅을 구입한 후 지하철 4호선 개통을 서둘렀다는 보도와 관련해 “김 의원의 의정활동이 자신의 땅과 관련한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건 정황과 맞지 않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관련 사업이 김 의원의 땅 구입 시점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승인돼 착공됐다며 “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활동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당 지도부의 ‘탈당권유’와 관련된 의견은 내지 않았으나 김 의원과 관련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데 힘을 실어준 것이다.
반면에 이해식 의원은 SNS에 “권익위 조사에 근거해 12명의 의원들을 과감하게 탈당 및 출당 조치를 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당 지도부의 판단에 동의했다. 그는 “‘선당후사’라고 하는 공적 기준이 강력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며 억울한 의원들이 많을수록, 정도가 클수록 그러한 공적 판단과 실천은 더 높이 평가된다”면서도 “당사자 의원님들께는 정말 미안한 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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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제국인가” “의원직 사퇴” “차라리 징계하라”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의 반발은 진행형이다. 당지도부를 향한 다소 거친 발언도 눈에 띈다.
김한정 의원은 “야당 압박용 불쏘시개 혹은 희생양 비슷하게 상황이 몰렸다”며 당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했다. 그는 민주당을 ‘잉카제국’에 비유하며 “국회의원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명예와 인권이 있는데 재물 비슷하게(희생시키고) 고육지책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겠나”라 말했다.
김회재 의원은 권익위의 조사가 부실하다며 “의혹이 사실이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권익위로부터 명의신탁 의혹이 제기된 김 의원은 “권익위에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아파트 근저당 설정 해지전)조사내용을 기반하여 명의신탁 의혹이라 했다”며 “잠실집을 모르는 사람에게 팔았는데 권익위에서는 ‘집을 판 게 아니다’라고 보고 있어 황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오영훈 의원은 당 지도부가 소명기회를 주지 않는 데에 불만을 표시했다. ‘탈당 권유’가 아니라 징계 절차를 받는 게 낫다는 의견도 냈다. 오 의원은 “의혹을 제기했다면 이의신청을 받아주거나 소명할 기회를 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의혹이 있고 국민이 기대하는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정책적, 정무적 판단이 있을 수 있으나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부분에는 디테일한 접근이 있었어야 했다”고 항변했다.
“탈당 조치는 주홍글씨”… 반발하는 이유
이번 ‘탈당 권유’ 조치가 다음 선거에서 상대진영에 무기로 활용될 수 있는 것도 이유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당지도부가 의혹이 해소된 후 복당을 약속하긴 했으나 권익위 발표만으로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며 “부동산 민심을 다잡기 위한 ‘극약 처방’으로 볼 수 있으나 당사자는 반론의 기회도 부여받지 못한 채 ‘부동산 비리 국회의원’이라는 딱지가 붙는 것에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