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기획재정부 예산집행지침 중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는 비목(費目)으로 분류되면서 국가정보원, 법무부, 경찰은 물론 청와대와 국회에까지 한 해 1조원 가까이 제공되는 돈이다. 특히 현금 집행비율이 높고 지출 증빙도 생략할 수 있도록 해 권력기관들의 `쌈짓돈` 또는 `눈먼 돈`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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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활비를 배정하는 기재부를 책임지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특활비 예산을 40% 이상 줄였다”고 했지만, 실상은 국정원을 포함한 특활비 규모는 오히려 늘어났다. 그뿐 아니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제기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의혹처럼 그 부적절한 사용을 두고도 시시때때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건 해당 기관장 조차도 특활비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검찰총장이 이 돈을 제 주머닛돈 마냥 쓰고 있고 개인적 친소관계에 따라 임의로 각 지검에 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사전에 상급기관으로서의 감찰권을 활용해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채 국회에 나와 폭로성 발언만 내놨다.
더구나 추 장관은 자신이 데리고 있는 검찰국장이 대검에서 특활비를 다시 받아와 직원들에게 나눠 준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국민 혈세로 충당하는 특활비가 제대로 쓰이는지 알 길은 막막한 셈이다. 그러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큰 마음 먹고 직접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방문하고도 충분한 자료를 받지 못해 여·야가 엇갈린 검증 결과를 얘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같은 특활비 유용 또는 부적절한 사용에 관한 한 청와대와 국회, 국정원, 경찰 등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권력기관들의 장(長)이 특활비를 허투루 쓰거나 자신의 지위나 이해관계를 위해 유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들 어떤 국민이 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
이전 정부의 대통령과 대법원장 등이 특활비 문제로 실형을 받는 모습을 지켜본 건 물론이고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쏠린 힘을 빼고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는 확고한 개혁 의지를 가진 문재인 정부 하에서 재연되는 특활비 논란은 그래서 더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