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조어대를 들어가는 순간까지 현장의 일부 기자들은 “혹시 깜짝 손님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래도 명색이 수교 30주년인데 외교부장(장관)만 참석할까 하는 의문에서였다. 깜짝 손님이 오면 현장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도 했지만 결국 기우에 그쳤다.
행사에는 그 흔한 케이크 커팅식도 없었다. 행사 초안에는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간 한국에서 열리는 리셉션에서는 케이크 커팅식은 물론 수교둥이(1992년생)들의 건배행사도 진행됐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중국 행사장에선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자리를 이동하지 말아달라”는 안내 멘트까지 나오며 냉랭한 분위기였다. 10년 전 베이징에서 열린 수교 20주년 행사에는 차기 지도자로 사실상 내정됐던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이 깜짝 참석했던 것과 대조되어 어쩐지 더 씁쓸했다.
베이징에 거주 중인 한 교민은 “베이징 어디서도 수교 30주년을 느끼지 못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공식 행사가 축소됐다고 하지만 한인타운 왕징은 물론 심지어 대사관에도 플래카드 하나 없었다”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양국 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 정상 간의 만남도 요원한 상황이다.
한중 관계는 30주년을 맞아 미·중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안보·경제 분야 발전의 기로에 놓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박진 한국 외교장관의 ‘화이부동(和而不同·다음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룬다)’이란 언급에 ‘군자신이성(君子信以成·군자는 믿음으로써 이룬다)’이란 말로 화답했다. 양국은 분명히 다른 점이 많지만 또 함께해서 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두 장관의 말처럼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신뢰와 협력을 구축하는 관계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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