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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노벨상 또 나오려면..허준이 교수 "즐겁고 안정적 환경돼야"

허준이 교수 필즈상 수상 기념 기자 브리핑
수포자는 아냐..지구력 떨어져 하루 4시간 연구 집중
즐겁고 따뜻한 유년시절 보내.."소중한 시기"
히로나카 교수 수업에 푹 빠져...수첩에 롤모델들 기록
  • 등록 2022-07-06 오후 4:17:50

    수정 2022-07-06 오후 9:33:38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한국 교육에 필요한 부분이요? 개인적으로는 따뜻하고 만족스러운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한 반에 40~50명과 함께 종일 생활하면서 알아가는 과정이 좋았고, 지금의 저로 성장하는데 소중한 시기였습니다.”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수학계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는 6일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허 교수는 지난 5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2022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대수기하학을 이용해 조합론 분야에서 다수의 난제를 해결하고 대수기하학의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필즈상을 받았다.

허 교수에 이어 ‘제2의 허준이’는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최재경 고등과학원장은 독일과 일본이 각각 첫 수상후 30여년뒤 두 번째 수상자가 나왔다면서 꾸준한 기다림과 기초과학 투자를 당부했다. 허준이 교수도 이에 공감하며 “다른 분들이 잘하고 있는데 저 같은 사람이 또 나오기 위한 방법을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단기 목적으로 연구하지 않고 즐겁게 장기적인 큰 프로젝트를 할만한 여유롭고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허준이 교수.(사진=연합뉴스)


구구단 힘들어했지만 수포자는 아냐


허 교수가 소개한 유년시절은 독특했다. 구구단을 외우다가 힘들어 했던 부분이 와전돼 ‘수포자(수학 포기자)’로 전해지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수학을 충분히 잘했고, 고등학교 때도 수학을 곧잘 흥미롭게 배웠다고 밝혔다.

글쓰기에 흥미를 느껴 시인이 되고자 고등학교를 자퇴한 그는 다시 과학기자가 되기 위해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했다. 학부 3학년때는 진로를 고민하며 학업을 잠시 쉬기도 했다. 그때도 그를 다시 붙잡았던 것은 수학이었다. 허 교수는 “순수 수학, 위상 수학 강의 들으면서 수학 매력을 진심으로 느꼈다”며 “특히 필즈상 수상자였던 히로나카 헤이스케 하버드대 명예교수의 강의에 완전히 빠져 대수기하학 분야를 연구해 왔다”고 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학문 영역 넘나들어


허 교수의 연구분야는 조합 대수기하학으로 대수기하학을 통해 조합론의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다. 쉽게 말해 허 교수는 조합 대수기하학 기반의 연구들을 통해 수학자들이 추측 형태로 제시한 다수 난제를 해결했다. 쉽게 말해 조합론은 확률과 같은 ‘경우의 수’를 다루고, 대수기하학은 도형과 방정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두 분야가 독립되어 있었는데 이를 연결해 쉽게 만들었다.

허 교수는 “수학이 역사적으로 발전해오면서 크게 공간 연구 기하학, 변화 연구 해석학, 이산 수학으로 구분하며 여기에 필요한 인간의 직관이 다르고 세 분야가 독립적으로 작용해 왔다”면서 “세 가지 다른 분야에서 깊이 연구하다 보면 인과관계가 없는 같은 유형이 반복적으로 보이는데 이를 찾아내고 이유를 밝혀낸 것이 성과가 됐다”고 설명했다.

자유로운 사고, 공동연구가 성공 비결

허 교수의 성공의 비결은 뭘까. 허 교수는 지구력이 떨어져 종일 수학을 연구하지 않고, 매일 4시간만을 연구에 집중한다. 두 아이들과 청소를 하고, 육아를 하면서 머리를 식히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집중한다고 한다.

다만, 허 교수의 친구, 교수 수십여 명은 좋은 스승이다. 그는 작은 수첩에 빼곡히 롤 모델 수십여 명을 기록했다. 말투나 생각을 관찰하고, 배울게 있으면 스승으로 삼았다. 시인이 되고자 자퇴를 했듯이 생각의 유연함을 가지고 연구했던 부분도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공동연구도 중요한 성공의 비결이다. 현대 수학에서 공동연구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우연을 거듭해 소통을 해나가면 정답으로 귀결되는 과정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허 교수는 “그동안 해결했던 난제들은 모두 애정을 가지고 있고, 하나만 꼽기 어렵다”며 “공동연구로 각자의 ‘생각의 그릇’을 주고 받으면 물의 양이 2배로 불어나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와 함께 동석한 국내 수학자들도 이러한 부분에 공감하면서 앞으로 한국 과학계에서 제2필즈상,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를 희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금종해 대한수학회장은 “우리 세대가 가졌던 꿈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 실감이 안난다”며 “이번에 필즈상을 받은 만큼 앞으로 노벨상이나 추가 필즈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 교수의 지도교수였던 김영훈 서울대 교수도 “허 교수의 뛰어난 능력에 수학자들이 순수하게 지적 호기심을 추구하는 성향이 빛을 발했다”며 “수학계뿐만 아니라 과학계에서도 연구비보다 자신만의 호기심을 추구하는 문화가 확산해 성과가 나온다면 노벨상도 빨리 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필즈상’ 수상차 핀란드 헬싱키에 머물고 있는 허 교수는 오는 8일 오전 9시 45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오는 13일에는 고등과학원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뒤 해설 강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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