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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美 연준 독립성 위기가 주는 교훈

고물가와 돈풀기 용인한 연준의 AIT
바이든 물가 기조 바뀌자 정책 선회
"연준, 독립성 위기" 학계·시장 파다
물가·시장 패닉, 보통사람들의 위기
  • 등록 2022-05-16 오후 11:55:00

    수정 2022-05-16 오후 11:55:0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월가의 주요 화두가 ‘60/40의 몰락’이다. 주식과 채권에 각각 60%, 40%를 투자하는 전통적인 포트폴리오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보통은 비교적 안전한 채권의 가격이 오른다. 그런데 올해는 뉴욕 증시가 폭락하는 동시에 채권가격도 하락(채권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 미라보에 따르면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함께 10% 이상 빠진 건 1976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시장 패닉은 거의 반세기에 한 번 있을 법한 이례적인 일이라는 뜻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신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대표의 조언은 그래서 인상 깊다. 그는 원자재 25%, 주식 25%, 현금 25%, 장기국채 25%를 추천했는데, 그 중 현금은 특정 분야에 투자하지 말고 그냥 남겨두라는 의미다. 극단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설 때라는 것이다.

이런 비극은 왜 발생했을까.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실기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항공모함과 같아야 할 연준 통화정책은 가볍기 그지 없었다.

평균물가목표제(AIT) 도입이 첫 손에 꼽힌다. 물가 목표를 설정하는데 ‘평균’(average) 개념을 쓰자는 게 골자다. 예컨대 과거 물가가 0%대로 낮았다면, 당분간 4~5%대로 높아도 평균해서 목표인 2%대에 맞출 수 있다는 식이다. 사람들이 현재를 기준으로 향후 물가를 어떻게 보는지, 즉 기대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통화정책의 본질을 깬 셈이다. 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AIT로 인해 5%가 넘는 물가가 이상하지 않아졌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대 고물가가 본격화한 지난해 7월께 “(코로나19 이후) 산더미처럼 쌓인 부채는 정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등) 연준의 긴축을 어렵게 한다”고 썼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수조달러 인프라 투자를 추진했다. 파월 의장은 ‘역대급’ 부채에 따른 정부 이자 급증을 바이든 정부가 달가워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를 통해 “연준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를 올렸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차기 의장을 (파월 의장이 아니라) 다른 비둘기파 인사로 교체했을 것”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연준이 갑자기 긴축으로 돌아선 건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 변화와 시기를 같이 한다. 중간선거를 앞둔 그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존 월드런 골드만삭스 대표는 근래 한 행사에서 “연준 독립성은 무너지고 있다”며 “시장 신뢰를 잃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연준 독립성이 위기라는 인식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 모든 나라들이 연준을 보면서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연준이 갈팡질팡 하면 세계 경제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세계가 물가 폭등에, 시장 패닉에 신음하는 건 어쩌면 이제 시작일 수 있다. 가장 독립적이어야 할 기관이 외풍에 흔들릴 때, 보통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건 세상 어디든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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