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남양유업의 역대급 ‘꼬장’…정의구현이 필요한 이유

남양유업 M&A 노쇼…업계 분위기 찬물
돌발 행동에 계약당사자·투자자 줄피해
원하는 결론 나오면 향후 또 발생할수도
이번 사태 계기로 업계에 선례 남겨야
  • 등록 2021-08-05 오후 4:27:35

    수정 2021-08-05 오후 4:27:35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혹여나 비속어일지 몰라 ‘꼬장’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찾아봤다. ‘상대방의 일을 방해하려는 공연한 심술을 이르는 말’이라는 정의가 나왔다. 사상 초유의 ‘M&A(인수합병) 노쇼(예약 미이행)’ 사태가 빚어진 남양유업(003920) 오너 일가의 행동을 보며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영권 매각으로 ‘기행’(奇行·기이한 행동)에 종지부를 찍나 싶었던 남양유업의 돌발 행동을 두고 M&A 업계에서는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잔금을 치르는 당일에 팔기로 한 사람이 ‘잠수’를 타버렸으니 남이 봐도 속이 타들어갈 만하다. 최근 뜨거워진 M&A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쩌다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불현듯 57년 넘게 이어온 가업을 3107억원에 팔 생각을 하니 잊고 있던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난 걸까? 아니면 ‘기행이란 게 처음만 힘들지, 이후는 힘들지 않다’라고 느끼기라도 한 걸까.

업계에서는 앞선 이유보다 ‘계약 조건’을 기행의 이유로 꼽는다. 쉽게 말해 ‘생각해보니 계약 조건이 맘에 안 든다’는 거다. ‘제3자 인수설’이나 ‘매각 결렬설’이 나오는 이유도 원인을 타고 올라가다 보면 결국 돈과 만난다.

반세기 넘게 일궈온 기업 처분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작게 운영하던 가게 하나를 처분해도 울컥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는 데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비이성적인 행동이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계약서까지 작성한 수천억원 규모 상장사 경영권 거래는 단순 변심으로 무를 수 없다. 올해 1분기 기준 누적 약정금액이 100조원을 넘어선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시장이 잠수 탄 오너에 휘둘릴 만큼 호락호락한 시장도 아니다.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비이성적인 행동이 이어질 경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계약이행 청구소송은 물론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서류상 계약 내용 미이행에 대한 과실을 조목조목 따질 태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끝장 승부’로 가는데 주저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두 곳 모두 장기간 법적 공방이 불가피한데 결론적으로 가져올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엄한 남양유업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대리점 갑질에다 마약사건, 불가리스 사태까지 견뎌내며 새 주인 기대감에 부풀었던 일반 투자자들이 가질 착잡함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답이 서질 않는다.

급기야 “매각을 계약대로 이행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해당 글에서 “홍 회장 일가의 갑질과 회사 이미지 추락을 막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홍씨 일가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례 없는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아몰랑’ 사태는 어떻게 끝을 맺을까. 결론을 함부로 예측할 수 없지만 바람이 있다면 이번 남양유업 M&A 노쇼 사태가 잘 해결 돼 업계에 선례로 남았으면 한다. 혹여나 남양유업 오너 일가가 원하는 결론을 맺게 된다면 이러한 역대급 꼬장은 나중에 또 일어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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