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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신 정치`가 못 마땅했던 민주당은 대선 레이스 내내 “백선을 선거 도구로 삼지 말라”며 경고했지만, 정작 자신들이 낸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마자 입장을 180도 바꿔 “백신 접종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며 되레 조바심을 냈다.
비슷한 시기였던 지난 9월 국회에 출석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 국민의 60%까지 접종할 수 있는 백신 물량을 확보하는 중”이라며 “국민 절반 이상이 백신을 맞는 나라는 없으며, 이는 의학적으로 더 논쟁할 필요도 없다”며 노파심을 드러낸 의원들에 일침을 놨다. 더구나 몇몇 백신업체들이 성공적 임상 3상 결과를 내놓고 여러 국가들이 백신 확보 전쟁에 나선 11월에도 박 장관은 “백신회사들이 (오히려 우리더러) 빨리 계약을 맺자고 한다”며 백신 확보에서 결코 불리한 상황에 있지 않다며 여유를 보였다.
언제는 `백신 확보의 책임자는 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청장`이라더니 이젠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글로벌 제약사 최고경영자(CEO)와 통화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백신 확보전에 직접 뛰어 들었다.
사실 `전 국민의 60%만 백신을 맞으면 된다`는 박능후 장관의 소신이나 `백신 확보 책임은 복지부와 질병청이다`는 청와대의 해석은 충분히 타당했다. 청와대도, 여당도 그 판단을 지지했다면, 불안해하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반발하는 국민을 설득함으로써 관료와 전문가들이 소신있게 `백신 정책`을 견지해 나갈 수 있도록 바람막이가 돼줬어야 했다.
국민들이 느끼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와 이를 잠재울 백신에 대한 기대를 자꾸만 정치적 이해득실로 따져 보는 정치인들의 셈법 탓에 우리의 `백신 정책`은 설 땅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 서둘러 백신 접종을 시작한 해외에서는 접종에 따른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려워하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백신을 맞도록 유도할 것인지, 맞겠다는 국민들에게는 누구부터 어떤 순서로 접종을 하게 할 것인지 설득하고 합의하는 일이 오히려 정치의 몫이다. 미국에서 보듯이, 섣불리 백신 정책의 영역에 끼어든 정치가 이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지 심히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