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생리학적으로 전문가들은 기록의 한계를 2시간 전후로 보고 있다. 선수가 가장 이상적인 조건에서 나올 수 있다는 전제가 있지만, 과학적인 관리기법과 운동화 등에서 기술적 진보가 이뤄지면서 기록을 앞당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운동생리학자 마이클 조이너는 한 연구논문에서 마라톤 기록의 한계를 1시간 57분 58초로 추정했다. 영국 브라이턴대의 야니스 피츠일라디스는 이상적인 조건에서 2020년까지 2시간 벽을 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는 201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한 대회에서 42.195km를 1시간 59분 40초만에 주파하며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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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화도 ‘기술도핑’ 논란이 생길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1990년대 마라톤화가 주로 신발을 가볍게 만들거나 충격을 흡수하는 데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반발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마라톤화가 개발되고 있다. 가령 신발에는 경량화에 도움이 되는 EVA(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 소재를 썼었는데 최근에는 반발탄성이 우수한 TPU(열가소성폴리우레탄)소재나 ETPU(팽창성 열가소성 우레탄) 소재들을 쓰고 있다.
과학적인 식단관리도 선수들의 기록 향상을 돕는다. 마라톤은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이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정상 수준 이상 몸에 축적하는 ‘탄수화물 로딩’ 방법을 써왔다. 지난 1960년대부터 선수들은 경기 일주일 전 첫 4일은 완전히 지칠 정도의 고강도 운동을 하며 저탄수화물을 섭취하고, 경기 3일전부터 가벼운 운동을 하며 고탄수화물을 섭취했다. 몸속 탄수화물을 소모하고, 경기 3일전부터 일부 탄수화물을 섭취해 몸속 탄수화물을 늘렸다.
이 방법은 선수들이 힘들어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변형 탄수화물 로딩 방법을 쓴다. 경기 일주일전 4일 동안 중간 강도로 운동하며 적당한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대회 3일전부터 휴식과 저강도 운동을 하며 고탄수화물을 섭취하도록 한다. 선수들을 보호하면서 이전과 거의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몸속에 저장된 탄수화물은 실제 경기에서 여유 체력으로 쓰여 막판 스퍼트를 돕는다.
성봉주 국민체육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은 “마라톤은 고지대 환경 출생, 좋은 선수들과의 경쟁 등 유전·환경적으로 타고나야 하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앞꿈치 착지로 인한 충격력 흡수와 접촉시간 단축을 통한 속도 향상, 탄수화물 로딩 등 영양 과학이 이뤄지면서 인간이 이상적인 조건에서 2시간 벽을 깰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