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I반도체 설계회사 및 전장업체 등을 중심으로 M&A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기자들과 만나 “혼자 가기보단 M&A가 빠르다면 택할 것이고 부품과 완제품(세트) 양쪽 분야 모두 M&A 가능성을 크게 열고 (대상을) 상당히 많이 보고 있다”면서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는 2016년 이후 사실상 전무하다. 당시 삼성전자는 신성장 분야인 전장사업을 본격화하고 오디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에 하만을 사들였지만 이후 별다른 M&A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신산업 중심으로 M&A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했고, 이후 지난해 8월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직후 3년간 240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할 당시 등 기회가 닿을 때마다 대규모 M&A를 지속적으로 암시해왔다.
AI 실행에 최적화된 AI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는 최우선 M&A 대상으로 꼽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AI 반도체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184억달러(약 21조원)에서 약 10년 뒤인 2030년 6배 성장해 총 1179억달러(약 1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I반도체가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8%에서 2030년 31%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AI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설계 실적이 뒤떨어져 있는 만큼 AI반도체 설계업체 인수를 통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최기창 서울대 SNU공학컨설팅센터 교수는 “가전에 탑재할 수 있는 지능형반도체(AI) 관련 M&A를 추진할 수 있다”면서 “포화상태인 가전시장에서 제품 기능을 차별하려면 AI반도체를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장업체 인수도 유력한 시나리오다. 자동차가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이동하는 전자장치로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하만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M&A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도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분야 매출을 늘리기 위해 AI반도체, 차량용반도체 시장에 보다 힘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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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력한 M&A 대상으로 거론됐던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NXP는 M&A 후보군에서 탈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4년 필립스 반도체 사업부문이 분사해 세운 이 업체는 차량 전력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업체 퀄컴이 약 50조원 규모의 인수 계약을 체결했지만, 중국 경쟁당국에서 끝내 기업결합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NXP의 향배는 삼성전자에 쏠렸다.
박 교수는 “NXP가 한때 거론됐지만 최근 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인수가격이 급상승해 삼성엔 매력적인 매물은 아닐 것”이라면서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글로벌 경쟁당국이 M&A 심사를 까다롭게 보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