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A씨는 최근 중고거래 앱을 통해 스마트폰을 판매했다가 경찰에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A씨에게 돈을 입금한 B씨가 물건을 받지 못해 신고를 한 것이다. 알고보니 A씨와 B씨 모두 피해자였다. 사기꾼이 A씨와 B씨에게 각각 구매자와 판매자로 접근해서 중간에 물건을 가로챈 것이다. A씨는 계좌거래 도용 혐의, B씨는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이 사례는 최근 중고거래 앱에서 악용되는 ‘삼자거래 사기’의 한 방식이다. 삼자거래 사기는 안전계좌를 활용하더라도 막을 수 없어서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 (그래픽=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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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온라인, 모바일, 소셜커머스 등 전자상거래 사기로 인한 상담건수는 작년 19만 4549건으로 전년(18만 5059건) 대비 5% 증가했다. 2018년(16만 5909건)에 비해서는 무려 17%나 늘었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헬로마켓 등 중고거래 앱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피해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삼자거래 사기의 타깃이 되는 스마트폰이나 온라인상품권 등 고가물품 피해 사례는 크게 증가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작년 전자상품권 등의 피해 상담건수는 2307건으로 2년 전인 2018년(1486건) 대비 55%나 늘었다.
중고거래 플랫폼 업계는 계좌이체 등을 활용한 사기 거래는 시스템에서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안전결제에 사용되는 에스크로 계좌도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삼자거래는 사기꾼에 속은 소비자 간의 거래 방식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사기를 막기 위해 직거래나 안전페이를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당근마켓은 직거래, 번개장터와 헬로마켓은 페이 결제 등을 사용하라고 추천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삼자사기는 안전결제를 하더라도 판매자에게 돈이 입금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한다”며 “가급적 구매자가 직거래에 나설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커뮤니티형 중고거래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이에 직거래를 통해 물건을 확인하고 입금하는 방식을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 (이미지=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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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번개장터나 헬로마켓은 페이 결제 방식을 사용하면 대부분 사기거래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페이 거래는 중간에 플랫폼이 개입해서 돈을 맡기고, 이 과정에 계좌번호와 연락처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다만 구매금액의 일정금액이 수수료로 발생해 사용률이 낮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번개톡을 통한 거래 과정에 의심되는 행위가 감지되면 구매자에게 주의 메시지를 보내며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헬로마켓 관계자는 “헬로마켓은 본인인증 계좌를 확인하고, 연락처 등과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등 가입 절차가 업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며 “허들이 높은 만큼 사용자가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대리인증(위치)을 활용한 사기 거래도 새로운 사기 유형이다. 당근마켓은 위치기반으로 거주지역 근처에서만 인증을 하고 거래할 수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자신과 거주지역이 다른 사람과 거래를 위해 모르는 사람에게 대리인증을 부탁하기도 한다. 이를 악용한 사기꾼들은 불법적으로 탈취한 아이디를 사기거래에 사용한다. 사기거래에는 매너온도 등이 높은 당근마켓 우수 이용자의 아이디가 주로 쓰인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대리인증은 범죄 행위라고 소비자들에게 메시지 등을 보내며 강력하게 공지하고 있다”며 “사기거래를 막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