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수학계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는 6일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허 교수는 지난 5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2022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대수기하학을 이용해 조합론 분야에서 다수의 난제를 해결하고 대수기하학의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필즈상을 받았다.
허 교수에 이어 ‘제2의 허준이’는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최재경 고등과학원장은 독일과 일본이 각각 첫 수상후 30여년뒤 두 번째 수상자가 나왔다면서 꾸준한 기다림과 기초과학 투자를 당부했다. 허준이 교수도 이에 공감하며 “다른 분들이 잘하고 있는데 저 같은 사람이 또 나오기 위한 방법을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단기 목적으로 연구하지 않고 즐겁게 장기적인 큰 프로젝트를 할만한 여유롭고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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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단 힘들어했지만 수포자는 아냐
글쓰기에 흥미를 느껴 시인이 되고자 고등학교를 자퇴한 그는 다시 과학기자가 되기 위해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했다. 학부 3학년때는 진로를 고민하며 학업을 잠시 쉬기도 했다. 그때도 그를 다시 붙잡았던 것은 수학이었다. 허 교수는 “순수 수학, 위상 수학 강의 들으면서 수학 매력을 진심으로 느꼈다”며 “특히 필즈상 수상자였던 히로나카 헤이스케 하버드대 명예교수의 강의에 완전히 빠져 대수기하학 분야를 연구해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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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영역 넘나들어
허 교수의 연구분야는 조합 대수기하학으로 대수기하학을 통해 조합론의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다. 쉽게 말해 허 교수는 조합 대수기하학 기반의 연구들을 통해 수학자들이 추측 형태로 제시한 다수 난제를 해결했다. 쉽게 말해 조합론은 확률과 같은 ‘경우의 수’를 다루고, 대수기하학은 도형과 방정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두 분야가 독립되어 있었는데 이를 연결해 쉽게 만들었다.
허 교수는 “수학이 역사적으로 발전해오면서 크게 공간 연구 기하학, 변화 연구 해석학, 이산 수학으로 구분하며 여기에 필요한 인간의 직관이 다르고 세 분야가 독립적으로 작용해 왔다”면서 “세 가지 다른 분야에서 깊이 연구하다 보면 인과관계가 없는 같은 유형이 반복적으로 보이는데 이를 찾아내고 이유를 밝혀낸 것이 성과가 됐다”고 설명했다.
자유로운 사고, 공동연구가 성공 비결
허 교수의 성공의 비결은 뭘까. 허 교수는 지구력이 떨어져 종일 수학을 연구하지 않고, 매일 4시간만을 연구에 집중한다. 두 아이들과 청소를 하고, 육아를 하면서 머리를 식히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집중한다고 한다.
다만, 허 교수의 친구, 교수 수십여 명은 좋은 스승이다. 그는 작은 수첩에 빼곡히 롤 모델 수십여 명을 기록했다. 말투나 생각을 관찰하고, 배울게 있으면 스승으로 삼았다. 시인이 되고자 자퇴를 했듯이 생각의 유연함을 가지고 연구했던 부분도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공동연구도 중요한 성공의 비결이다. 현대 수학에서 공동연구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우연을 거듭해 소통을 해나가면 정답으로 귀결되는 과정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허 교수는 “그동안 해결했던 난제들은 모두 애정을 가지고 있고, 하나만 꼽기 어렵다”며 “공동연구로 각자의 ‘생각의 그릇’을 주고 받으면 물의 양이 2배로 불어나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필즈상’ 수상차 핀란드 헬싱키에 머물고 있는 허 교수는 오는 8일 오전 9시 45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오는 13일에는 고등과학원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뒤 해설 강연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