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 돌파' 환율 쇼크에 시름 깊어지는 산업계

원·달러 환율 약 13년 만에 1400원 넘어
항공, 외화평가손실에 해외 여행 위축 우려
'태풍 침수피해' 철강, 고환율에 비용 상승 압박 가중
  • 등록 2022-09-22 오후 3:08:55

    수정 2022-09-22 오후 3:09:44

[이데일리 신민준 박민 기자] “올해 들어 하늘길이 조금씩 열리면서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수준의 노선 운항 회복을 기대했는데 환율 폭등에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항공사 관계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는 환율 쇼크에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업계는 고정비 증가 부담뿐만 아니라 여행수요 위축도 우려하고 있다. 태풍 힌남로로 인한 침수 피해를 입은 철강업계는 수급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고환율에 따른 비용 상승 압박이 더욱 커졌다. 고환율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과거의 통념도 깨진 만큼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가뜩이나 적자를 기록 중인 무역수지도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등 ‘매파(금리인상 선호)’ 기조를 이어가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돌파한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항공, 유류비 등 결제 통화 다변화 등으로 대응

22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9원 오른 1401.1원에 출발한 뒤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31일(1422.0원) 이후 약 13년 만에 처음이다.

국내선에 이어 국제선 운항을 늘리고 있는 항공사들은 환율 상승에 운항 정상화의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등을 대부분의 고정비용을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사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지출이 늘어난다. 아울러 항공사들은 외화평가손익도 발생해 재무구조도 악화된다.

항공업계 1위인 대한항공(003490)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 순외화부채가 약 35억달러(약 4조7200억원)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35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284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원·달러 환율 5% 상승 시 약 140억원 가량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해외여행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전체 해외여행 경비가 증가하는 등 부담이 커져 여행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고환율에 결제 통화 다변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례로 대한항공은 환율변동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원화 고정금리 차입 확대를 추진하고 원화와 엔화 등으로의 차입 통화를 다변화해 달러화 차입금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철강 “고환율 방어위해 해외 판매 비중 줄여야”

철강업계도 상황은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통상 철강업계는 철강재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 원재료를 구매하는 방식의 ‘내추럴 헤지’로 환율 변동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철강재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고환율 방어수단인 ‘해외 판매 비중’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로 가동 차질을 빚고 있는 포항제철소는 국내 조강(제강공정에서 나온 강철 덩어리) 생산량의 35%를 담당하는 곳이다. 현재 복구 작업이 한창으로 핵심설비인 고로(용광로)는 정상가동에 들어갔지만 일부 후공정은 여전히 가동 중단 상태다. 포스코 측은 완전 정상화까지는 3개월 가량 소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판매 물량도 국내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고환율 리스크가 더 커졌다.

철강업재 수급난 차질에 환율 방어까지 무뎌지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철강재 가격이 크게 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포스코와 함께 국내 철강산업의 양대 축을 맡고 있는 현대제철도 최근 노동조합의 파업이 예고되면서 만약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철강재 수급난과 함께 가격 인상 압박은 더욱 커진다. 이럴 경우 결국 자동차와 조선소, 건설업계 등 전·후방 산업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석유화학사들 또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기초 원료로 쓰이는 납사(나프타)의 수입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원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는 각종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쓰여 ‘산업의 쌀’로 불린다. 석유화학사들은 나프타를 해외에서 수입해와 이를 열분해(NCC)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벤젠 등의 기초유분을 생산·판매한다. 또 이를 이용해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합성섬유 등의 제품도 제조한다.

국내 화학사 대부분 나프타 수입 비중이 큰 만큼 환율 상승은 결국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글로벌 석유화학 시설 증설로 범용성 석유화학 제품은 공급은 늘고 있지만,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는 둔화세를 보이면서 실적 악화를 더욱 부추기는 분위기다.

화학사 관계자는 “수익 방어를 위해 나프타를 대체할 연료로 액화석유가스(LPG) 사용 비중을 늘리고,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사업 다각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외환시장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 원달러 환율이 올해 1400원~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와 반도체, 배터리업계는 환율 상승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미국에 대규모 신규 투자를 앞두고 있어 비용 부담이 커졌다”며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이 무조건 유리하다는 것은 옛말이다.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째 적자를 기록 중인 만큼 환율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행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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