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비용 줄이는 삼성·LG, 장기공급계약 맺는 배터리3사

[원자잿값 폭등에 수익성 비상 걸린 기업들]
일각 ‘마케팅 비용 줄이면 수요 위축’ 우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가격인상도 검토
핵심소재 가격 48% 뛴 배터리 3사
기업, 광물 가격 영향 최소화 전략 고심
LG엔솔 연동광물 확대·삼성SDI 장기계약
  • 등록 2022-05-17 오후 5:12:13

    수정 2022-05-17 오후 8:56:15

[이데일리 김상윤 함지현 경계영 기자] 원자잿값 폭등 여파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우리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플레이션, 환율 변동, 공급망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킨 데 따른 것이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전자마저 마케팅 비용을 줄이거나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마른 수건 쥐어짜기’ 전략으로 대처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각사가 수익성 개선 전략을 고심하는 이유다.

‘수익성 걱정’ 삼성·LG, 마케팅 ‘총알’ 줄인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주요 상장사 분기보고서를 보면 LG전자는 가전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철광석과 플라스틱 사출물 제작에 쓰이는 레진의 올 1분기 평균 가격이 작년 대비 각각 20.4%와 16.3% 올랐다고 밝혔다. 구리 평균 가격도 36.4% 급등했다. 결국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의 주요 부품인 LCD 패널 가격은 24.3%, 반도체칩 평균가격은 27.3%나 올랐다.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의 올해 흑자전환은 요원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의 상황도 심각하다. 스마트폰의 핵심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가격은 전년대비 41%, 카메라모듈 가격 역시 8% 뛰었다. 반도체의 경우 주요 원자재인 웨이퍼의 가격은 4%, 디스플레이용 연성회로기판(FPCB) 가격도 19%나 상승했다.

여기에 물류비(운반비) 급등도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1분기 물류비는 각각 8576억원과 1조839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40.9%와 47.8% 늘어난 수치다.

원자재·물류비 가격이 오를 경우 기업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출고가 인상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분만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면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수요가 줄 수밖에 없어 기업들이 쉽게 꺼내기 어려운 카드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이나 TV 시장은 완전 경쟁시장이어서 어느 한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눈치 보기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렇다 보니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원가구조 개선에 나서거나 마케팅비 등 기타비용을 줄이는 상황으로 대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분출했던 수요가 주는 상황에서 수요를 촉진 시킬 만한 ‘총알’마저 없는 상황”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전략을 짜는 게 어려운 시점”이라고 했다.

반도체의 경우 가격 인상 카드를 꺼냈다.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격을 최고 20% 인상하는 방안을 고객사들과 논의 중이며 올 하반기부터 가격 인상분이 반영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웨이퍼 가격을 비롯해 화학약품, 가스 등 모든 영역에서 평균 20~30% 가격이 오르는 만큼 수익성 회복에 나서는 셈이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가격 인상이 스마트폰은 물론 자동차, 게임기 등의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장은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더욱 독과점이 형성돼 있고, 이미 대만 TSMC가 가격 인상에 나선 만큼 삼성전자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걱정 커진 배터리 3사, 장기 공급계약 등 초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제조사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배터리 원가에서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극재 가격은 LG에너지솔루션의 소형 애플리케이션용 기준 1분기 ㎏당 33.99달러로 전년 대비 56% 올랐다. 배터리 3사의 양극재 가격 평균 상승률은 48%에 달했다. 양극재에 들어가는 주요 광물 가격이 배터리 판가에 연동돼있긴 하지만 판가에 연동되지 않은 광물이나 소재 가격도 뛰며 배터리 제조사의 수익성이 악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영업이익률이 6.0%로 지난해 1분기 8.0%에 비해 2.0%포인트 내려갔고, SK온은 영업손실을 지속하며 영업이익률이 -22%에 그쳤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판가에 연동하는 광물 범위를 확대하고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SDI는 광물 구매 시기와 판가 반영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고객과 협의해 개선하기로 했다. SK온 역시 소재 공급사와 협력해 공급능력을 확대함으로써 동일 단위당 단가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리튬·니켈·코발트 등 주요 금속은 양극재와 배터리에 판가가 반영되기까지 2~3개월가량 시차가 발생해 2분기까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주요 시멘트사들도 원자잿값 폭등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제조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t당 250달러 수준으로, 2020년(60달러)에 비해 4배 이상 급등한 데다, 다른 원부자재 가격 역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쌍용C&E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4억원에 그쳤다.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는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단위=㎏당 달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천원(SK온), 자료=각사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내부 전경. (사진=포스코케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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