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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영주' 기시다 총리가 日서 환영받는 이유[김보겸의 일본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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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보영주' 기시다 총리가 日서 환영받는 이유[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12.06
    무능하지만 악의는 없는 바보 영주를 맡은 시무라 켄. 지난해 코로나19로 사망하면서 프로그램도 폐지됐다(사진=후지TV)[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취임 두 달을 맞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전임 총리들에 비해 카리스마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기시다 총리의 연내 미국 방문이 불투명해지면서 이런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오히려 일본에는 카리스마 없는 리더가 적합하다는 주장도 나와 주목된다. 기시다 총리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뒤를 이은 지 두 달째인 지난 4일, 미쿠리야 다카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에 기시다 총리를 향해 혹평을 쏟아냈다. 그는 “듣는 힘이 장점이라더니 기자회견을 몇 번을 봐도 (기시다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미쿠리야 교수는 기시다 총리가 주장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라든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에 대한 설명도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명문 파벌인 고치카이의 수장이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자유주의 비둘기파로 꼽히며,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정파다. 역대 일본 총리 4명을 배출한 명문 정파를 이끌어온 만큼 기시다 총리의 철학 총론은 인정한다는 분위기이다. 문제는 각론이다. 미쿠리야 교수는 “아베라면 자기 의사를 분명히 했을 텐데 기시다에는 그게 없다”며 기시다 총리가 지난 10년간의 총리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월31일 중의원 선거 지역구에서 낙선한 자민당 2인자 아마리 아키라(왼쪽) 전 간사장. 비례대표 선거에서 이겨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간사장에서는 물러났다. 기시다 총리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사진=AFP)선거에서 패배한 당내 2인자의 사직서를 쿨하게 받아준 것도 ‘가는 사람 안 잡는’ 기시다 총리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지난달 30일 아마리 아키라 당시 자민당 간사장이 지역구에서 낙선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충격이 컸던 아마리가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기시다 총리는 망설이지 않고 외무상에 있던 모테기 도시미쓰를 후임에 앉혔다. 이 광경은 ‘이 사람을 반드시 이 자리에 앉히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아베나 스가 전 총리와는 달리 기시다 총리가 내각 인선에 고집을 부리지 않는 편이라는 인식을 줬다. 이처럼 기시다 총리는 낙천적이고 태평하며 무관심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그래서일까. 그가 쓴 왕관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취임한 지 44일 만에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 모습으로 주목받은 바 있지만 기시다 총리는 총리가 된 이후에도 활력이 넘치고 스트레스도 안 받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2019년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골프 라운딩을 하는 아베 총리(사진=AFP)일본 내 보수우파 세력은 기시다 총리의 무색무취 리더십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미일관계를 중시하는 이들은 아베 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이 서로를 ‘신조’, ‘도널드’라고 격의없이 부르며 브로맨스를 과시한 데 대한 향수가 여전히 크다. 이에 비해 취임 두 달이 되어가도록 미국 방문 일정조차 못 잡고 있는 기시다 총리가 이들의 눈에 찰 리 없다. 국제사회의 시선에선 여전히 미국과 일본은 한 몸처럼 움직이는 듯 하다. 일본은 미국이 주도한 석유 비축유 방출에 혈맹인 영국보다 더 적극적이었으며, 마찬가지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미 정부의 입만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본 내부에서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 쪽의 심기라도 거스르지 않으려는 ‘양다리 외교’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외무상에 친중파인 하야시 요시마사를 임명한 데다 미국이 주도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여부에 대해 기시다 총리가 “일본은 일본의 입장에서 생각하겠다”고 밝힌 것을 문제삼으면서다. 주권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들리지만 미일동맹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 온 일본 내 보수우파들은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탓에 미국이 일본을 믿지 못하고 있으며, 기시다 총리가 방미 일정을 잡지 못하는 건 이 때문이라는 주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사진=AFP)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무색무취 리더십이야말로 일본 사회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코로나19로 숨진 일본 코미디언 시무라 켄의 코미디쇼인 ‘바보 영주’가 힌트가 될 수 있다. 바보 영주는 하인들을 골탕먹이고 시녀들을 희롱하는 것이 삶의 낙이지만 아픈 부하들을 직접 챙기는 등 딱히 심각한 악의는 없는 인물이다. 모자라지만 나쁘지는 않은 영주로 부하들로부터 신임받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코미디쇼는 1986년부터 후지 TV에서 방영되다 작년 주연을 맡은 시무라 켄이 숨지면서 막을 내렸다. 일본 주간지 겐다이 비즈니스는 “바보 영주가 일본인에게 환영받는 건 어떤 의미에선 일본인의 이상적인 리더상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일본형 경영의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오미코시(おみこし) 경영’과도 결이 같다. 축제 때 신을 태우는 가마를 일컬어 오미코시라고 하는데, 여러 사람이 짊어지고 옮기는 만큼 상사의 리더십이 딱히 필요하지 않은 경영 형태다. 즉, 일본에선 상사가 실무를 책임지지 않고 우수한 부하가 사업을 총괄하는 방식을 이상적이라고 본다. 멍청하고 게으른 ‘멍게’ 상사가 멍청하고 부지런한 ‘멍부’보다 낫다는 한국의 우스갯소리와도 비슷하다. 리더십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기시다 총리 역시 개인보다는 조직 위주로 고치카이파다운 정치를 한다는 평가다. 고치카이는 정책 파벌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책에 강한 정치인들이 많은 파벌이기 때문에 정책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라고 한다. 기시다 총리 개인의 리더십과 별개로 결국 중요한 건 현장의 관료들이라는 것이다.
  • '영혼의 단짝' 美日, 석유 방출도 올림픽 보이콧도 한몸처럼[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11.29
    일본이 최근 베이징올림픽 보이콧과 전략적 비축유 방출 등에 있어 미국을 적극 추종하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맹방보다 더 맹방 같은 관계가 있다. 일방적인 짝사랑에 가깝지만 미국과 일본 얘기다. 정치와 외교, 경제 문제 등에 있어 미국의 뜻이 곧 일본의 뜻인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더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여부가 대표적이다. 일본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 정부의 대응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라는 대답이 나올 정도다. 적절한 시기에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게 일본 정부 입장이지만, 이들이 말하는 적절한 시기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입에서 “베이징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하겠다”는 결단이 나오는 순간을 의미할 것이다. 고공행진하는 유가를 잡겠다며 미국이 국제사회에 잉여 석유를 방출하자고 독려하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도 일본이다. 1970년대부터 지켜오던 원칙까지 깨부수며 국가 비축분을 풀겠다고 나서면서다. 정작 영미법으로 묶인 혈맹이자 결정적인 순간엔 항상 미국 편에 서 온 영국조차 국가 비축분에는 손대지 않고 민간 비축분만 자율적으로 풀게 하겠다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일본은 맹방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미국을 추종하고 있다.일본 가고시마현에 위치한 시부시 국가석유 비축기지(사진=교도통신)◇1970년대 세운 석유비축 원칙, 바이든 지지율 올리기에 무너졌다일본에서는 미국을 향한 지독한 짝사랑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국가 비축유 방출이 대미 협조의 의미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미국과의 협조를 위해서라면 일본 정부가 원칙까지 무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비판이다. 일본 정부가 깬 원칙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만으로는 잉여 석유를 함부로 방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70년대 1차 오일쇼크로 제정된 석유비축법이 그 근거다. 이 법에 따르면 분쟁이나 자연재해로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만 석유 비축분을 방출해야 한다. 1991년 걸프전과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도 민간 비축분만 일부 풀었다. 그런데 지금은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국가 비축분도 방출한다는 게 일본 정부 계획이다. 휘발유 가격이 1리터당 185.1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2008년에도 민간 비축분조차 방출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지난 10일 일본 휘발유 가격은 1리터당 평균 170엔 정도로 2008년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국가 비축분을 풀겠다는 것이다. 유가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 잉여 석유 방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운 일본 정부가 스스로 원칙을 깼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7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손녀들과 함께 억만장자 기업가가 소유한 357억원짜리 저택에서 휴가를 보내는 바이든 대통령. 30년만에 최고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휩싸였다(사진=AFP)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일본이 50여 년 지켜 온 원칙까지 무력화하는 모습이다. 1가족 2차량이 기본인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휘발유는 생필품이다. 연말 휴가철을 앞두고 고공행진하는 유가에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24일 공영방송 NPR 여론조사에 따르면 42%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잉여 석유를 풀어 유가를 안정화하고 지지율 회복을 노리고 있다.또 이번 비축유 방출 계획이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국제적인 리더십을 홍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면 전 세계가 따라온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국 내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잉여 석유 방출 프로젝트가 남는 장사이지만, 일본에도 과연 그럴지는 미지수다. 원칙을 파기하면서까지 감수할 만큼의 실효성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서다. 미국과 일본 등 6개국이 내놓는 잉여 석유 규모는 7000만배럴로 추산되는데, 영국 최대 석유회사 BP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가 하루에 소비한 석유량이 8847만배럴이다. 원칙까지 깨면서 일본이 국가 비축분을 시장에 풀어도 이틀을 채 못 버틸 미미한 수준이다.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미국의 혈맹인 영국도 민간 비축분만 방출하는 정도로 동참하겠다는데 일본은 한 술 더 떠서 국가 비축분까지 풀겠다는 계획이다(사진=AFP)심지어 미국의 맹방인 영국과 방출 규모 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일본은 국가 비축유 잉여분 중에서 국내 수요의 1~2일 분량인 420만배럴을 방출하는 반면, 영국은 민간기업에 자발적으로 방출을 맡겨 150만배럴까지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을 향한 과잉충성이 오히려 산유국들을 일본의 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렇게 방출된 석유를 시장에 내다 팔 때 낙찰액을 싸게 불러야 유가가 떨어지지만 산유국 눈치를 보느라 과연 싼값으로 낙찰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일본 일간공업신문에 “산유국과의 관계에서 눈에 거슬리는 구매 방법을 택하고 싶지는 않다는 게 본심”이라고 고백했다. 괜히 낙찰가를 싸게 불렀다가 산유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면 앞으로의 원유 조달 비용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동기화한 기시다 정권을 향한 언론 평가도 박하다. 극우성향의 산케이신문조차 석유 국가 비축분 방출을 향해 “가격 인하 효과는 턱도 없다”며 “일본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과 긴밀하게 외교관계를 구축해온 만큼,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산유국에 증산 요구를 해야 한다”며 미국에 동조한 정권을 질책했다. 또 마이니치신문은 “산유국과 협력해 석유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이행기를 극복할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미국보다는 산유국들과 대화를 통해 국제유가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미국이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고 일본도 여기 동참했다. (사진=IOC)◇베이징올림픽 보이콧 여부도 미국 입만 바라보는 일본베이징올림픽에 선수단은 보내되 정상과 정부 사절단은 불참하는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서도 일본은 미국 정부가 결정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40여 년 전에도 미국과 한 몸처럼 움직인 일본이다. 1979년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선수단조차 보내지 않는 전면 보이콧을 실시, 우방국도 동참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스포츠계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미국의 전면 보이콧에 동참하려던 영국 정부는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돼야 한다”는 영국올림픽위원회(BOA)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선수단을 개인 자격으로 보냈다. 호주와 프랑스, 이탈리아와 덴마크 선수들도 올림픽에 참가했다. 일본은 대체로 미국에 맞서지 않았고, 이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일본 유도 영웅 야마시타 야스히로 선수와 레슬링의 타카다 유지 선수가 울면서 올림픽에 나가게 해 달라며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많은 일본인들이 당시 보이콧 동참을 일본 스포츠계의 ‘흑역사’로 기억한다.일본 유도 영웅 야마시타 야스히로(왼쪽)와 레슬링의 타카다 유지(오른쪽) 선수.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 출전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사진=교도통신)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선수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이라면 동참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민주사회로 변모하기를 거부하고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강화하려는 중국 정부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데다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의 강제노동 및 홍콩 민주화운동 탄압 등 중국 정부의 인권유린을 향한 비판의식이 높아진 탓이다. 최근에는 베이징올림픽 유치에 핵심 역할을 한 장가오리 전 부총리가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를 수년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 정보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로 이런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중국은 도쿄올림픽을 지지했다는 점을 들면서 일본에도 베이징올림픽 지지를 촉구하고 있다(사진=AFP)다만 이번에도 일본이 미국 편에 서려면 감수해야 하는 것이 있다. 도쿄올림픽을 지지했던 중국의 반발이다. 중국 외교부 측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전력으로 도쿄올림픽 개최를 지지했다. 일본은 기본적인 신의를 지켜야 한다”며 일본에 베이징올림픽을 지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베이징올림픽과 (중일) 양국의 정치 문제를 연계시키는 데 중국은 결사반대다. 중일 양국에는 서로 올림픽 개최를 지지한다는 중요한 공통 인식도 있다”고 강조했다.미국 정부 입에 전광석화처럼 반응해 왔던 일본의 외교적 후각이 이번에도 작동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투표 안하는 일본인' 충격파 한달째…왜?[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11.22
    일본 중의원 선거가 열린 지난달 31일 한 남성이 후보자들 선거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중의원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일본 언론들이 문제로 지적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일본 유권자들의 낮은 투표율이다. 지난달 31일 4년 만에 치러진 제49회 중의원 총선거 투표율은 55.93%로, 역대 3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일본에서 투표율 저조 현상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지만 적잖이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유권자들이 투표뿐 아니라 선거운동이라든지 거리시위 등 참여 자체를 거부해 ‘공공을 외면하는 일본인’이 일반적인 모습이 되어 버렸다는 성토도 나온다. 하지만 일본 사회가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왜 이번 선거 투표율이 낮았는지 의문을 갖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번 선거가 10년 가까이 집권한 자민당을 심판하는 성격을 띤다는 의미가 있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자민당 대응능력의 민낯이 드러나며 1강 체제에도 균열이 일어나는 듯 보였다. 코만 겨우 가리는 ‘아베노마스크’로 조롱받은 당시 총리 아베 신조가 건강상 이유로 총리직을 내려놓으며 스가 요시히데가 후임으로 나섰지만, 그마저도 1년 천하로 끝났다. 전 국민 반대를 무릅쓰고 도쿄올림픽을 강행해 확진자가 하루 2만5000명 넘게 나오면서 지지율이 폭락한 탓이다. 아베 전 총리가 코로나19 탁상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는 아베노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사진=AFP)정권교체가 힘을 받나 싶더니 막상 총선 뚜껑을 열어보니 또 자민당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단독 과반을 확보하면서다. 스가 때보다도 낮은 49%의 지지율로 시작한 기시다 내각에 절반 넘는 의석을 몰아준 것이다. 이는 일본 정치에 야당이 있지만 정권교체 선택지에도 들지 못 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투표율은 여전히 저조했고, 자민당 1강 체제는 굳건했으며, 자민당 타도를 기치로 똘똘 뭉친 야당은 오히려 의석을 잃었다. 일본 언론들은 “외국과 비교해도 투표율이 이상하게 낮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와중에 ‘전쟁가능한 일본’을 외치는 극우정당이 오사카에서 약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학습된 무력감에 투표 포기…‘변화’ 실감케 한 일본유신회에는 열광일본 사회의 낮은 투표율 주범으로는 학습된 무력감이 꼽힌다. 일본 사회 전반에 흐르는 냉소주의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의 일본이 싫다면 일본을 떠나라’,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입후보해라’는 등, 변하지 않는 일본을 비판하는 이들을 무시하는 냉소주의는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진다고 아사히신문은 꼬집었다. 사회화 기관인 학교나 직장에서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보다는 ‘공기(분위기)’를 읽으며 대세를 따르는 의사결정 과정도 정치적 자기효능감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사진=AFP)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게 해준 게 오사카를 기반으로 한 일본유신회이다. 후보를 낸 지역구에서 전부 승리를 거두며 지난 선거보다 네 배 가까이 의석을 늘리는 등 약진한 곳인데, 일본에선 극우정당이지만 일은 잘 한다는 이미지로 통한다. 물론 ‘오사카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이미지만으로 성공한 건 아니다. 그만큼의 실적과 시민에의 환원이 뒷받침했기에 이번 선거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더럽기로 악명 높은 오사카 지하철 화장실은 일본유신회가 집권하면서 깨끗해졌고, 중학교 무상급식이 시행되면서 맞벌이 부부는 자녀의 도시락 준비 부담을 덜었다. “일본유신회가 있는 한 우리 생활이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이어진 셈이다. ◇유권자 평가 기준은 실효성 아닌 하려는 의지주목할만한 사실은 일본유신회가 이끄는 오사카가 일본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었는데도 재신임받았다는 것이다.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 5월 오사카는 사실상 의료붕괴 상태였으며 코로나19 환자들은 입원도 못 한 채 자택에서 요양하다 사망하기 일쑤였다. 자영업자들에게 휴업을 요청하는 대신 협력금을 주긴 했지만 이마저도 한참 늦어졌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모습도 상당히 어설펐다. 일본유신회 소속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가 돌연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가글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다”라며 근거없는 말을 하자 오사카의 모든 약국에서 구강청결제가 동나는가 하면 코로나19 대책의 하나로 우비 33만장을 기부받기도 했지만 실제로 방역 현장에서 쓰였는지는 확인되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도 오사카는 일본유신회에 열광했다. 일본 국민 40%가량이 이용하는 ‘국민 SNS’ 트위터에는 일본유신회 소속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가 일을 지나치게 열심히 한다며 ‘요시무라 자라’는 검색어가 트렌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요시무라 지사의 ‘일 하는 척’이 먹혔다는 평가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전 시장부터 현재 요시무라 지사에 걸쳐 일본유신회를 취재하고 있는 요시토미 유지는 “요시무라 지사는 어쨌든 보여지는 모습을 의식하며 움직인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몰라도 오사카 TV에 매일 나와 자신을 어필한다”며 “실패해도 새로운 대책을 세우고 부민들에게 계속 알리는데, 이런 모습은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고 분석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열심히 하려는 요시무라 지사의 모습이 일본 중년 여성 유권자들에게는 마치 아들처럼 느껴져, 그의 정책이 적잖은 실패를 겪더라도 악의가 없다면 지지하는 데 문제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본유신회가 오사카를 넘어 전국정당으로 거듭나는 건 무리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반대로 말하면 오사카에서는 어지간한 헛발질만 안 하면 콘크리트 지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만큼 일본유신회가 오사카에서 기반을 잘 닦아놓은 것이다. 지난 2016년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개정을 내세운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사진=AFP)◇日우경화에는 방향 잃은 리버럴도 책임 있어일본 내에서도 극우라고 손가락질받는 일본유신회가 오사카를 사로잡은 모습은 생각할 여지를 준다. 우익을 견제하는 리버럴(진보)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게 벌써 10년째다. 리버럴은 동북아 평화를 중시하는만큼 평화헌법 개정을 외치는 보수우파와는 대조적이지만 지향점이 불분명해진 지도 오래다. 일본유신회의 총선 압승을 포퓰리즘으로 헐뜯기만 한다는 지적을 받는 게 현 일본 사회의 리버럴 세력이다.아사히신문은 “일본유신회의 압승을 포퓰리즘으로 폄훼하는 이들은 자민당에 불만이 있는 유권자를 휘어잡을 논리가 없다”며 “어느 정당에 투표하는 것과 정당의 정책을 100% 지지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데, 일본유신회를 지지하는 유권자를 포퓰리스트라고 비하하기만 해서는 자민당을 싫어하는 유권자의 마음도 못 얻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리버럴이 일본유신회의 개헌 주장에 반대하려면 적어도 헌법9조를 빛낼 수 있는 야당판 개헌안을 내세울 수 있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뼈아프다. 지난 2012년 자민당에 정권을 내준 후 9년째 정권교체 가능성이 요원해 보이는 일본 정치를 지켜보며 절감하게 되는 것은 의욕 잃은 야당이 얼마나 현상유지에 기여하는지다. 동시에 아무리 해도 안 바뀐다는 환멸에서 일본 유권자가 정치참여 자체를 포기하는 사이에 개헌을 주장하는 극우정당은 민생정치를 무기로 지지를 얻었다. 코로나19 대응 헛발질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본유신회가 어느 순간 전쟁가능한 일본을 만들겠다며 전국정당으로 거듭나더라도 이상하지 않게 될 지 모른다.

글로벌경제부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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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 2021.12.06

줌 화상회의 참석했다 날벼락…900명 비대면 해고 논란

피용익 기자 2021.12.06

김종인 "손자도 만류한 尹선대위, 아내 설득으로 합류"

김보겸 기자 2021.12.06

"화이자·모더나 부스터샷 효과 가장 높아"…부작용은 경미

장영은 기자 2021.12.05

"아빠찬스 아닌데" 美서 30대 임원이 흔한 이유[김정남의 미국은 지금]

김정남 기자 202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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