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현지시간) CNBC가 주최한 ‘이볼브 컨퍼런스’에 참석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투자가 해외에서 칩을 생산하는 퀄컴의 향후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미국 기업들이 향후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다”고 밝혔다.
아몬 CEO는 “미국의 진정한 기술 기업인 인텔과 퀄컴은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투자를 단행했고, 선진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해왔다”며 “미국 반도체 제조가 온쇼어링(on-shoring)으로 훨씬 더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게돼 매우 기쁘다”며 미국 기업들 간의 연구개발 협력에 대해 강조했다.
온쇼어링은 자국 제조 기반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세계 반도체의 80~90%가 아시아에서 생산되고 있는 점을 들어 자국 반도체 제조 기반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앞서 지난 3월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200억달러(약 22조43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곳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파운드리 ‘TSMC-삼성-인텔’ 3강 체제 재편…인텔, 美 정부 지원으로 격차 좁힐 듯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시장이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의 3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퀄컴은 TSMC와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업체에 통신 반도체 생산을 나눠 맡기고 있다. 아직까지 인텔은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생산에도 애를 먹고 있지만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과 함게 조만간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범진욱 반도체공학회장은 “인텔이 7나노미터 공정 개발을 빨리 하게 되면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며 “미국 정부가 반도체에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이다. 삼성 입장에선 큰 경쟁자들이 많이 늘어나면 좋지 않은 조짐이다”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후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제조업의 공급망 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론 와이든 상원 금융위원장과 마크워너 의원, 마이크 크레이포 의원 등은 반도체 제조업 투자에 25%의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의했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현재 미국의 분위기는 반도체 생산 팹을 미국 안에서 돌리겠다는 것인데, 인텔과 퀄컴의 협력은 이 시책에 부응하는 셈”이라며 “삼성에 불리한 소식이다. 삼성에게 퀄컴은 파운드리 비즈니스의 큰 고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