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건희 여사 수행 안 했으면 문제없나? 어처구니없는 궤변”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스페인 마드리드 순방 ‘민간인 동행’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7일 오후(현지시각)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당시 순방에 동행한 이원모 인사비서관 부인 신모씨에 대해 “김건희 여사를 단 한 차례도 수행한 적이 없다”라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더불어민주당 측은 “공사 구분을 못 하는 궤변”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앞서 모 매체 보도에 따르면 신씨는 윤 대통령 부부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페인 일정에 동행했다. 유명 한방의료재단 이사장의 차녀로 알려진 신씨는 공식 직책을 맡지 않은 민간인이었는데, 윤 대통령 부부를 지원하기 위해 사전 답사 형식으로 먼저 스페인으로 출국했다. 이후 순방 기간 윤 대통령 부부와 동행하다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지난 1일 귀국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6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신씨는) 전체 일정을 기획하고 지원한 것으로 김 여사를 수행하거나 김 여사 일정으로 간 것이 아니다”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김 여사 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라며 “기획에는 참여했지만 많은 분들이 수행을 자꾸 얘기하는 데 한 차례도 수행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사비서관의 부인으로서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 대해선 “인사비서관의 부인이라서 간 것이 아니다”라며 “해외 경험이 풍부하고 영어에 능통하고 국제 교류 행사 기획·주관도 했다.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다. 오랜 인연을 통해 그 의중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행사에 반영시킬 수 있는 분이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민간인 신분으로 나토 일정을 수행한 것을 두고선 “민간인 신분인 것은 맞다. 다만 민간인이기 때문에 ‘기타 수행원’ 자격으로 이번 일정에 참여했다”라며 “주치의나 일부 통역도 기타 수행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이러한 대통령실 해명을 두고 “윤 대통령은 그림자 제2부속실을 국민 앞에 밝히기 바란다”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순방행사를 기획한 것은 문제될 것 없다는 발상이라면 어처구니없다. 수행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대변인은 “‘대통령 부부와의 오랜 인연으로 행사 기획을 했고, 부부의 의중을 잘 이해해 효과를 최대한 거둘 수 있도록’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도 공사 구분을 못 하는 궤변”이라며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만 있으면 아무런 기준과 원칙 없이 민간인에게 일급 기밀 사항을 공유하고 대통령 일정과 행사를 기획하게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실 직원도 아닌 민간인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고 대통령 숙소에 머물며 기밀인 대통령 부부의 일정과 행사를 기획하고 지원했다는 것은 국민 상식을 심각하게 벗어난 일”이라며 “친분에 의한 비선 측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사단으로 알려진 검사 출신 이 비서관의 부인이라는 점에서 의심은 더욱 커진다”라며 “논란의 인물이 윤 대통령 지인의 딸이며, 윤 대통령이 두 사람을 중매한 사실까지 보도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조 대변인은 “애초에 대통령 순방행사를 지원할 전문 인력이 없어 사적 인연으로 사람을 썼다는 말은 궁색한 변명”이라며 “아무런 기준과 원칙도 없이 사적 인연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실토한 꼴”이라고 했다.

그는 “신씨의 대통령 순방팀 참여와 행사 기획은 윤 대통령이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있음을 의심하게 한다”라며 “대통령실 행정관 지인 자녀 채용, 김 여사 봉하마을 참배 사적 지인 동행에 이어 나토 순방 민간인 동행까지 지속되는 비선 의혹과 그림제 제2부속실의 실체를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