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컬리의 'IPO 번복 배송' 이제는 끝내야 한다

[컬리 상장연기 내막]
美증시 상장 철회 이어 국내도 번복
"그때는 틀렸는데 지금은 맞다?"
"빠른 인정과 대책마련 부재 아쉽다"
  • 등록 2023-01-05 오후 5:45:42

    수정 2023-01-06 오전 7:29:53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그런 일은 없다’

지난해 10월, 본지의 컬리 상장 철회 보도 이후 김슬아 컬리 대표가 꺼낸 말은 짧고 단호했다고 한다. 컬리 측은 즉각 부인에 나섰다.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컬리의 ‘정색’에 자본시장에서도 해프닝으로 결론내렸다. 일각에서는 “자본시장 취재 기자들은 간간이 흘러나오는 정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두 달여 후인 지난 4일 컬리는 상장을 철회했다. 당시에는 ‘오보’였던 내용이 결국 맞았음을 알리려고 말을 꺼낸 것은 아니다. 그런 일(상장 철회)은 없다던 컬리에게 두 달 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해져서다.

시간을 두 달 전으로 돌려보자. 컬리가 IPO를 철회할 것이라는 내용을 접했을 무렵이다. 취재가 녹록지 않던 상황이지만 ‘간간이 흘러나온 정보’에 들뜨지 않았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부담이 더 컸다. 여러 경로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동료 기자의 노고까지 더해졌다. 컬리 측 입장까지 종합한 끝에 해당 내용을 보도하기로 했다.

컬리의 정면 반박을 지켜본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아마 내년(올해)쯤 (상장 철회를) 말할 것”이라며 “지금 인정하면 일이 커지니 매를 늦게 맞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새해가 밝았다.

보도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입장을 뒤집은 컬리를 보며 ‘무슨 일이냐’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컬리의 대답이 흥미롭다. “그때는 틀렸는데, 지금은 맞다”는 게 골자다. 당시에는 논의가 없었는데 이후에 (논의가) 이뤄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일종의 기만’이냐, ‘설익은 의사결정’인가에 대한 판단은 독자 몫이다.

아쉬운 점은 컬리가 작금의 상황을 깊고, 넓게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영화 제목 같은 설명 대신 빠른 인정과 본질적인 대책 마련이 더해졌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 증시 상장 번복에 이어 국내 상장까지 은근슬쩍 말을 바꾸는 ‘IPO 번복 배송’은 이제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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