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눈물로 얼룩진 장애인의 날 언제까지

  • 등록 2022-04-19 오후 4:07:21

    수정 2022-04-19 오후 9:14:13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자유, 평등을 말하는 대한민국이지만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이 있었나.”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닌, 교육 받고 일할 기회를 가져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1박2일 집중 결의대회에서 참가자가 삭발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청와대 앞,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학부모 556명이 결연한 자세로 준비된 의자에 앉아 흰색 천을 둘러맸다. 부모 형제가 세상을 떠나도 장애를 지닌 자식들이 탈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달라며 단체 삭발식을 진행했다. 장애인의 날은 올해도 장애인 부모들의 눈물로 얼룩졌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지하철 출퇴근 시위,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삭발 시위 등이 목표하는 건 ‘장애인의 기본적 일상’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게,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배우고 일하면서 사회 구성원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다.

그러나 아직 먼 얘기다. 인간의 기본권인 이동권마저 보장받지 못한 장애인들은 가족의 도움 없인 기본적인 교육을 받기도 어렵다. 교육기관에 가기 위해 돈을 내고 장애인콜택시를 잡는 일조차 힘들다는 한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족한 교육은 일할 기회의 부족으로 이어져 결국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거나 정부의 지원 등에 기대야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생때같은 자식을 앞세우고 싶은 부모가 어딨을까마는, 이들은 “우리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가슴을 친다.

이날 삭발식을 주최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본적인 소득보장과 노동권·주거권·교육권 등을 요구했다. 전장연은 이동권 보장 등을 위한 권리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모두 현실화되면 한국장애인재단에서 내건 ‘다같음’ 캠페인은 더 이상 필요 없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름과 같음을 더한 ‘다르지만 같은 세상’은 쉽게 올 리 없다. 정부가 먼저 답해야 한다. 마침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날 장애인 이동 및 교통권 보장, 개인 예산제 도입 등 장애인분야 8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번만은 공약(空約)이 되지 않길 바란다. 장애인 부모들의 애처로운 눈물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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