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방한 중인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1일 한일 북핵 수석대표와 만나 머리를 맞댄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북핵문제를 총괄하는 한미일 3국 수장이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바이든 정부를 향해 “대화와 대결을 모두 준비하겠다”고 메시지를 내놓은 직후라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이목이 집중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성 김 대표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미일 3자 간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갖는다. 아울러 한미, 한일 수석대표 간 양자 협의도 각각 진행한다. 김 대표는 부시 행정부부터 버락 오바마, 트럼프 전 행정부까지 대북외교에 깊이 관여해온 자타 공인 북핵통이다. 서울 태생으로 1970년대 중반 부친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했다.
| 미국의 북핵 협상을 총괄하는 성 김 대북특별대표가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대표 임명 후 첫 방한한 김 대표는 주말에 개인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는 2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한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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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담에선 한미일 3국이 한반도 정세에 대해 상호 간 의견을 교환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과 대화 재개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성 김 대표는 전날 입국하면서 “한국 정부의 노 수석대표, 일본의 후나코시 수석대표와 생산적인 만남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18일 ‘대화’와 ‘대결’을 동시에 꺼내든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바이든 정부 출범 후 김 위원장이 처음 내놓은 대미 메시지로 김 대표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4박5일 일정으로 방한 중인 김 대표는 22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만난 뒤 23일 이른 시간에 한국을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성 김 대표가 내놓을 대북 메시지 수위다.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인도주의적 측면의 접근법에 무게를 둘 가능성을 점친다. 미 국무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김 대표가 시민 사회 관계자와 만난다고 밝혀 대북 인도주의 협력 논의가 구체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미가 현재 살피는 분야는 백신 및 식량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이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21일 공식 일정을 시작하면서도 이틀 먼저 방문한 점을 들어 북한과 물밑 접촉에 나설 여지가 있다고 바라본다. 성 김 대표의 방한 일정 조율과정에서도 북측의 전원회의 일정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5일 미리 전원회의를 이달 상순 개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성 김 방한을 바로 앞두고 북한이 대미 발언을 내놓은 점을 고려할 때 공을 미국에 넘긴 것”이라며 “성김이 향후 어떤 대북 메시지를 보내는가에 따라 북미대화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