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우기면 이긴다. 다중의 힘으로 ‘떼’ 쓰면 되는 ‘떼법’이라는 용어가 살아 있는 사회다. 안타깝게도 사회 문제 특히 기득권이나 이익집단이 등장하는 문제일수록 흔히 듣게 되는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국가나 사회 전체 미래 세대가 고루 따뜻해지는 지혜가 절실한 오늘이다.최근 정년 연장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본격화하면서 60세 정년은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는다. 평균수명은 80세를 훌쩍 넘었고 건강수명은 더 크게 늘었다. 국민연금 수급 시점은 늦어지고 은퇴 이후 삶은 길어졌다. 정년 연장은 이제 충분히 논의해야 할 시대적 이슈다. 문제는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기업의 부담, 청년세대의 기회,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일부 세력이 마치 정년 연장이 선(善)이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악(惡)인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다.그러나 사회적 합의란 한쪽의 요구를 관철하는 과정이 아니다. 얻는 것과 내놓을 것의 균형이 필요하다. 지금의 정년 연장 논의는 ‘정년은 늘리고 임금은 유지하되 고용도 보장하라’는 주장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기업도 청년도 국가도 감당해야 할 비용이 있다면 그것 또한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정년 연장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청년 일자리다. 흔히 “정년 연장과 청년 일자리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물론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이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면 반드시 제로섬 관계만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업의 인건비 총액과 조직 규모는 무한하지 않다. 특히 공공기관, 공기업, 대기업과 같이 정원이 정해진 조직에서는 정년이 연장될수록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청년의 입사 시기는 늦어지고 승진 기회도 지연된다. 결국 정년 연장은 기존 근로자의 안정성을 높이는 대신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세대의 기회를 일부 잠식할 수 있다. 고령층의 고용 안정이 청년층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년 연장은 단순히 노사 문제를 넘어 세대 간 이해관계의 문제이기도 하다.더욱이 지금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시대다. 산업 구조의 급속한 변화는 직무의 소멸과 탄생을 가속화한다. 심지어 일자리 자체가 로봇에 대체되거나 없어지기도 한다. 기업은 생존을 위한 조직과 인력을 재설계한다. 그런데 정년은 연장되고 임금은 연공서열 중심으로 상승하며 해고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가 유지된다면 기업은 어떤 선택을 할까.기업 대부분은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자동화를 확대할 것이다. 외주화를 늘릴 것이다. 해외 생산기지 이전도 검토할 것이다. 결국 보호하려던 제도가 오히려 미래세대의 기회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그래서 정년 연장을 이야기한다면 반드시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장 유연성이다.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은 여전히 연공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다. 만약 정년을 65세로 늘리면서 임금체계는 그대로 둔다면 기업의 부담은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신규 채용 감소와 투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AI 전환(AX) 시대의 근로생산성은 기업과 개인의 운명을 가르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을 원한다면 직무급제와 성과급제 확대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같은 연령이라고 해서 동일한 생산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 오래 일하는 대신 임금체계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상식적인 접근이다.또 하나는 재교육과 직무 전환이다. 정년 연장은 하던 일들에 더 오래 앉아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직무에 적응하며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만 늘어나는 제도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주제가 있다. 바로 해고의 자유다. 우리 사회는 채용의 자유는 이야기하면서도 해고의 자유는 금기시해 왔다. 그러나 채용과 해고는 노동시장의 양면이다. 기업이 사람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려면 필요할 경우 합리적으로 인력을 조정할 수 있다는 신뢰도 있어야 한다. 정년은 늘어나고 해고는 더욱 어려워진다면 기업은 처음부터 채용 자체를 줄이려 할 가능성이 높다.물론 해고의 자유가 자의적 해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보복성 해고나 부당해고를 허용하자는 것도 아니다. 성과 부족, 직무 부적응, 경영상 필요와 같은 명확한 기준 아래 합리적인 인력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동시에 국가가 재교육과 재취업 지원, 실업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세계적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한 국가들은 해고만 쉬운 것이 아니다. 재취업도 쉽고 직업훈련도 강력하다. 기업은 채용을 두려워하지 않고 노동자는 직장을 잃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직장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일할 기회를 지키는 것이다. 쉽게 재취업이 가능한 시장에서는 해고가 두려울 이유 또한 전혀 없다. 정년 연장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사회적 정의의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측도 임금체계 개편을 수용해야 하고 재교육 의무를 받아들여야 하며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권리만 주장하고 부담은 사회와 기업에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합의를 만들 수 없다.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정년을 몇 살로 늘릴 것인가가 아니다. 더 오래 일하면서도 청년이 더 많은 기회를 쥘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다. 고령층의 안정과 청년층의 희망이 충돌하지 않는 길을 찾아야 한다.이제는 정년 연장만 외칠 것이 아니라 임금체계 개편, 재교육, 노동시장 유연화 그리고 해고의 자유까지 포함한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논의해야 할 때다. 그것이 청년과 기성세대, 노동과 기업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이며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착한 개혁’의 출발점일 것이다.
6·3 지방선거 이후 선택과 승자
최은영 기자2026.06.04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지난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한 사람들이 많았다. TV 앞에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일희일비했다. 아침이 되자 환호와 한숨, 기쁨과 탄식, 억울함과 안도감이 난무한다. 자괴감과 회한도 오늘부터는 접어야 하는 분과 이제 승천의 꿈을 이룬 국민의 지도자, 아니 봉사자들의 포부가 새로이 시작되는 오늘이다. 수성과 탈환에 따른 공신과 패장의 내일이 극명하게 갈리게 될 오늘이다. 그 와중에 압권은 정말 가슴 졸이며 전전긍긍하는 공무원이 있다. 이제 내 편과 네 편의 공수교대도 시작이다.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 권력 교체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후 첫 전국 단위 중간평가다. 동시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곳도 함께 치러졌다. 선거 막판 판세는 애초 여당 우세 전망에서 서울·부산·대구 등 일부 격전지 격차가 좁혀지는 흐름도 나타났다. 결과는 모두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이 결과로 정국은 세 갈래로 갈 가능성이 크다. 여당이 크게 이기면 개혁 드라이브가 강해질 것이고 야당이 선전했다면 정국은 견제와 충돌의 구도로 갈 것이다. 박빙의 결과라고 생각되면 여야 모두 승리를 주장하며 지방정부·국회·중앙정부 간 갈등형 정치가 심해질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라 ‘선거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다.지금 한국경제는 회복 국면이지만 강한 회복은 아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바 크다. 국가 성장률 증가분도 반도체가 주인공이다. 연관 산업을 넘어 전 산업으로 이런 기운의 확산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9%로 전망했고 인공지능(AI) 투자 집중, 무역 불확실성, 지정학적 긴장, 부채 문제를 하방 위험으로 지적했다. 즉 지방선거 이후 국정의 첫 과제는 정치적 행보의 우선화나 보복이나 진영 결집이 아니라 저성장 탈출, 생산성 회복, 행정 효율화여야 한다.핵심은 세 가지다.첫째, 지방정부를 선거조직이 아니라 경제 실행조직으로 바꿔야 한다.광역단체장은 지역 행사의 주재자가 아니라 지역 산업 포트폴리오의 최고경영자(CEO)가 돼야 한다. 각 지역은 AI, 에너지, 바이오, 반도체, 관광, 물류, 농식품, 돌봄산업 중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지 1년 안에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지방선거 공약은 복지 나열이 아니라 ‘지역 생산성 10% 향상 계획’으로 평가해야 한다.둘째, AI 기반 행정 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인허가, 복지, 세금, 민원, 재난 대응, 교통, 의료 연계 업무를 AI 기반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단순히 챗봇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행정 프로세스 자체를 줄여야 한다. 국민이 서류를 들고 다니는 행정은 끝내야 한다. 정부도 AI 3대 강국 전략과 AI 대전환(AX) 정책 추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지방정부 성과평가에도 AI 전환 지표를 넣어야 한다. 셋째, 선거 이후 협치의 기준을 ‘국민 이익’으로 재설정해야 한다.여야가 싸울 수는 있다. 그러나 싸움의 주제는 정쟁이 아니라 연금, 에너지, 교육, 노동, 지방행정 통합, AI 인재 양성, 재정 건전성 같은 국가 생존 과제여야 한다. 선거가 끝나는 순간부터 정치의 언어는 ‘누가 이겼나’에서 ‘무엇을 고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지방선거 이후 필요한 행정 고도화 방향은 분명하다.17개 시도별 AI 행정 전환 계획, 광역경제권별 산업전략, 불필요한 위원회·조례·중복기관 정리, 지방공기업 경영 평가 강화, 교육청·지자체·산업계 연계 인재정책, 재난·안전·복지 데이터 통합을 즉시 추진해야 한다.제발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 중 첫째는 공무원 물갈이다. 이미 정치적 중립은 사문화하거나 필요할 때 상대편 공격용으로만 쓰이는 힘 가진 자의 전가의 보도다. 각 지방자치 단체의 행정 또한 그 지역의 대표 선수급 공무원을 기용함이 당연하나 실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정치적 자리는 손꼽을 정도임에도 공신 중용, 전직 퇴출이 관가의 인사 공식이다.여기에 각종 지역 관변 단체 기관, 투자 기업까지 싹쓸이 물갈이가 상식이다. 과연 지자체 운영을 이렇게 하는 것이 본질이고 효용일까.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왜 지방자치를 하나 모르겠다는 탄식도 나오게 마련이다. 악습치곤 익숙한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일까. 두 번째로 바꿔야 할 것은 지자체장 치적 만들기다. 기념비적 건설공사를 자제해야 한다. 인프라 선진화와 미래 투자 중심이어야 한다. 인구 감소세가 완연한 지금 지자체 관련 건물과 각종 기념관류의 건설은 백번 심사숙고해야 한다. 셋째, 적자 재정을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 재정은 채무 증가가 심각한 상태인데 적자 지자체의 살림살이에 절약과 효용이 절실하다. 반드시 재정 자립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과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차피 공약(公約)은 대부분 공약(空約)이 될 것이다. 선택한 유권자의 부릅뜬 눈만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길이다.목이 쉬어라 일 할 기회를 달라고 외치고 지역민의 삶을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봉사의 일꾼을 자처했던 지도자들의 내일부터의 언행이 우리 모두의 내일이 될 것이다. 그의 약속이 현장의 실천으로 돌아올 때를 지켜봐야 함은 우리 모두의 책무다. 결론은 하나다.6·3 지방선거 이후 대한민국은 다시 정치의 늪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이제 지방정부는 표를 관리하는 조직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국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현장 정부가 돼야 한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행정과 경제를 다시 설계하는 도구다. 선거 이후의 진짜 승자는 정당이 아니라 더 빠르고 투명하고 생산적인 국가 시스템을 만든 쪽이어야 한다.
삼성전자, 누구의 성과인가
최은영 기자2026.04.30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코스피가 6000을 넘어 7000을 향해 가고 8000도 잠깐이란다. 전 국민이 주식 소리에 눈에 불을 켠다. 갖가지 후회와 한숨, 안도가 교차한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자와 아직 뛰어들지 않은 자들의 촉각이 예민하다.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슈퍼사이클이 운 좋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화제도 만발이다. 시장에는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가진 자와 안 가진 자로 나뉘고 미리 판 자와 아직 안 판 자로 나뉘는 우스갯소리까지 회자한다. 동참하지 못한 다수는 상대적 박탈감에 후회를 씹는 중이다. 여기에 염장 지르는 사건이 터져 나왔다. 수억 대 성과급 논란의 삼성전자 파업 이야기이다. 문제의 핵심을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묻자. 이번 성과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삼성전자를 둘러싼 성과급 논란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선다. 성과의 기원과 분배의 정당성, 권리의 경계에 대한 질문이다. 특히 이번 성과가 개별 노동자의 추가적 노력보다는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 환율, 지정학적 수요 등 외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다면 그 성과를 전적으로 ‘내 몫’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 정당한가 의문이다. 경제학적으로 기업의 이익은 노동, 자본, 시장환경의 결합이다. 이 가운데 시장환경은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외부 요인이 만든 초과이익을 특정 집단이 선취하려 할 때 그것은 권리의 행사인가, 재분배 요구인가. 이 구분이 흐려지는 순간 권리는 권력을 닮기 시작한다. 노동권은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강한 교섭력을 가진 집단의 권리는 더 이상 약자의 방패만은 아니다. “회사 손실을 극대화하겠다”는 식의 파업 선언은 협상 기술일 수는 있어도 사회적 정당성은 급격히 떨어진다.대기업의 파업은 기업 내부를 넘어 협력업체, 수출 계약, 산업 신뢰도까지 영향을 미친다. 결국 특정 집단의 권리 행사가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확산하는 구조가 된다. 이것은 보호받아야 할 권리인가, 아니면 용인하기 어려운 횡포인가.더 나아가 이러한 강한 요구는 노동시장 내부의 불균형을 심화한다. 신규 채용은 줄고 비정규직은 늘며 자동화는 빨라진다. 결과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다수는 배제되고 이미 보호받고 있는 내부자가 더 많은 몫을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한다. 이 논쟁에서 자주 빠지는 주체가 있다. 바로 약 500만 명에 이르는 주주다. 특히 소액주주는 기업 성과의 또 다른 권리자다. 최근에는 노조의 파업 대비 집회에 맞서 주주들이 같은 날 맞불 성격의 집회를 여는 장면까지 등장했다. 이는 권리의 충돌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사건이다.기업의 성과는 노동만의 결과가 아니다. 자본은 위험을 감수하고 장기 투자로 기업의 기반을 만든다. 그 결과에 대해 주주는 배당과 주가로 보상받는다. 그런데 단기 성과를 근거로 특정 집단이 과도한 몫을 요구하고 그것을 위해 기업 가치 훼손까지 감수하는 전략을 택한다면 그 부담은 결국 주주, 특히 방어력이 약한 소액주주에게 전가된다.더 큰 문제는 장기 성장이다. 기업의 잉여는 임금, 배당, 그리고 미래 투자로 나뉜다. 과도한 단기 분배는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잠식하고 이는 결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지금의 몫을 늘리기 위해 미래의 파이를 깎는 선택이 되는 셈이다.이 사태를 노동의 문제로만 보는 것은 반쪽이다. 분명 회사의 책임, 특히 인사의 책임이 존재한다.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시절부터 삼성은 ‘노조 없는 경영’이라는 표현보다 시장 상위 보상과 선행적 교육 투자, 그리고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통해 갈등을 사전에 흡수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핵심은 비노조가 아니라 신뢰 기반의 인사 관리였다.그러나 지금의 삼성은 그 신뢰를 제도로 전환하지 못했다. 성과급의 기준은 불명확했고 외부 요인과 내부 기여의 구분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그 결과 기대는 커지고 기준은 모호해지면서 불신이 누적됐다.과거에는 신뢰로 가능했던 것이 지금은 규모와 환경 변화로 인해 명시적 규칙과 사전 합의가 필요해졌다. 이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태의 구조적 원인이다.해법은 분명하다.첫째, 성과급을 ‘설명 가능한 구조’로 재설계해야 한다. 외부 환경과 내부 기여를 분리해 반영하고 변동 범위와 기준을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둘째, 사후 협상이 아니라 사전 합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실적 발표 이후의 설명이 아니라 실적 이전의 규칙 설계가 핵심이다.셋째, 노동·주주·투자의 균형을 제도화해야 한다. 특정 집단의 요구가 아니라 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배분 원칙을 세워야 한다.이번 논란은 단순한 성과급 갈등이 아니다. 권리가 충돌하는 시대에 무엇을 기준으로 균형을 잡을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다. 노동의 권리는 존중해야 하나 그것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한다면 더 이상 순수한 권리가 아니다.마찬가지로 기업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과거의 신뢰를 현재의 규칙으로 전환하지 못한 대가는 결국 더 큰 갈등으로 돌아온다.이제 ‘얼마를 더 가져갈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함께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권리는 결국 서로를 잠식하는 도구로 전락할 것이다.어떻게 전개되든 결말에 이를 것이다. 국민적 납득이 어떻게 작동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기에 팔짱 끼고 방관하는 분들의 역성도 궁금하다. 이번 일은 누구를 이롭게 할까. 지금 이 순간 이 해프닝을 지켜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세계 유수의 반도체 경쟁 회사들도 결과에 관계없이 이제 삼성전자의 새로운 약점을 거머쥐게 됐다. 어찌 됐든 회사, 종업원 모두 패자가 될 것이다. 이는 삼성의 연구 개발, 제조 생산성, 기업 문화, 리더십 모두 미래 경쟁력을 좀먹게 하는 것이 필연이다. 향후 경쟁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니 과연 누구를 위한 파업이 될까. 결국 국민 모두의 미래 자산과 부에는 또 어떤 영향이 미칠까. 국민적 자각이 필요한 시기다.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