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차랑용 반도체·부품 자립화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정부가 공급 부족 사태에 관심을 가지는 점은 환영하지만 정책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도 적잖다.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지난 4일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발족식을 개최하고 국내 자동차와 반도체 기업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국제협력 △수입통관 긴급지원 △차랑용 반도체 성능·인증을 지원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수요기업(완성차사, 모듈·부품사) △공급기업(팹리스, 파운드리, 종합반도체사) △간사(자동차연구원, 자동차산업협회, 반도체산업협회) 등으로 구성된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를 구성해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부품 자립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지원 △차랑용 반도체 성능·인증 지원 △차랑용 반도체 신뢰성·인증 인프라 구축 등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를 업계와 함께 해결하려고 나선 점은 너무 감사하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정책은 반도체보다 완성차업계의 부품 공급 부족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부품 자립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차랑용 반도체의 경우 네덜란드의 NXP와 독일 인피니언 등 해외 기업들이 설계와 생산을 주도하고 있어서 국내 생태계 조성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또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반도체 등과 비교해 안정성 등에 신경을 써야 해 제조·품질관리가 까다로운데다 제품 양산에도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부족하다고 해서 당장 생산라인을 증설할 수 없다”며 “생산라인을 하나 새로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당장 수급에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량은 한번 사면 보통 5년에서 10년을 쓴다. 스마트폰은 2~3년을 쓰는 만큼 사용 주기가 다르다”며 “차량은 또 계속 부품을 생산해놔야 하는 특성이 있어서 공정에 변화를 주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반도체 생산 라인 한정적, 주력분야 잘 판단해야”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차랑용 반도체가 다른 반도체에 비해 수익성도 높지 않다. 미세공정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국내 반도체 산업 특성에 비춰봤을 때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차랑용 반도체를 위해 생산라인을 전환하면 다른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현재 반도체 생산라인이 한정적인 만큼 주력해야 할 분야를 잘 판단해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