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앞으로 세계적인 대유행병이 갈수록 빈발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일치된 예언은 이번 코로나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여기에 안주하면 제2, 제3의 코로나 대유행은 피할수 없는 인류의 운명이 될 것이라는 것을 교시한다.
무엇보다 이번 코로나 대유행병은 방역은 아무리 철저하게 실행하더라도 임시방편일 뿐이며 오로지 백신만이 해결책이라는 진실을 여실하게 보여줬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까지 개발에 성공한 코로나 백신들 모두 남의 손으로 일궈낸 것들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풀어야 할 중차대한 숙제를 남기고 있다. 바로 ‘백신주권’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나마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등 국내 5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백신개발에 매달리고 있어 희망을 주고 있다. 이들 국내 제약사는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이미 코로나 백신개발에 성공한 다국적 제약사들에 비하면 기술력이나 자본력등에서 비교조차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형편에 처해있다.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는데는 최소 수천억원에서 조단위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세계적 제약사인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도 미국 정부등으로부터 백신개발에 수조원씩 선구매방식으로 지원을 받은게 신속한 백신개발로 이어졌다. 아직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지 못한 국내 제약사들 역시 이런 막대한 규모의 개발비를 자체 충당할 여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코로나 백신 개발에 나선 제약사마다 틈날때마다 정부의 전폭적인 개발자금 지원이 가장 절실하다고 한 목소리로 읍소하는 배경이다.
그야말로 코로나 백신 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사들은 현재 예외없이 전쟁터에서 총탄이 떨어져가고 있는 형국이라는 게 업계의 절박한 하소연이다. 이는 우리가 염원하는 백신주권이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강너머 불구경’하는 입장을 고수, 백신개발업체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끝까지 지원해 백신주권을 반드시 확보해 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약속만 철석같이 믿어 왔던 백신 개발업체들은 이제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가 통치권자와 정부의 전폭적인 백신개발지원은 ‘말뿐인 허울좋은 정책’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식약처장을 비롯한 정부부처 관계자들과 국내 백신개발기업 CEO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도 정부는 “임상시험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면 백신개발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백신개발업체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구두선에 그친 정부 정책으로 이번에 국내 제약사들이 백신주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앞으로 빈발할 대유행병에 맞서 누가 정부를 믿고 백신개발에 과감하게 뛰어들겠는가. 정부는 지금 책상머리에서 주판알만 튕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부가 진정 백신주권을 원하는지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업계의 불만을 되새겨 들어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