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바이든, 반도체·배터리 中 때리기…韓 역할론 대두

바이든, 전략품목 안정적 공급망 확보 검토 완료
반도체·배터리·희토류·제약서 中 견제 의도 깔려
두 나라와 모두 가까운 韓, 기회이자 위기 관측도
중국, 미국과 경쟁 회피…기술 자립 속도낼듯
  • 등록 2021-06-09 오후 4:01:36

    수정 2021-06-09 오후 4:01:3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
[뉴욕·베이징=이데일리 김정남 신정은 특파원] 미국이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품목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한국 등 산업 강국 동맹과 협력을 통해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와 모두 긴밀한 한국 입장에서는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맞서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배터리·희토류·제약 투자…中 견제 의도

백악관은 8일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제약 등 4대 핵심 전략 품목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검토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이들 4대 분야에 대한 100일 검토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이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다.

백악관은 중장기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2조2500억달러 규모의 일자리 계획에 담긴 예산과 각종 제도 인센티브를 통해 자국 제조 경쟁력을 높이고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법 통과에 따라 향후 5년간 1900억달러(210조원)가 기술 개발에 투자된다. 특히 반도체 부문을 두고서는 의회에 500억달러의 예산 배정을 요청했다. 이와 동시에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배터리 부문에는 미국 내 공급망 개발을 위한 10년짜리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달 말 부문별 대표가 참석하는 ‘배터리 라운드 테이블’을 열 계획도 세웠다.

중국이 독점하다시피 할 정도로 생산량이 많은 희토류의 경우 국제 투자 프로젝트 확대 등을 통해 미국 내 생산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백악관은 또 50~100종의 필수 의약품에 대한 자국 내 생산을 위해 정부 주도로 민관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아울러 해외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고자 무역대표부(USTR) 주도로 ‘공급망 무역 기동타격대’를 구성하기로 했다. 대다수 중국을 타깃으로 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은 “불공정한 보조금 등이 미국 제조업에 자주 악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기동타격대는 공급망과 관련해 동맹과 무역 합의를 검토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주목할 건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산업군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다. 반도체와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백악관은 “미국 혼자 공급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미국이 자국 생산을 늘리는 것만으로 대응할 수 없는 건 동맹과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일본(85회), 대만(84회)와 함께 한국(74회)의 이름이 여러 번 등장했다. 바이든식(式) 제조업 강화에 한국의 역할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 삼성, LG, SK 등은 최근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중국과 경제적으로 모두 가까운 한국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백악관은 이번 보고서에서 견제 대상국인 중국의 이름을 400번 넘게 거론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中, 미국과 갈등 선긋기…첨단 기술 개발 투자

중국 정부는 미국의 압박 속에서 기술 자립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가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 29위에서 2020년 14위로 올라섰다.

하오민 중국국제관계학원 지적재산권 및 과학기술안전연구센터장 관영 매체 환구시보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은 미국의 법안을 지나치게 해석하거나 순수한 대립, 도발로 간주하지 않고 그 내용과 의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과학기술 패권을 추구하고, 중국의 과학기술을 억제하겠다는 전략적 위치를 보여준 것이지만 중국은 국내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독자적인 개발을 하고 과학연구 협력을 더욱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전략적 역량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국제협력과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 갈등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관련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데 대해 “중국의 목표는 미국을 추월하거나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미국과 서로 이기고 지고 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다”며 “끊임없이 자신을 넘어 더 좋은 중국이 되고, 중국 인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산업 기술 개발에 힘 쏟고 있다. 중국은 이를 위해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 강요’ 초안에서 반도체 등 집적회로를 7대 중점 과학기술 연구 항목에 포함하고, R&D 투자규모를 향후 5년간 7%씩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또한 중국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베이징대, 칭화대를 비롯한 12개 ‘미래기술’ 대학 명단을 발표하고, 이들 대학에서 향후 10∼15년을 위한 선도적, 혁명적, 전복적 기술에 초점을 맞춰 미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혁신 인재를 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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