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사라진다…시멘트·유리부터 실리콘까지 `빨간불`

CNBC "모래 부족에 직면"…21세기 지속가능성 최대 도전
세계 건축물 58%, 시멘트 원료로…매년 400억톤 모래 소비
20년간 글로벌 모래 사용량 3배 급증…모래 자연공급 추월
모래 채취 금지 땐 개도·후진국 경제 타격…재활용 늘려야
  • 등록 2021-03-05 오후 5:32:47

    수정 2021-03-05 오후 5:32:47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값어치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원자재 중 하나인 모래(sand)에 대한 수요가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 수요를 충당할 만큼 모래 공급이 늘어나기는 커녕 모래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심각한 공급 부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CNBC는 현재 전 세계가 모래 부족에 직면해 있다며 기후 과학자들은 “21세기에 우리가 겪게 될 가장 큰 지속가능성의 도전이 바로 모래 부족”이라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우리 사회 전체는 사실상 모래 위에 세워져 있는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원자재가 바로 모래이며 그 만큼 우리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성분이다. 모래는 도로와 교량, 고속철도 건설이나 토지재생사업 등에서 필수적인 물질이며 모래와 자갈, 바위가 함께 으깨져서 창문과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유리를 만든다. 심지어 실리콘 칩을 생산하는데에도 모래가 사용된다.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의 기후학자인 파스칼 페두치 박사는 최근 민간 씽크탱크인 채텀하우스가 주최한 웨비나에서 “아직은 공포를 느낄 정도는 아니며 그것이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이제는 모래에 대한 우리 인식을 돌아보고 바꿔야할 시점이 됐다”고 조언했다.

페두치 박사는 모래 자원에 대한 글로벌 거버넌스를 `방 안의 코끼리`에 비유했다. 그는 “우리는 모래가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하며 결코 바닥 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모래 부족은 이미 어딘가에서 시작되고 있고 앞으로 10년 내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부터 전망하지 않으면 언젠가 모래 공급 부족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떠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전 세계적인 모래 사용을 정확하게 모니터링할 순 없는 상황이지만, 페두치 박사는 “모래와 시멘트 사용 간에는 매우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만큼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측정할 순 있다”고 말한다.

실제 유엔에 따르면 중국 주도로 매년 41억톤의 시멘트가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이는 오늘날 모래를 원료로 하는 건설 붐의 58%를 차지한다. 1톤의 시멘트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모래는 무려 10톤에 이른다. 이는 건설부문에서만 연간 약 400억~500억톤의 모래를 소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매년 지구를 감싸고 있는 높이 27미터, 폭 27미터의 벽을 쌓을 수 있을 정도다.

지난 20년 간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글로벌 모래 사용량은 3배 가량 증가했다. 이는 바람과 물에 의한 암석의 풍화로 인해 모래가 보충되는 자연적인 속도를 크게 능가하는 수준이다. 모래는 지구 상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찾을 수 있고 사막을 뒤덮고 전 세계 해안선을 따라 늘어서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모든 모래가 원자재로 쓰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막의 모래 알갱이는 물이 아닌 바람에 의해 침식돼 너무 매끄럽고 둥글어서 건설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잘 뭉쳐지고 각도가 살아있는 모래는 주로 해저나 해안선, 채석강, 강에서 주로 조달된다.

UNEP/GRID-제네바의 글로벌 샌드 옵저버토리 이니셔티브 환경 거버넌스 책임자인 루이스 갤러거는 “모래와 관련된 문제들이 해결돼야할 분산과 복잡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강가의 모래 채취를 금지하는 것은 생계를 위해 이를 채취하는 사람들과 지역사회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과 인도 등이 모래 채취를 막을 경우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다.

다만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스위스 취리히의 경우 건물의 98%가 재활용 콘크리트로 짓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경우 2050년까지 100% 재활용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30년까지 천연자원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글로벌 무대에서 이 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페두치 박사는 “많은 개발정책에서 모래가 어디서 오는지,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영향에 대한 문제까지 거론하는 사람이 아직도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해야할 일이 많다”면서도 “산업화와 도시화 등으로 모래 수요가 폭발적으로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이제는 모래 부족 문제에 눈을 떠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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