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찰의 '반부패' 선언이 공허한 이유

정인이 사건 이어 이용구 사건으로 경찰 신뢰도 추락
진상조사 결과 발표 후에도 청장의 유감 표명 없어
책임지는 자세 있어야 신뢰 회복할 수 있을 것
  • 등록 2021-06-14 오후 3:48:51

    수정 2021-06-14 오후 10:38: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국민에게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이 되겠습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해 7월 제22대 경찰청장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언급한 말이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거대 조직이 된 경찰의 첫 지휘봉을 잡게 된 것을 의식한 듯, 여러 행사 때마다 이 발언을 반복해왔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1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중장기 반부패 추진계획’ 대국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하지만 임기(2년)의 절반도 채 되지 않은 지금, 김 청장의 이 발언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해 보인다. 정인이 사망 사건에서 드러난 부실 대응,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부실 수사 논란 등으로 경찰에 대한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진 상태다.

한강 대학생 실종 사망사건을 두고 퍼진 소문에 대해 경찰이 “근거 없는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음에도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 것도 경찰에 대한 불신과 맞닿아 있다. 특히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을 둘러싼 납득할 수 없는 대응은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정타가 됐다.

그럼에도 김 청장은 이 사건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다.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사건 무마 의혹과 관련해 “서장 등 지휘 관리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모든 책임을 부하직원들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내·외부 통제장치를 마련하겠다며 틀에 박힌 대책을 내놓는데 그쳤다.

지난주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온 후에도 김 청장은 침묵했다. 은폐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항의 방문땐 “책임질 것이 있다면 지겠다”고 했다지만 조사 후에도 그 책임의 의미에 대해선 “구성원 중 청장이 책임질 정도로 잘못이 있다고 판단되면 책임지겠다는 뜻”이라는 모호한 답변만 내놓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찰청은 ‘반부패 정책 대국민 발표’ 행사를 진행했다. 2032년까지 세계 10위권 청렴 경찰을 만들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신뢰를 이미 상실한채 책임회피에 급급한 경찰의 현 주소를 보면서 이날 경찰의 반부패 외침이 또 한번 공허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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