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희롱' 가해자도 진급…女중사 죽음으로 내몬 軍

성범죄 피해자 사건 외면하다
죽음로 외부에 알려지자 '뒷북 수사'
또 재발방지 약속, 지켜질지 미지수
  • 등록 2021-06-03 오후 7:30:30

    수정 2021-06-03 오후 11:43:34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 중사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는 군 당국에 신고를 하고 범행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까지 직접 구해 제출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이었다. 피해자가 심리치료 등으로 조사에 임하지 못하자 가해자에 대한 수사도 게을리했다. 구속영장 자체도 청구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자신이 먼저 죽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한다. 상관들로부터도 수 차례 회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다른 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가 최소 두 차례 더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얼마나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았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 사건이 있기 얼마 전, 여군 장교였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그는 지휘관의 성희롱적 발언을 신고했지만 ‘견책’ 처분에 그쳤고, 확정되기까지 2년 넘게 걸렸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휘관은 주변 사람들의 입을 막고 이후 자신이 가는 부대마다 전화해 보직을 주지 말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해당 지휘관은 진급까지 했다. 결국 군문을 나선 그는 “이런 상황에서 피해를 입어도 누가 신고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잇딴 성범죄로 질타를 받은 국방부는 지난 2015년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까지 내놨었다. 그러나 이는 ‘성범죄 무관용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단적인 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군형법상 강제추행, 성폭행 관련 군 1심 판결문 200건 중 실제 형이 선고된 경우는 13%에 불과했다. 집행유예나 선고유예가 실형 선고보다 6배나 많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상습 범행은 118건으로 60%에 달했다.

이번 공군 여 중사는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발버둥치다 ‘죽음’으로 이를 세상에 알렸다. 비위 행위를 무마하고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군의 행태가 여전했다. 그간 외면하던 군 당국은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자 이제서야 부랴부랴 엄정 수사와 피해 구제를 외치고 있다. 군은 이번에도 또 재발 방지를 약속하겠지만 지켜질지 모르겠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 모 중사가 2일 저녁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되고 있다. (사진=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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