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렇게 많이 올지 몰랐네요.”지난 2일 ‘이데일리 토큰증권발행(STO) 포럼’에 참석한 한 참석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포럼에는 200명가량의 기업인들이 참석했습니다. 이들 대다수는 2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STO 포럼에 집중했습니다. 서로 명함을 주고받는 등 활발한 네트워킹도 했고요. 일부 참석자는 포럼 후에 “금융당국과 만나 속 시원히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느낄 수 있었다”는 평가도 했습니다. STO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토큰(디지털자산) 형태의 증권(ST)을 발행하는 것입니다. 부동산·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토큰을 발행해 증권처럼 거래할 수 있습니다. 소액 쪼개기 투자를 하는 것이어서 ‘조각투자’와 비슷합니다. 투자자는 지분, 의결권, 이자, 수익금 등을 나눠 가질 수 있습니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에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이를 전면 시행·허용할 계획입니다. 이데일리 STO 포럼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렸다. 이정엽(왼쪽부터) 블록체인법학회장을 좌장으로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TF팀장, 홍재근 대신증권 신사업추진단장, 조찬식 펀블 대표,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가 ‘STO를 통한 금융혁신 과제와 대안’을 주제로 토론했다. 이번 포럼은 국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증권사, 조각투자 기업 등 STO 관련 기관·업계·학계가 처음으로 한 곳에 모여 STO 관련 논의를 한 것이다. (사진=노진환 기자)법안 처리 시점 등 여러 불확실성 면이 있지만, 이번 포럼을 통해 분명한 몇 가지가 확인됐습니다. 첫째로는 STO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이 뜨겁다는 점입니다. 증권사나 금융투자 업계만 주로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증권사가 자체 STO 플랫폼을 만들거나 조각투자 기업을 인수하는 논의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증권사, 조각투자 기업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기업들 면면을 보면서 놀랐습니다. 증권사, 조각투자뿐 아니라 은행, 보험사, 블록체인 기업, 거래소, 핀테크, 통신사, 발전사, 유통사, 게임사, PG사, 연구원,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 다양했습니다. 영화투자·예술 업계, 해운업계에서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각계각층의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STO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봤기 때문입니다.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이사(디지털자산TF팀장)는 “STO는 부동산, 미술품, 한우, 음원, 채권뿐 아니라 웹툰, 선박, 지식재산권까지 발행 대상이 무궁무진한 장점이 있다”며 “제2의 기업공개(IPO)처럼 앞으로는 STO를 통해 기업자금을 모으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쪼개기 투자를 할 수 있는 새롭고 적합한 상품만 개발한다면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특히 글로벌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캐나다와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도 이번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이는 STO가 블록체인 기반이기 때문에 쉽고 투명하게 안정적으로 글로벌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자동화 계약)는 위조·도난이 어려워 ‘계’처럼 떼일 염려가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조작되지 않고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장부를 만들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입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펀블’의 조찬식 대표는 “STO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게 되면 해킹에 뚫리기 어려워 보안성이 좋아지고, 신속한 거래로 효율성도 높아지게 될 것”이 “어느 증권사가 가장 빨리 STO 시장을 선점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지적했습니다. ‘구글은 검색’이라는 말처럼, ‘STO는 어디 증권사’라는 브랜드 효과를 얻으려는 발빠른 시도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입니다.다만 우려와 고민도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에선 초기에 유동성을 키워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금융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금융당국은 STO가 제2의 코인시장처럼 투자자 피해가 발생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제2의 크라우드 펀딩’, ‘또 다른 개인 간 거래(P2P)’처럼 초기 시장이 혼탁하게 될 우려, STO 열풍이 소문만 무성했다가 투자는 저조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물론 이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기반 STO 제도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최초로 제도화하는 시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이 순항하고 시장이 살아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금융위 김주현 위원장과 김소영 부위원장, 금감원 이복현 원장과 함용일 부원장 등 당국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새로운 시도는 항상 어렵습니다. ‘왜 새로운 것을 시도해서 욕을 먹나’라는 관가의 시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도전 없이는 금융혁신은 이뤄질 수 없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해소하려면 자본시장을 살리는 제도개선이 꾸준히 이뤄져야 합니다. STO 정책도 이와 같은 제도개선의 일환입니다. 정책당국의 고민은 나눠야 줄어듭니다. 자본시장 활성화, 거래의 투명성·신뢰성, 투자자 보호까지 아우르는 묘책은 시장과 함께 소통하면서 찾아야 합니다. 금융위·금감원이 이번포럼에 참석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한 것처럼, 소통하는 정책 행보가 계속되길 기대해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최훈길 기자2023.03.06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렇게 많이 올지 몰랐네요.”지난 2일 ‘이데일리 토큰증권발행(STO) 포럼’에 참석한 한 참석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포럼에는 200명가량의 기업인들이 참석했습니다. 이들 대다수는 2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STO 포럼에 집중했습니다. 서로 명함을 주고받는 등 활발한 네트워킹도 했고요. 일부 참석자는 포럼 후에 “금융당국과 만나 속 시원히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느낄 수 있었다”는 평가도 했습니다. STO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토큰(디지털자산) 형태의 증권(ST)을 발행하는 것입니다. 부동산·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토큰을 발행해 증권처럼 거래할 수 있습니다. 소액 쪼개기 투자를 하는 것이어서 ‘조각투자’와 비슷합니다. 투자자는 지분, 의결권, 이자, 수익금 등을 나눠 가질 수 있습니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에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이를 전면 시행·허용할 계획입니다. 이데일리 STO 포럼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렸다. 이정엽(왼쪽부터) 블록체인법학회장을 좌장으로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TF팀장, 홍재근 대신증권 신사업추진단장, 조찬식 펀블 대표,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가 ‘STO를 통한 금융혁신 과제와 대안’을 주제로 토론했다. 이번 포럼은 국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증권사, 조각투자 기업 등 STO 관련 기관·업계·학계가 처음으로 한 곳에 모여 STO 관련 논의를 한 것이다. (사진=노진환 기자)법안 처리 시점 등 여러 불확실성 면이 있지만, 이번 포럼을 통해 분명한 몇 가지가 확인됐습니다. 첫째로는 STO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이 뜨겁다는 점입니다. 증권사나 금융투자 업계만 주로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증권사가 자체 STO 플랫폼을 만들거나 조각투자 기업을 인수하는 논의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증권사, 조각투자 기업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기업들 면면을 보면서 놀랐습니다. 증권사, 조각투자뿐 아니라 은행, 보험사, 블록체인 기업, 거래소, 핀테크, 통신사, 발전사, 유통사, 게임사, PG사, 연구원,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 다양했습니다. 영화투자·예술 업계, 해운업계에서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각계각층의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STO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봤기 때문입니다.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이사(디지털자산TF팀장)는 “STO는 부동산, 미술품, 한우, 음원, 채권뿐 아니라 웹툰, 선박, 지식재산권까지 발행 대상이 무궁무진한 장점이 있다”며 “제2의 기업공개(IPO)처럼 앞으로는 STO를 통해 기업자금을 모으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쪼개기 투자를 할 수 있는 새롭고 적합한 상품만 개발한다면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특히 글로벌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캐나다와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도 이번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이는 STO가 블록체인 기반이기 때문에 쉽고 투명하게 안정적으로 글로벌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자동화 계약)는 위조·도난이 어려워 ‘계’처럼 떼일 염려가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조작되지 않고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장부를 만들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입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펀블’의 조찬식 대표는 “STO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게 되면 해킹에 뚫리기 어려워 보안성이 좋아지고, 신속한 거래로 효율성도 높아지게 될 것”이 “어느 증권사가 가장 빨리 STO 시장을 선점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지적했습니다. ‘구글은 검색’이라는 말처럼, ‘STO는 어디 증권사’라는 브랜드 효과를 얻으려는 발빠른 시도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입니다.다만 우려와 고민도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에선 초기에 유동성을 키워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금융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금융당국은 STO가 제2의 코인시장처럼 투자자 피해가 발생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제2의 크라우드 펀딩’, ‘또 다른 개인 간 거래(P2P)’처럼 초기 시장이 혼탁하게 될 우려, STO 열풍이 소문만 무성했다가 투자는 저조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물론 이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기반 STO 제도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최초로 제도화하는 시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이 순항하고 시장이 살아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금융위 김주현 위원장과 김소영 부위원장, 금감원 이복현 원장과 함용일 부원장 등 당국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새로운 시도는 항상 어렵습니다. ‘왜 새로운 것을 시도해서 욕을 먹나’라는 관가의 시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도전 없이는 금융혁신은 이뤄질 수 없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해소하려면 자본시장을 살리는 제도개선이 꾸준히 이뤄져야 합니다. STO 정책도 이와 같은 제도개선의 일환입니다. 정책당국의 고민은 나눠야 줄어듭니다. 자본시장 활성화, 거래의 투명성·신뢰성, 투자자 보호까지 아우르는 묘책은 시장과 함께 소통하면서 찾아야 합니다. 금융위·금감원이 이번포럼에 참석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한 것처럼, 소통하는 정책 행보가 계속되길 기대해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문제가 심각한 건 이성열을 신격화해서 철저히 믿고 있다는 겁니다. 기사가 실려도 다 거짓이라고 지지 서명을 받고 있어요.”‘나스닥 상장 피해자’라고 밝힌 한 A 씨는 이데일리 기사를 본 뒤 지난 10일 기자에게 이같이 알려왔습니다. A 씨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금융감독원의 경고에도 이성열 씨 등의 사기 행각이 계속될까 우려된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한국에서 이성열 중간책들은 계속 활동하고 있다”면서 추가 금융사기 피해 가능성까지 우려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한국인 투자자를 속여 투자 자금을 편취한 아메리트러스트(Ameritrust) 사주 이성열 씨의 사기성 부정거래 혐의를 적발했다고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SEC에 따르면, 이 씨는 2019년 이후 최소 2000명의 한국 투자자로부터 2000만달러 이상을 모집했다. 하지만 이 씨는 상장을 위한 실질적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어떠한 절차도 수행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에게 교부한 주식은 대부분 미국법상 합법적인 발행 절차를 거치지 않아 거래가 불가능한 주식이었다.(사진=SEC)앞서 이데일리는 지난 9일 <‘나스닥 허위 상장’ 250억 사기…한국인 2천명 넘게 피해>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SEC가 아메리트러스트(Ameritrust) 사주 이성열 씨의 사기성 부정거래 혐의를 적발한 내용입니다. 이 씨는 미국 장외거래시장(OTC)에서 거래되는 아메리트러스트 주식이 뉴욕증권시장이나 나스닥에 상장될 것이라며 2000명 넘는 한국 투자자들로부터 2000만달러(9일 환율 기준, 252억원) 이상을 챙겼습니다. 관련해 금감원은 고수익을 미끼로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투자 사기에 주의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금감원 특별조사국 국제조사팀 관계자는 “특히 비상장회사일 경우 상장 추진 여부, 실적 전망 등을 확인하기 매우 어렵다”며 “상장 예정, 고수익 보장 등 근거가 불명확한 문구에 현혹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경고를 비웃듯 사기 행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아메리트러스트 이성열 측 유 모 교수는 “주주님들 사이에 돌고 있는 금융감독원 기사에 대해 동요할 필요가 없다”, “이성열 회장에 대한 한국 주주들의 신뢰를 입증할 지지선언문을 미국 사법당국에 보내고자 한다”며 ‘이성열 회장에 대한 지지 선언 및 동의 서명’을 지난 11일부터 오는 18일까지 받고 있습니다. 서명 후 원본을 사무실로 보내달라며 경기도 하남시 사무실 주소 및 담당자 핸드폰 번호까지 적시했습니다. 이데일리가 입수한 ‘이성열 회장에 대한 지지 선언 및 동의 서명’ 일부분. 이성열 측 유모 교수는 금융감독원이 아메리트러스트의 사기 행각에 대해 지난 9일 발표한 이후에 이같은 서명을 돌리며 ‘이성열 구명운동’에 나섰다.이데일리가 입수한 ‘이성열 회장에 대한 지지 선언 및 동의 서명’에 따르면 문건에는 “한국 주주들이 사기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실을 미국의 SEC가 무슨 근거와 자격으로 사기라고 단정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의 모든 주주들은 이성열 회장에게 적은 비용을 생활비 지원금으로 송금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성열 회장님을 존경”, “이성열 회장을 은인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적시돼 있습니다. 아울러 이성열 측 유 모 교수는 “해사 행위자를 응징하겠다”며 보복에도 나섰습니다. 그는 주주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SEC에 이메일을 보내 이성열 회장을 모함하는 해사 행위를 한 주주 3명은 반드시 색출해서 주주 자격부터 박탈해야 한다”며 “이 3명 주주야말로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남 사무실로 제보해달라”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특히 그는 “이번 사건만 슬기롭게 극복하면, 오히려 상장을 위한 예방주사를 맞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1주에 3일(월, 수, 금)은 줌(Zoom) 화상미팅을 통해 주주 여러분께 SEC의 고소 내용을 직접 설명하면서 SEC의 부당성을 알리는 강의를 하려고 한다”고 예고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적극적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대로 가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SEC는 미국 코네티컷 법원에 아메리트러스트와 이 씨에 대한 증권법 위반 행위 금지 명령, 자산동결, 부당이득 환수 등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SEC는 이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의 금융위원회, 금감원의 도움에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SEC 조사 과정에서 한미 공조가 이뤄져 철저한 조사를 했음을 내비친 것입니다. 하지만 금감원 확인 결과 2000명 넘는 한국인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을 당장 제대로 받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아메리트러스트가 미국 법인이고, 투자 권유를 국내 금융기관이 아닌 개인적으로 받은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이미 연락을 두절하고 도망간 경우도 있습니다. ‘나스닥 상장 피해자’라고 밝힌 한 A 씨도 친한 친구 권유로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권유했던 친구는 연락 두절 상태라고 하고요. 금감원은 금감원 증권불공정거래 신고(국번없이 1332)를 통해 피해 사례를 일단 접수해달라는 입장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이복현 금감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어려운 시기에 금융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불건전 영업행위에 엄정히 대응하겠다”며 “불법 사금융, 신종사기 등 민생침해 금융범죄 척결을 위해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금융감독당국의 경고에도 사기 행각을 계속하는 일이 잇따르면 피해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제보자 A 씨는 “피해자가 더이상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고 간곡히 당부했습니다. 제2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금융감독당국의 역할을 기대해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최훈길 기자2023.02.13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문제가 심각한 건 이성열을 신격화해서 철저히 믿고 있다는 겁니다. 기사가 실려도 다 거짓이라고 지지 서명을 받고 있어요.”‘나스닥 상장 피해자’라고 밝힌 한 A 씨는 이데일리 기사를 본 뒤 지난 10일 기자에게 이같이 알려왔습니다. A 씨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금융감독원의 경고에도 이성열 씨 등의 사기 행각이 계속될까 우려된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한국에서 이성열 중간책들은 계속 활동하고 있다”면서 추가 금융사기 피해 가능성까지 우려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한국인 투자자를 속여 투자 자금을 편취한 아메리트러스트(Ameritrust) 사주 이성열 씨의 사기성 부정거래 혐의를 적발했다고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SEC에 따르면, 이 씨는 2019년 이후 최소 2000명의 한국 투자자로부터 2000만달러 이상을 모집했다. 하지만 이 씨는 상장을 위한 실질적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어떠한 절차도 수행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에게 교부한 주식은 대부분 미국법상 합법적인 발행 절차를 거치지 않아 거래가 불가능한 주식이었다.(사진=SEC)앞서 이데일리는 지난 9일 <‘나스닥 허위 상장’ 250억 사기…한국인 2천명 넘게 피해>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SEC가 아메리트러스트(Ameritrust) 사주 이성열 씨의 사기성 부정거래 혐의를 적발한 내용입니다. 이 씨는 미국 장외거래시장(OTC)에서 거래되는 아메리트러스트 주식이 뉴욕증권시장이나 나스닥에 상장될 것이라며 2000명 넘는 한국 투자자들로부터 2000만달러(9일 환율 기준, 252억원) 이상을 챙겼습니다. 관련해 금감원은 고수익을 미끼로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투자 사기에 주의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금감원 특별조사국 국제조사팀 관계자는 “특히 비상장회사일 경우 상장 추진 여부, 실적 전망 등을 확인하기 매우 어렵다”며 “상장 예정, 고수익 보장 등 근거가 불명확한 문구에 현혹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경고를 비웃듯 사기 행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아메리트러스트 이성열 측 유 모 교수는 “주주님들 사이에 돌고 있는 금융감독원 기사에 대해 동요할 필요가 없다”, “이성열 회장에 대한 한국 주주들의 신뢰를 입증할 지지선언문을 미국 사법당국에 보내고자 한다”며 ‘이성열 회장에 대한 지지 선언 및 동의 서명’을 지난 11일부터 오는 18일까지 받고 있습니다. 서명 후 원본을 사무실로 보내달라며 경기도 하남시 사무실 주소 및 담당자 핸드폰 번호까지 적시했습니다. 이데일리가 입수한 ‘이성열 회장에 대한 지지 선언 및 동의 서명’ 일부분. 이성열 측 유모 교수는 금융감독원이 아메리트러스트의 사기 행각에 대해 지난 9일 발표한 이후에 이같은 서명을 돌리며 ‘이성열 구명운동’에 나섰다.이데일리가 입수한 ‘이성열 회장에 대한 지지 선언 및 동의 서명’에 따르면 문건에는 “한국 주주들이 사기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실을 미국의 SEC가 무슨 근거와 자격으로 사기라고 단정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의 모든 주주들은 이성열 회장에게 적은 비용을 생활비 지원금으로 송금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성열 회장님을 존경”, “이성열 회장을 은인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적시돼 있습니다. 아울러 이성열 측 유 모 교수는 “해사 행위자를 응징하겠다”며 보복에도 나섰습니다. 그는 주주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SEC에 이메일을 보내 이성열 회장을 모함하는 해사 행위를 한 주주 3명은 반드시 색출해서 주주 자격부터 박탈해야 한다”며 “이 3명 주주야말로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남 사무실로 제보해달라”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특히 그는 “이번 사건만 슬기롭게 극복하면, 오히려 상장을 위한 예방주사를 맞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1주에 3일(월, 수, 금)은 줌(Zoom) 화상미팅을 통해 주주 여러분께 SEC의 고소 내용을 직접 설명하면서 SEC의 부당성을 알리는 강의를 하려고 한다”고 예고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적극적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대로 가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SEC는 미국 코네티컷 법원에 아메리트러스트와 이 씨에 대한 증권법 위반 행위 금지 명령, 자산동결, 부당이득 환수 등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SEC는 이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의 금융위원회, 금감원의 도움에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SEC 조사 과정에서 한미 공조가 이뤄져 철저한 조사를 했음을 내비친 것입니다. 하지만 금감원 확인 결과 2000명 넘는 한국인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을 당장 제대로 받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아메리트러스트가 미국 법인이고, 투자 권유를 국내 금융기관이 아닌 개인적으로 받은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이미 연락을 두절하고 도망간 경우도 있습니다. ‘나스닥 상장 피해자’라고 밝힌 한 A 씨도 친한 친구 권유로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권유했던 친구는 연락 두절 상태라고 하고요. 금감원은 금감원 증권불공정거래 신고(국번없이 1332)를 통해 피해 사례를 일단 접수해달라는 입장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이복현 금감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어려운 시기에 금융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불건전 영업행위에 엄정히 대응하겠다”며 “불법 사금융, 신종사기 등 민생침해 금융범죄 척결을 위해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금융감독당국의 경고에도 사기 행각을 계속하는 일이 잇따르면 피해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제보자 A 씨는 “피해자가 더이상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고 간곡히 당부했습니다. 제2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금융감독당국의 역할을 기대해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세계 최초·사상 최대 과징금.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의 계열사인 시타델증권이 최근 118억8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습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달 26일 김소영 증선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 주재 회의에서 이같은 제재를 부과했습니다. 시타델증권이 ‘초단타 거래’인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를 통해 시장질서를 교란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같은 제재는 세계 최초 사례인데다 초단타 거래 관련 사상 최대 과징금입니다. 시타델증권은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시타델증권은 입장문에서 “한국 법과 국제 규범을 모두 준수했다고 확신한다”며 “증선위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항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타델증권이 제재 취소 소송을 하면, 초단타매매의 시장질서 교란행위 관련한 세계 최초 판례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금융당국과 미국 증권사와의 치열한 법리 논쟁이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예상되는 법리 쟁점을 들여다보면, 주목되는 포인트가 많습니다. 왜 세계 최초로 과징금 제재를 했는지부터 주목됩니다. 사실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는 불법이 아닙니다. 이는 주식 주문의 생성·가격·시점, 주문 제출 후 관리방법 등을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적으로 결정하는 ‘초단타 거래’입니다. 수강 신청할 때 서버 다운까지 일으키는 매크로 프로그램처럼, 수초만에 대규모 거래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시타델증권은 미국 등 해외에서 초단타매매로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 금융당국도 초단타매매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제재를 내린 게 아닙니다. 증선위는 “발전된 기법을 활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적극 독려한다”는 입장까지 밝혔습니다. 이때문에 시타델증권은 ‘한국 정부가 해외에서도 허용한 투자 기법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제재를 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타델증권의 행태로 인한 시장교란 사태입니다. 금융당국이 문제 삼은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한국 주식시장을 교란한 점’입니다. 시타델증권은 치고 빠지는 초단타 거래로 매수세를 유인한 뒤, 가격이 오르면 보유 물량을 처분하고 매수 주문을 취소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1000분의 1초 이상의 속도로 주문할 수 있는 최첨단 슈퍼컴퓨터도 동원했습니다. 관련 거래만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일평균 1422개 종목에 5000억원이 넘습니다.이런 수법에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들은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호재가 있구나”라며 매수세에 따라 붙었던 투자자들은 허탕을 치며 손해를 입었습니다.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은 2018년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거대 자본으로 주가의 시세를 왜곡해 개인투자자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문제를 알고도 묵살한 정황입니다. 시타델증권은 메릴린치증권을 통해 이같은 주문을 했습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2019년 7월16일 시장감시위원회를 열고 메릴린치증권에 제재금 1억75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당시 거래소는 “2017년 11월 거래소에서 공문으로 시타델증권의 주문에 문제가 있다고 알렸지만 메릴린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시타델증권은 알고리즘 매매 관련 소스 코드를 제공하지 않는 등 금융당국 조사 과정에서 비협조적인 면도 보였습니다.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의 계열사인 시타델증권.이번 제재 확정까지 4년간 치열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금감원은 2019년 4월께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금융위 산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의 7차례 회의(전문가 간담회 포함), 대심제 3차례를 포함한 증선위 5차례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대심제는 금감원과 시타델증권이 참석해 문제제기와 반론을 펼치는 현장 공론장입니다. 세계 최초 제재 논의인 만큼 금융당국의 철저한 검토, 시타델증권에 대한 충분한 방어권 보장 등으로 조사부터 제재 확장까지 4년이나 걸렸습니다. 증선위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 취지, 한국 주식시장 특성, 거래시간·횟수·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후 시타델증권의 매매 행태에 △통상 허용되지 않는 방법으로 시장의 건전성 훼손 △시장 요인에 의하지 아니한 다른 요인으로 인위적으로 시세 및 거래량 변동 △일반투자자에게 해당 주식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오해 유발 등을 인정해 제재하기로 했습니다. 제재 수위는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시장 건전성을 훼손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자본시장법 178조2) 제재가 적용됐습니다. 위법 대상은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264개 종목(6796개 매매 구간)으로 보고, 여기에 과징금 산정 기준에 따라 최대한 적용할 수 있는 과징금(264개 종목×3000만원×1.5배)을 부과했습니다. 이 결과 118억8000만원이라는 사상최대 과징금이 나오게 됐습니다. 다만 의도·목적성에 대한 ‘확실한 물증’을 찾지 못해 형사처벌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시타델증권과 메릴린치증권의 행태에 대해 “한국 주식시장을 무시한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한국 증시는 해외와 달리 개인투자자 비중이 절대적으로 많은 시장입니다. 초단타매매 자체가 합법이더라도 비상식적 매매로 인한 시장교란을 놔두면, 개인 투자자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시타델증권에 대한 제재 결과는 국내 증시에 침투해 시장을 교란하고 동학개미를 우롱한 것에 대한 ‘레드 카드’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주식 시장이 살아나면서 떠났던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형국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개미들을 등치는 거래는 없어야 합니다. 특히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엄격하고 엄정한 신호를 줘야 합니다. 그것이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지름길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최훈길 기자2023.02.04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세계 최초·사상 최대 과징금.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의 계열사인 시타델증권이 최근 118억8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습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달 26일 김소영 증선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 주재 회의에서 이같은 제재를 부과했습니다. 시타델증권이 ‘초단타 거래’인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를 통해 시장질서를 교란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같은 제재는 세계 최초 사례인데다 초단타 거래 관련 사상 최대 과징금입니다. 시타델증권은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시타델증권은 입장문에서 “한국 법과 국제 규범을 모두 준수했다고 확신한다”며 “증선위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항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타델증권이 제재 취소 소송을 하면, 초단타매매의 시장질서 교란행위 관련한 세계 최초 판례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금융당국과 미국 증권사와의 치열한 법리 논쟁이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예상되는 법리 쟁점을 들여다보면, 주목되는 포인트가 많습니다. 왜 세계 최초로 과징금 제재를 했는지부터 주목됩니다. 사실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는 불법이 아닙니다. 이는 주식 주문의 생성·가격·시점, 주문 제출 후 관리방법 등을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적으로 결정하는 ‘초단타 거래’입니다. 수강 신청할 때 서버 다운까지 일으키는 매크로 프로그램처럼, 수초만에 대규모 거래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시타델증권은 미국 등 해외에서 초단타매매로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 금융당국도 초단타매매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제재를 내린 게 아닙니다. 증선위는 “발전된 기법을 활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적극 독려한다”는 입장까지 밝혔습니다. 이때문에 시타델증권은 ‘한국 정부가 해외에서도 허용한 투자 기법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제재를 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타델증권의 행태로 인한 시장교란 사태입니다. 금융당국이 문제 삼은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한국 주식시장을 교란한 점’입니다. 시타델증권은 치고 빠지는 초단타 거래로 매수세를 유인한 뒤, 가격이 오르면 보유 물량을 처분하고 매수 주문을 취소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1000분의 1초 이상의 속도로 주문할 수 있는 최첨단 슈퍼컴퓨터도 동원했습니다. 관련 거래만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일평균 1422개 종목에 5000억원이 넘습니다.이런 수법에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들은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호재가 있구나”라며 매수세에 따라 붙었던 투자자들은 허탕을 치며 손해를 입었습니다.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은 2018년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거대 자본으로 주가의 시세를 왜곡해 개인투자자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문제를 알고도 묵살한 정황입니다. 시타델증권은 메릴린치증권을 통해 이같은 주문을 했습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2019년 7월16일 시장감시위원회를 열고 메릴린치증권에 제재금 1억75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당시 거래소는 “2017년 11월 거래소에서 공문으로 시타델증권의 주문에 문제가 있다고 알렸지만 메릴린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시타델증권은 알고리즘 매매 관련 소스 코드를 제공하지 않는 등 금융당국 조사 과정에서 비협조적인 면도 보였습니다.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의 계열사인 시타델증권.이번 제재 확정까지 4년간 치열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금감원은 2019년 4월께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금융위 산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의 7차례 회의(전문가 간담회 포함), 대심제 3차례를 포함한 증선위 5차례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대심제는 금감원과 시타델증권이 참석해 문제제기와 반론을 펼치는 현장 공론장입니다. 세계 최초 제재 논의인 만큼 금융당국의 철저한 검토, 시타델증권에 대한 충분한 방어권 보장 등으로 조사부터 제재 확장까지 4년이나 걸렸습니다. 증선위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 취지, 한국 주식시장 특성, 거래시간·횟수·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후 시타델증권의 매매 행태에 △통상 허용되지 않는 방법으로 시장의 건전성 훼손 △시장 요인에 의하지 아니한 다른 요인으로 인위적으로 시세 및 거래량 변동 △일반투자자에게 해당 주식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오해 유발 등을 인정해 제재하기로 했습니다. 제재 수위는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시장 건전성을 훼손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자본시장법 178조2) 제재가 적용됐습니다. 위법 대상은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264개 종목(6796개 매매 구간)으로 보고, 여기에 과징금 산정 기준에 따라 최대한 적용할 수 있는 과징금(264개 종목×3000만원×1.5배)을 부과했습니다. 이 결과 118억8000만원이라는 사상최대 과징금이 나오게 됐습니다. 다만 의도·목적성에 대한 ‘확실한 물증’을 찾지 못해 형사처벌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시타델증권과 메릴린치증권의 행태에 대해 “한국 주식시장을 무시한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한국 증시는 해외와 달리 개인투자자 비중이 절대적으로 많은 시장입니다. 초단타매매 자체가 합법이더라도 비상식적 매매로 인한 시장교란을 놔두면, 개인 투자자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시타델증권에 대한 제재 결과는 국내 증시에 침투해 시장을 교란하고 동학개미를 우롱한 것에 대한 ‘레드 카드’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주식 시장이 살아나면서 떠났던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형국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개미들을 등치는 거래는 없어야 합니다. 특히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엄격하고 엄정한 신호를 줘야 합니다. 그것이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지름길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총선 나갈 수 있을까요?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이 원장 본인도 이 사실을 알고 있고요.” 여의도를 다니다 보면 이복현 금감원장의 총선 출마설을 종종 듣습니다. 이 원장이 내년 4월10일에 치러지는 22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선거일 120일 전에 사퇴해야 합니다. 이 원장이 3년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연내에 중도 사퇴할 경우, 금융감독 행정에도 영향이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현재 금감원 내부의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이 원장은 좌고우면 없이 업무에만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 원장은 작년 6월7일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정치적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습니다. 총선 출마설 같은 정치적인 해석에도 일체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감원 직원들에게 “금융회사의 책임경영을 주문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책임감 있는 감독을 실천합시다”라고 당부했다. (사진=금융감독원)오히려 이 원장은 “이런 일을 함께 해보자”며 업무 의욕이 크다고 합니다. 적극적이고 성실한 이 원장의 개인 성향도 있지만, 경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영향이 있습니다. 새해 들어 야근하는 금감원 직원들이 부쩍 늘어난 상황입니다. 최악의 경제 파국 상황이 오지는 않더라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각종 리스크 요인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장은 잇단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먹구름이 낀 상태입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작년 4분기 ‘어닝쇼크(실적 저하 충격)’는 실적 악화 신호탄이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 기업 202곳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개월 전 전망치(50조6071억원)보다 46% 급감한 27조5267억원이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올해는 본격적 ‘경기 침체’가 예상됩니다. 정부 지원으로 둔촌주공발(發) 리스크가 위기를 넘겼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는 여전합니다. 0%대 성장률 우려, 고용 한파, 물가 부담, 기업공개(IPO) 잇단 철회 등으로 올해 경제가 녹록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한탕 노리려는 ‘빌런(악당)’은 늘고 있습니다. 선제적 리스크 대비 없이는 시장 교란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새해 들어 금감원이 사모 전환사채(CB)와 관련해 칼을 빼든 것도 이같은 배경을 고려한 것입니다. 2020~2022년 사모 CB 발행 규모는 23조2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렇게 규모가 늘자 CB 인수 후 시세 조종,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주가를 띄우고 이익을 챙기는 불공정거래가 잇따랐습니다. 현재 금감원이 조사 중인 CB 관련 중대 사건만 14건에 달합니다. 주목되는 점은 이 원장이 “자본시장 교란사범을 엄단하겠다”며 집중감시 체계를 가동한 것입니다. 이번 조사에 조사기획국, 자본시장조사국, 특별조사국, 기업공시국, 공시심사실, 회계심사국 회계조사국, 금융투자검사국 등이 투입됐습니다. 조사·공시·회계·검사 등 자본시장을 맡고 있는 주요 부서가 이번 조사에 모두 참여했습니다. 이 원장은 새해 들어 사모펀드(PEF) 운용사 CEO,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CEO,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 CEO 등과 잇따라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실물경기가 위축될 경우 한계 차주를 중심으로 상환 여력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긴축 스케줄이 끝나가고 고환율·고물가 숨통이 트이겠지만, 섣부른 샴페인을 터뜨려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입니다. 실적 둔화→신용등급 강등→회사채 채무불이행(디폴트)→구조조정 확대 악순환 우려도 여전합니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총선 등 정치 일정보다 경제가 우선입니다. 기업에 책임경영을 주문하기 앞서 ‘워치독(watchdog)’ 금융감독 당국부터 초심을 잃지 않길 기대해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최훈길 기자2023.01.24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총선 나갈 수 있을까요?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이 원장 본인도 이 사실을 알고 있고요.” 여의도를 다니다 보면 이복현 금감원장의 총선 출마설을 종종 듣습니다. 이 원장이 내년 4월10일에 치러지는 22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선거일 120일 전에 사퇴해야 합니다. 이 원장이 3년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연내에 중도 사퇴할 경우, 금융감독 행정에도 영향이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현재 금감원 내부의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이 원장은 좌고우면 없이 업무에만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 원장은 작년 6월7일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정치적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습니다. 총선 출마설 같은 정치적인 해석에도 일체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감원 직원들에게 “금융회사의 책임경영을 주문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책임감 있는 감독을 실천합시다”라고 당부했다. (사진=금융감독원)오히려 이 원장은 “이런 일을 함께 해보자”며 업무 의욕이 크다고 합니다. 적극적이고 성실한 이 원장의 개인 성향도 있지만, 경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영향이 있습니다. 새해 들어 야근하는 금감원 직원들이 부쩍 늘어난 상황입니다. 최악의 경제 파국 상황이 오지는 않더라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각종 리스크 요인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장은 잇단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먹구름이 낀 상태입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작년 4분기 ‘어닝쇼크(실적 저하 충격)’는 실적 악화 신호탄이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 기업 202곳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개월 전 전망치(50조6071억원)보다 46% 급감한 27조5267억원이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올해는 본격적 ‘경기 침체’가 예상됩니다. 정부 지원으로 둔촌주공발(發) 리스크가 위기를 넘겼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는 여전합니다. 0%대 성장률 우려, 고용 한파, 물가 부담, 기업공개(IPO) 잇단 철회 등으로 올해 경제가 녹록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한탕 노리려는 ‘빌런(악당)’은 늘고 있습니다. 선제적 리스크 대비 없이는 시장 교란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새해 들어 금감원이 사모 전환사채(CB)와 관련해 칼을 빼든 것도 이같은 배경을 고려한 것입니다. 2020~2022년 사모 CB 발행 규모는 23조2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렇게 규모가 늘자 CB 인수 후 시세 조종,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주가를 띄우고 이익을 챙기는 불공정거래가 잇따랐습니다. 현재 금감원이 조사 중인 CB 관련 중대 사건만 14건에 달합니다. 주목되는 점은 이 원장이 “자본시장 교란사범을 엄단하겠다”며 집중감시 체계를 가동한 것입니다. 이번 조사에 조사기획국, 자본시장조사국, 특별조사국, 기업공시국, 공시심사실, 회계심사국 회계조사국, 금융투자검사국 등이 투입됐습니다. 조사·공시·회계·검사 등 자본시장을 맡고 있는 주요 부서가 이번 조사에 모두 참여했습니다. 이 원장은 새해 들어 사모펀드(PEF) 운용사 CEO,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CEO,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 CEO 등과 잇따라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실물경기가 위축될 경우 한계 차주를 중심으로 상환 여력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긴축 스케줄이 끝나가고 고환율·고물가 숨통이 트이겠지만, 섣부른 샴페인을 터뜨려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입니다. 실적 둔화→신용등급 강등→회사채 채무불이행(디폴트)→구조조정 확대 악순환 우려도 여전합니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총선 등 정치 일정보다 경제가 우선입니다. 기업에 책임경영을 주문하기 앞서 ‘워치독(watchdog)’ 금융감독 당국부터 초심을 잃지 않길 기대해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내부 및 외부 회의가 많다 보니 일정이 수시로 변경되네요. 설 연휴에도 일해야 할 것 같아요. 당분간 서로 얼굴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을 담당하는 부서들은 이와 같은 새해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야근왕 자본시장감독국·자본시장정책관’이라 불릴 정도로 바쁘다고 합니다. 주말에도 현안을 챙겨야 할 정도로 자본시장 관련 부서가 ‘열일’하고 있다고 하네요. 새해에 만난 한 고위관계자는 “회의가 많다 보니 운동할 시간도 없어 살이 자꾸 찐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CEO 간담회를 열었다. 올해 첫 업계 간담회로 자본시장 분야 CEO들을 만난 것이다. 이 원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개선에 대해 질문을 받자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들은 사전 차단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방법론을 계속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사진=금융감독원)◇‘열일’하는 금융위·금감원…뒤숭숭한 시장실제로 새해 들어 월요일 조간 신문에는 금융위·금감원 자본시장 부서에서 내놓은 소식이 잇따라 실렸습니다.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국문번역본 추가 공개’(9일자 조간), ‘증권회사 파생결합증권 발행 운용 현황’(9일자 조간), ‘ESG 채권 인증평가 가이드라인’(16일자 조간)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칠 금융정책과 감독지침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관련 업무보고를 받기로 하면서 더 바빠진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은 오는 30일 금융위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입니다. 금감원도 금융위와 함께 업무보고를 준비 중입니다. 윤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통해 자본시장 관련 내용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자본시장 관련 보고도 많이 받고 있다고 합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작년 5월 발표한 120개 국정과제에 ‘자본시장 혁신과 투자자 신뢰 제고로 모험자본 활성화’를 포함 시켰습니다. 이후 금융위는 작년 7월 △물적분할 관련 주주 보호 △불공정거래 근절 △공매도 제도 개선 △상장폐지 제도 개선 △내부자거래 관련 투자자 보호 △감사인 지정제 △증권형 토큰 △모험자본 공급 등 8대 자본시장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이후 ‘김주현 위원장-김소영 부위원장’ 체제로 뚝심 있게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금감원은 이복현 원장이 새해 관련 조직개편을 예고했습니다. 금융시장안정국을 신설하고 감독총괄국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주식리딩방 조사전담팀도 신설합니다. 회계감리 1·2국으로 회계 감독도 강화합니다. 회계부정 행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는 31일 팀장급 인사가 시행되면 내달부터는 본격적인 시장 감독이 시작될 전망입니다. 금융위는 증시를 살리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각종 정책을 내놓고, 금감원은 자본시장 불공정 행위를 감독하는 역할을 강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는 올해 시장 변화를 앞두고 당국이 긴밀한 역할 분담을 한 것입니다.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대로 둔화했습니다. 이어 ‘매파’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마저 “연준의 일이 이제 끝나가고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여의도 금융가 저편으로 구름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마동석처럼 싸우되, 워런 버핏처럼 가라”증권업계는 복잡한 심경입니다.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증권사들은 시장을 떠난 개미들을 잡기 위해 새해 들어 ‘고객 유치 이벤트’를 시작했습니다.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등은 현금성 쿠폰 등을 지급하는 행사를 진행 중입니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대대적인 수수료 할인 혜택을 내걸었습니다. “주식 시작하면 파격적인 선물을 쏩니다”라는 전략으로 동학·서학개미 유치에 나선 것입니다. 반면 걱정도 많습니다. 작년 초 12조원을 웃돌던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들어 6조원대로 반토막 났습니다. KB증권,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은 지난해 희망퇴직을 받았습니다.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증권도 새해 들어 만 45세 이상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마감했습니다. 증시 침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잇따라 증권사 인력 조정에 나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금융위의 자본시장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와 걱정 속에 바라보고 있습니다. 특히 ‘야근왕’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을 비롯해 감독당국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금융범죄에 칼을 휘두르는 건 박수 받을 일이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작년 말부터 관치 논란까지 불거져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이복현 원장은 작년 6월11일 취임사에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된 만큼 은행, 보험, 자본시장 등 각 업권의 특성을 고려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설적인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시장을 멀리 보고 장기적인 투자 관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얼마나 섬세한 접근을 할지,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할지 시장은 주시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민감하고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정책과 감독의 영향은 큽니다. 자칫 잘못하다 보면 살아나는 시장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를 통해 시장은 이 여파를 절감했습니다. 앞으로 금융감독 당국이 증권범죄에는 배우 마동석처럼 힘있게 싸우되, 단기적인 감독 실적이 아니라 넓고 멀리 보는 워런 버핏의 시각도 유지하길 기대해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최훈길 기자2023.01.15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내부 및 외부 회의가 많다 보니 일정이 수시로 변경되네요. 설 연휴에도 일해야 할 것 같아요. 당분간 서로 얼굴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을 담당하는 부서들은 이와 같은 새해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야근왕 자본시장감독국·자본시장정책관’이라 불릴 정도로 바쁘다고 합니다. 주말에도 현안을 챙겨야 할 정도로 자본시장 관련 부서가 ‘열일’하고 있다고 하네요. 새해에 만난 한 고위관계자는 “회의가 많다 보니 운동할 시간도 없어 살이 자꾸 찐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CEO 간담회를 열었다. 올해 첫 업계 간담회로 자본시장 분야 CEO들을 만난 것이다. 이 원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개선에 대해 질문을 받자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들은 사전 차단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방법론을 계속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사진=금융감독원)◇‘열일’하는 금융위·금감원…뒤숭숭한 시장실제로 새해 들어 월요일 조간 신문에는 금융위·금감원 자본시장 부서에서 내놓은 소식이 잇따라 실렸습니다.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국문번역본 추가 공개’(9일자 조간), ‘증권회사 파생결합증권 발행 운용 현황’(9일자 조간), ‘ESG 채권 인증평가 가이드라인’(16일자 조간)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칠 금융정책과 감독지침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관련 업무보고를 받기로 하면서 더 바빠진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은 오는 30일 금융위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입니다. 금감원도 금융위와 함께 업무보고를 준비 중입니다. 윤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통해 자본시장 관련 내용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자본시장 관련 보고도 많이 받고 있다고 합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작년 5월 발표한 120개 국정과제에 ‘자본시장 혁신과 투자자 신뢰 제고로 모험자본 활성화’를 포함 시켰습니다. 이후 금융위는 작년 7월 △물적분할 관련 주주 보호 △불공정거래 근절 △공매도 제도 개선 △상장폐지 제도 개선 △내부자거래 관련 투자자 보호 △감사인 지정제 △증권형 토큰 △모험자본 공급 등 8대 자본시장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이후 ‘김주현 위원장-김소영 부위원장’ 체제로 뚝심 있게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금감원은 이복현 원장이 새해 관련 조직개편을 예고했습니다. 금융시장안정국을 신설하고 감독총괄국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주식리딩방 조사전담팀도 신설합니다. 회계감리 1·2국으로 회계 감독도 강화합니다. 회계부정 행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는 31일 팀장급 인사가 시행되면 내달부터는 본격적인 시장 감독이 시작될 전망입니다. 금융위는 증시를 살리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각종 정책을 내놓고, 금감원은 자본시장 불공정 행위를 감독하는 역할을 강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는 올해 시장 변화를 앞두고 당국이 긴밀한 역할 분담을 한 것입니다.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대로 둔화했습니다. 이어 ‘매파’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마저 “연준의 일이 이제 끝나가고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여의도 금융가 저편으로 구름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마동석처럼 싸우되, 워런 버핏처럼 가라”증권업계는 복잡한 심경입니다.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증권사들은 시장을 떠난 개미들을 잡기 위해 새해 들어 ‘고객 유치 이벤트’를 시작했습니다.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등은 현금성 쿠폰 등을 지급하는 행사를 진행 중입니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대대적인 수수료 할인 혜택을 내걸었습니다. “주식 시작하면 파격적인 선물을 쏩니다”라는 전략으로 동학·서학개미 유치에 나선 것입니다. 반면 걱정도 많습니다. 작년 초 12조원을 웃돌던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들어 6조원대로 반토막 났습니다. KB증권,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은 지난해 희망퇴직을 받았습니다.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증권도 새해 들어 만 45세 이상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마감했습니다. 증시 침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잇따라 증권사 인력 조정에 나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금융위의 자본시장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와 걱정 속에 바라보고 있습니다. 특히 ‘야근왕’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을 비롯해 감독당국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금융범죄에 칼을 휘두르는 건 박수 받을 일이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작년 말부터 관치 논란까지 불거져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이복현 원장은 작년 6월11일 취임사에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된 만큼 은행, 보험, 자본시장 등 각 업권의 특성을 고려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설적인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시장을 멀리 보고 장기적인 투자 관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얼마나 섬세한 접근을 할지,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할지 시장은 주시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민감하고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정책과 감독의 영향은 큽니다. 자칫 잘못하다 보면 살아나는 시장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를 통해 시장은 이 여파를 절감했습니다. 앞으로 금융감독 당국이 증권범죄에는 배우 마동석처럼 힘있게 싸우되, 단기적인 감독 실적이 아니라 넓고 멀리 보는 워런 버핏의 시각도 유지하길 기대해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지난 주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로 신규 등록하면서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금융위 대변인직이 6개월째 공석이어서입니다. 정식 임명 없이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입니다. 대변인은 ‘금융위 입’으로서 주요 정책을 알리고, 언론과 마주하는 최전선에 있습니다. 장관·금융기관장 등 요직에 오를 수 있는 주요 보직이고요. 특히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 현안이 중요해진 때인데 대변인직이 반년이나 공석인 점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작년 10월2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면서 레고랜드 사태 관련해 “조금 미안하다”며 “어찌 됐든 전혀 본의가 아닌데도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오니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사진=이영훈 기자)◇대변인 공석, 금융위 깊은 고민무슨 속사정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금융위 대변인직은 고위공무원(국장급) 개방형 직위입니다. 개방형 직위란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금융위의 경우 관련 분야 3년 이상 근무)도 응시할 수 있는 자리로 통상 민간인이 임명됩니다. 금융위는 “국내외 경제 및 금융 관련 기관에서 업무 경험이 풍부한 자”, “금융 정책수립 및 제도개선 등 관련 분야에서 탁월한 업무 실적을 소지하거나 정책홍보 분야에서 업무 실적이 우수한 자” 등을 대변인으로 뽑고 있습니다. 앞서 서정아 대변인이 작년 7월까지 3년간 대변인직을 맡았습니다. 서 대변인이 2019년 7월에 개방형 직위인 대변인직에 임명되자 당시 관가에선 화제가 됐습니다. 금융위원회 첫 여성 고위공무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인사혁신처의 정부헤드헌팅을 통해 약 26년간 언론사에서 근무한 언론인이 대변인을 맡게 된 점도 주목받았습니다. 서 대변인은 “전통적 방식을 탈피하겠다”며 문재인정부 금융위에 새 바람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뒤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금융위 대변인직을 개방형 직위로 뽑는 일정이 잇따라 지체됐습니다. 개방형 직위 인선 절차는 인사혁신처가 맡고 있습니다. 인사혁신처 확인 결과,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금융위 개방형 직위 인사는 없었습니다. 앞으로 금융위 개방형 직위 인사가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서 대변인처럼 민간 전문가가 임명될지도 불투명한 셈입니다. 관가에서는 2가지로 원인을 분석합니다. 첫째로 적임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금융위 대변인직에 오를 여러 후보군을 검증해봤지만 괜찮은 인사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석연치 않습니다. 당장 적임자가 없었더라도 6개월이나 공석인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듭니다. 지원자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금융위 대변인직에 일간지 출신 언론인 등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금융위가 ‘다른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변인직의 개방형 직위 지정을 철회하는 방법입니다. 대변인직을 금융위 내부 국장급 공무원으로 임명하고, 다른 직위를 개방형 직위로 지정하는 방안입니다. 이렇게 하려면 인사혁신처와 협의를 거쳐야 합니다. 어떤 직위를 개방형 직위로 지정할지 내부 논의도 필요합니다. 대변인에 임명할 직원의 행정고시 기수, 경력 등 고려할 사안도 많아 대변인 임명이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8월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대외 리스크 점검, 금융시장 안정, 가계부채 관리 등에 빈틈이 없도록 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사진=대통령실)◇시장 움직이는 ‘금융위 입’ 중요성 절감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금융위가 장고를 거듭하는 데는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녹록지 않고 불확실한 경제에 대한 고민입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에 그칠 정도로, 작년보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예상됩니다. 이데일리가 국내 10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올해 증시 전망치를 문의한 결과, 코스피 최저점은 2000선, 최고점은 2700선이었습니다. 그만큼 증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최근 레고랜드 사태는 금융위 고민을 더 깊게 했습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작년 9월28일 춘천시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 사업을 맡았던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지자체의 신용보장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시장 불안감이 확산했습니다. 결국 레고랜드발(發) 국내 자금시장 경색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이후 정부가 ‘50조원+α’의 긴급 시장안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불씨가 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를 겪은 금융위는 민감한 시장 상황과 함께 ‘말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특히 ‘금융위 입’인 대변인 자리는 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자리입니다. 과거에도 안심전환대출 규모, 공매도 재개 시기 등을 놓고 시장이 불안할 때, 금융위 대변인 발언이 시장에 영향을 줬습니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 이후에는 관가에서 당국자 발언에 더욱 신경 쓰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민간인보다는 오랫동안 금융당국에 있었던 내부 출신 공무원을 대변인으로 앉히려는 분위기입니다. 이르면 이달 말 결론이 날 전망입니다. 금융위가 이달 말 대통령 업무보고 전에 대변인을 임명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대변인 등 주요 인사들을 임명한 뒤에 대통령 업무보고를 진행할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금융위 대변인으로 언제 누가 정식 임명을 받을지 주목됩니다. ‘금융위 입’에 대한 인사 결과 보면, 금융당국이 올해 경제 상황과 경기를 보는 엄중한 시각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최훈길 기자2023.01.08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지난 주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로 신규 등록하면서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금융위 대변인직이 6개월째 공석이어서입니다. 정식 임명 없이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입니다. 대변인은 ‘금융위 입’으로서 주요 정책을 알리고, 언론과 마주하는 최전선에 있습니다. 장관·금융기관장 등 요직에 오를 수 있는 주요 보직이고요. 특히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 현안이 중요해진 때인데 대변인직이 반년이나 공석인 점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작년 10월2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면서 레고랜드 사태 관련해 “조금 미안하다”며 “어찌 됐든 전혀 본의가 아닌데도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오니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사진=이영훈 기자)◇대변인 공석, 금융위 깊은 고민무슨 속사정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금융위 대변인직은 고위공무원(국장급) 개방형 직위입니다. 개방형 직위란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금융위의 경우 관련 분야 3년 이상 근무)도 응시할 수 있는 자리로 통상 민간인이 임명됩니다. 금융위는 “국내외 경제 및 금융 관련 기관에서 업무 경험이 풍부한 자”, “금융 정책수립 및 제도개선 등 관련 분야에서 탁월한 업무 실적을 소지하거나 정책홍보 분야에서 업무 실적이 우수한 자” 등을 대변인으로 뽑고 있습니다. 앞서 서정아 대변인이 작년 7월까지 3년간 대변인직을 맡았습니다. 서 대변인이 2019년 7월에 개방형 직위인 대변인직에 임명되자 당시 관가에선 화제가 됐습니다. 금융위원회 첫 여성 고위공무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인사혁신처의 정부헤드헌팅을 통해 약 26년간 언론사에서 근무한 언론인이 대변인을 맡게 된 점도 주목받았습니다. 서 대변인은 “전통적 방식을 탈피하겠다”며 문재인정부 금융위에 새 바람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뒤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금융위 대변인직을 개방형 직위로 뽑는 일정이 잇따라 지체됐습니다. 개방형 직위 인선 절차는 인사혁신처가 맡고 있습니다. 인사혁신처 확인 결과,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금융위 개방형 직위 인사는 없었습니다. 앞으로 금융위 개방형 직위 인사가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서 대변인처럼 민간 전문가가 임명될지도 불투명한 셈입니다. 관가에서는 2가지로 원인을 분석합니다. 첫째로 적임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금융위 대변인직에 오를 여러 후보군을 검증해봤지만 괜찮은 인사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석연치 않습니다. 당장 적임자가 없었더라도 6개월이나 공석인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듭니다. 지원자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금융위 대변인직에 일간지 출신 언론인 등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금융위가 ‘다른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변인직의 개방형 직위 지정을 철회하는 방법입니다. 대변인직을 금융위 내부 국장급 공무원으로 임명하고, 다른 직위를 개방형 직위로 지정하는 방안입니다. 이렇게 하려면 인사혁신처와 협의를 거쳐야 합니다. 어떤 직위를 개방형 직위로 지정할지 내부 논의도 필요합니다. 대변인에 임명할 직원의 행정고시 기수, 경력 등 고려할 사안도 많아 대변인 임명이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8월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대외 리스크 점검, 금융시장 안정, 가계부채 관리 등에 빈틈이 없도록 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사진=대통령실)◇시장 움직이는 ‘금융위 입’ 중요성 절감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금융위가 장고를 거듭하는 데는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녹록지 않고 불확실한 경제에 대한 고민입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에 그칠 정도로, 작년보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예상됩니다. 이데일리가 국내 10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올해 증시 전망치를 문의한 결과, 코스피 최저점은 2000선, 최고점은 2700선이었습니다. 그만큼 증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최근 레고랜드 사태는 금융위 고민을 더 깊게 했습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작년 9월28일 춘천시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 사업을 맡았던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지자체의 신용보장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시장 불안감이 확산했습니다. 결국 레고랜드발(發) 국내 자금시장 경색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이후 정부가 ‘50조원+α’의 긴급 시장안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불씨가 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를 겪은 금융위는 민감한 시장 상황과 함께 ‘말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특히 ‘금융위 입’인 대변인 자리는 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자리입니다. 과거에도 안심전환대출 규모, 공매도 재개 시기 등을 놓고 시장이 불안할 때, 금융위 대변인 발언이 시장에 영향을 줬습니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 이후에는 관가에서 당국자 발언에 더욱 신경 쓰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민간인보다는 오랫동안 금융당국에 있었던 내부 출신 공무원을 대변인으로 앉히려는 분위기입니다. 이르면 이달 말 결론이 날 전망입니다. 금융위가 이달 말 대통령 업무보고 전에 대변인을 임명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대변인 등 주요 인사들을 임명한 뒤에 대통령 업무보고를 진행할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금융위 대변인으로 언제 누가 정식 임명을 받을지 주목됩니다. ‘금융위 입’에 대한 인사 결과 보면, 금융당국이 올해 경제 상황과 경기를 보는 엄중한 시각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6만1401건. 보건복지부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2차 개통된 지난 6일부터 22일까지 신고된 오류 건수입니다. 시스템이 먹통이 됐고, 하루에 많게는 6000건 넘는 오류가 신고됐습니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사업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12년 만에 전면 개편하는 것입니다. 8년간 총 3496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됩니다. 이같은 대규모 정부 프로젝트인데 불과 10여일 만에 6만건 넘는 오류가 왜 발생했을까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필요성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4년 2월 당시 송파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 민낯을 보여줬습니다.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등 후속조치가 잇따랐고, 2018년 5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습니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송파 세 모녀가 우리 사회에 남기고 간 ‘유산’이었던 것입니다. 이 시스템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찾아가는 맞춤형 서비스’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2700만명에 이르는 복지 대상자들은 일일이 서류를 챙겨 복지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내게 필요한 정보를 몰라서 신청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이스템에 일단 한 번만 신청해 놓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조치 됩니다. 안내, 처리, 서류 준비 등이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송파 세 모녀처럼 위기가구를 국가가 먼저 찾아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박모씨(61)와 큰딸 김모씨(35), 작은딸(32)이 2014년 2월 26일 오후 9시 20분쯤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세 모녀가 집주인에게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남긴 메모와 현금 70만 원이 든 흰색 봉투가 발견됐다. 이들은 월세 38만원에 전기요금 12만원, 건강보험료 4만9000원가량을 지불했는데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은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충격을 안겼다. (사진=서울경찰청)◇준비 미흡했는데 왜 개통 강행했나이렇게 사회적 의미가 크고 수년간 준비했는데, 6만건 넘는 오류가 발생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구축하는 시스템 규모가 커지다 보니 오류도 과거보다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사회보장정보원의 노대명 원장도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스템 오류 원인을 ‘데이터 규모’ 탓으로 돌렸습니다. 이 시스템은 126개 기관과 2700여개의 데이터를 연계합니다. 시스템에 참여한 기업 책임론도 제기됩니다. 이번 시스템은 지자체 공무원용 ‘행복이음’,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용 ‘희망이음’, 대국민 서비스인 ‘복지로’로 구성됐습니다. ‘공공 소프트웨어(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에 따라, 대·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맺었습니다. 한국정보기술이 행복이음, VTW는 희망이음, LG CNS는 복지로 구축을 맡았습니다. 이번 오류는 한국정보기술, VTW가 맡은 부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이들 중소업체에서 개발자들이 잇따라 퇴사하면서 제때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각에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취지로 도입된 ‘공공SW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로 시스템 성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반면 중소기업 측에서는 LG CNS가 담당한 데이터 이관이 완벽하게 되지 않은 여파라고 밝혔습니다. 어찌 됐든 대·중소기업 간 팀워크 과정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개통된 지난 6일부터 22일까지 신고된 오류가 6만1401건에 달했다. 보건복지부가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힌 지난 16일 이후에도 오류 신고가 2만3106건(파란색 표시 부분) 접수됐다. (사진=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복지부가 무리하게 개통을 강행한 점입니다. 이렇게 준비가 미흡했다면 개통 시기를 늦추는 게 맞습니다. 개통 시기를 늦춰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개통했다면 6만건 넘는 오류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실무를 맡은 공무원이나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기업들이 이같은 의견을 내는 게 쉽지 않습니다.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윗선에서 이같은 결정을 선제적으로 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복지 컨트롤타워 부재가 빚은 IT 참사하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는 현재도 공석입니다. 정호영·김승희 전 후보자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잇따라 지목됐지만, 모두 낙마했습니다. 정호영·김승희 전 후보자 중 누군가가 임명됐더라도 이들 모두 복지 전문가는 아닙니다. IT 시스템을 정비해 위기가구 발굴·구제를 하려면 꼼꼼한 복지 전문성이 필요한데, 그동안 인사가 이를 제대로 고려했는지 의문입니다. 보건복지위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방대한 시스템 개편인데 서로 원활한 조율 없이 각자 자기 업무만 했다”며 “복지부 장관 공석으로 제대로 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인사이트를 가지고 미리 내다보지 못하고 무리하게 개통하는데 급급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개별 공무원·기업의 잘잘못을 넘어 전체를 총괄·조정하는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입니다. (사진=보건복지부)오는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번 사태 원인, 대책을 놓고 전방위 논의가 될 전망입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인사청문회에서 “기재부 출신이기 때문에 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시계에서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며 기재부 출신 논란에 선을 그었습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에도 올해 세종·수원 등 곳곳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위기가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IT 기술을 통해 위기가구를 선제적으로 찾고 지원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복지 컨트롤타워가 지금처럼 공석이거나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경우 제2·제3의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재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살림살이가 점점 팍팍해 지는 오늘, 복지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정책 오류와 혼선으로 더이상 이어지지 않길 바랍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최훈길 기자2022.10.01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6만1401건. 보건복지부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2차 개통된 지난 6일부터 22일까지 신고된 오류 건수입니다. 시스템이 먹통이 됐고, 하루에 많게는 6000건 넘는 오류가 신고됐습니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사업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12년 만에 전면 개편하는 것입니다. 8년간 총 3496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됩니다. 이같은 대규모 정부 프로젝트인데 불과 10여일 만에 6만건 넘는 오류가 왜 발생했을까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필요성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4년 2월 당시 송파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 민낯을 보여줬습니다.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등 후속조치가 잇따랐고, 2018년 5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습니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송파 세 모녀가 우리 사회에 남기고 간 ‘유산’이었던 것입니다. 이 시스템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찾아가는 맞춤형 서비스’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2700만명에 이르는 복지 대상자들은 일일이 서류를 챙겨 복지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내게 필요한 정보를 몰라서 신청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이스템에 일단 한 번만 신청해 놓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조치 됩니다. 안내, 처리, 서류 준비 등이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송파 세 모녀처럼 위기가구를 국가가 먼저 찾아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박모씨(61)와 큰딸 김모씨(35), 작은딸(32)이 2014년 2월 26일 오후 9시 20분쯤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세 모녀가 집주인에게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남긴 메모와 현금 70만 원이 든 흰색 봉투가 발견됐다. 이들은 월세 38만원에 전기요금 12만원, 건강보험료 4만9000원가량을 지불했는데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은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충격을 안겼다. (사진=서울경찰청)◇준비 미흡했는데 왜 개통 강행했나이렇게 사회적 의미가 크고 수년간 준비했는데, 6만건 넘는 오류가 발생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구축하는 시스템 규모가 커지다 보니 오류도 과거보다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사회보장정보원의 노대명 원장도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스템 오류 원인을 ‘데이터 규모’ 탓으로 돌렸습니다. 이 시스템은 126개 기관과 2700여개의 데이터를 연계합니다. 시스템에 참여한 기업 책임론도 제기됩니다. 이번 시스템은 지자체 공무원용 ‘행복이음’,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용 ‘희망이음’, 대국민 서비스인 ‘복지로’로 구성됐습니다. ‘공공 소프트웨어(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에 따라, 대·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맺었습니다. 한국정보기술이 행복이음, VTW는 희망이음, LG CNS는 복지로 구축을 맡았습니다. 이번 오류는 한국정보기술, VTW가 맡은 부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이들 중소업체에서 개발자들이 잇따라 퇴사하면서 제때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각에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취지로 도입된 ‘공공SW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로 시스템 성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반면 중소기업 측에서는 LG CNS가 담당한 데이터 이관이 완벽하게 되지 않은 여파라고 밝혔습니다. 어찌 됐든 대·중소기업 간 팀워크 과정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개통된 지난 6일부터 22일까지 신고된 오류가 6만1401건에 달했다. 보건복지부가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힌 지난 16일 이후에도 오류 신고가 2만3106건(파란색 표시 부분) 접수됐다. (사진=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복지부가 무리하게 개통을 강행한 점입니다. 이렇게 준비가 미흡했다면 개통 시기를 늦추는 게 맞습니다. 개통 시기를 늦춰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개통했다면 6만건 넘는 오류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실무를 맡은 공무원이나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기업들이 이같은 의견을 내는 게 쉽지 않습니다.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윗선에서 이같은 결정을 선제적으로 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복지 컨트롤타워 부재가 빚은 IT 참사하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는 현재도 공석입니다. 정호영·김승희 전 후보자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잇따라 지목됐지만, 모두 낙마했습니다. 정호영·김승희 전 후보자 중 누군가가 임명됐더라도 이들 모두 복지 전문가는 아닙니다. IT 시스템을 정비해 위기가구 발굴·구제를 하려면 꼼꼼한 복지 전문성이 필요한데, 그동안 인사가 이를 제대로 고려했는지 의문입니다. 보건복지위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방대한 시스템 개편인데 서로 원활한 조율 없이 각자 자기 업무만 했다”며 “복지부 장관 공석으로 제대로 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인사이트를 가지고 미리 내다보지 못하고 무리하게 개통하는데 급급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개별 공무원·기업의 잘잘못을 넘어 전체를 총괄·조정하는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입니다. (사진=보건복지부)오는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번 사태 원인, 대책을 놓고 전방위 논의가 될 전망입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인사청문회에서 “기재부 출신이기 때문에 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시계에서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며 기재부 출신 논란에 선을 그었습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에도 올해 세종·수원 등 곳곳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위기가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IT 기술을 통해 위기가구를 선제적으로 찾고 지원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복지 컨트롤타워가 지금처럼 공석이거나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경우 제2·제3의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재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살림살이가 점점 팍팍해 지는 오늘, 복지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정책 오류와 혼선으로 더이상 이어지지 않길 바랍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우리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사고의 주범인 사람이 없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이 자율주행 연구의 계기가 됐습니다. 세상에 없는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우리는 기존의 혁신 수준보다 10배 이상의 혁신을 추구합니다.”4년 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만났던 구글 관계자는 이처럼 인상적인 얘기를 했습니다. 구글이 뛰어든 자율주행,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미래기술이 이같은 상상력과 혁신을 토대로 시도된 분야라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변화를 추구하는 구글이 이번에는 어떤 미래기술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그것은 바로 양자기술(Quantum Technology)입니다. 나노보다 작은 양자의 특성을 이용하면 기존 컴퓨터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정보 처리가 가능해집니다. 양자컴퓨터는 현재 컴퓨터보다 30조배 이상 빠른 연산이 가능합니다. 양자 특성을 이용하면 슈퍼컴퓨터로 100만년 이상 걸리는 게 양자컴퓨터로는 10시간 만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양자기술은 차세대 첨단 미래기술 ‘끝판왕’으로 불립니다. 양자기술 얘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에 한미 양국이 의미 있는 시도를 시작해서입니다. 미국 백악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양자기술 협력센터 개소식을 열었습니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양자기술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신호탄’을 쏜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한미 정상회담 후속조치여서 주목됩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5월 정상회담에서 신기술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5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밝힌 공동성명에서 양자기술 등 핵심·신흥 기술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구글이 2019년에 개발한 양자컴퓨터 ‘시커모아’. 절대온도(-273도)에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는 전도율이 높은 순금으로 제작된다. (사진=구글)양자 특성을 이용하면 슈퍼컴퓨터로 100만년 이상 걸리는 게 양자컴퓨터로는 10시간 만에 처리할 수 있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같은 한미 협력이 주목되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양자기술을 놓고 패권경쟁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2018년에 국가양자과학법을 제정해 양자기술을 미국의 안보를 위한 전략기술로 지정하고 1조원 넘게 투자 중입니다. 중국은 2017년에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위성을 발사하고 17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일본은 양자기술, AI, 바이오를 3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했습니다. 민간 기업도 뛰어들었습니다. 구글과 IBM이 앞서 가고 있습니다. 구글은 2019년에 양자컴퓨터 ‘시커모아’를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리는 연산을 단 200초 만에 푸는 컴퓨터입니다. IBM은 2019년에 세계 최초로 범용 양자컴퓨터인 IBM ‘퀀텀 시스템 원’(Q System One)을 출시하고 잇따라 후속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현대차(005380)도 양자기술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자기술이 미래 산업 생태계를 바꿀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컴퓨터보다 30조배 이상 빠른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전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입니다. 수명이 오래가는 배터리, 불치병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 급변하는 시장에 대비한 금융상품 개발, 그린 에너지 개발까지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미주 권역 양자기술 협력 거점인 한-미 양자기술 협력센터의 개소식이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왼쪽에서 네번째), 그레첸 캠벨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양자조정실 부국장(왼쪽에서 세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미국 대비 우리나라의 양자기술은 약 81.3% 수준이다. 단위=%.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9년 ICT 기술수준 조사)물론 양자기술이 전면적으로 상용화되기까지는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다만 실현됐을 경우 기존 산업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습니다. 우리만 넋 놓고 있다가는 양자기술 분야의 지적재산권(IP)과 특허를 모두 뺏길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서 국제표준을 모두 선점하면 이미 때가 늦습니다. 바이든, 구글, IBM 등이 양자기술 선점에 나선 것을 주목하는 게 필요한 이유입니다.우리나라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양자기술법 제정, 인재 양성, 연구개발(R&D) 투자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200명 정도 수준에 불과한 전문 연구 인력을 늘리는 게 시급합니다. 정부든 민간이든 양자기술을 발전시키려면 전문 인력 양성이 반드시 병행돼야 합니다. 늦어질수록 해외로 인재 유출이 가속화될 우려가 큽니다.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성을 가지고 미래기술을 지원하길 기대합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최훈길 기자2022.09.24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우리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사고의 주범인 사람이 없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이 자율주행 연구의 계기가 됐습니다. 세상에 없는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우리는 기존의 혁신 수준보다 10배 이상의 혁신을 추구합니다.”4년 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만났던 구글 관계자는 이처럼 인상적인 얘기를 했습니다. 구글이 뛰어든 자율주행,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미래기술이 이같은 상상력과 혁신을 토대로 시도된 분야라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변화를 추구하는 구글이 이번에는 어떤 미래기술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그것은 바로 양자기술(Quantum Technology)입니다. 나노보다 작은 양자의 특성을 이용하면 기존 컴퓨터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정보 처리가 가능해집니다. 양자컴퓨터는 현재 컴퓨터보다 30조배 이상 빠른 연산이 가능합니다. 양자 특성을 이용하면 슈퍼컴퓨터로 100만년 이상 걸리는 게 양자컴퓨터로는 10시간 만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양자기술은 차세대 첨단 미래기술 ‘끝판왕’으로 불립니다. 양자기술 얘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에 한미 양국이 의미 있는 시도를 시작해서입니다. 미국 백악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양자기술 협력센터 개소식을 열었습니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양자기술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신호탄’을 쏜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한미 정상회담 후속조치여서 주목됩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5월 정상회담에서 신기술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5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밝힌 공동성명에서 양자기술 등 핵심·신흥 기술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구글이 2019년에 개발한 양자컴퓨터 ‘시커모아’. 절대온도(-273도)에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는 전도율이 높은 순금으로 제작된다. (사진=구글)양자 특성을 이용하면 슈퍼컴퓨터로 100만년 이상 걸리는 게 양자컴퓨터로는 10시간 만에 처리할 수 있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같은 한미 협력이 주목되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양자기술을 놓고 패권경쟁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2018년에 국가양자과학법을 제정해 양자기술을 미국의 안보를 위한 전략기술로 지정하고 1조원 넘게 투자 중입니다. 중국은 2017년에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위성을 발사하고 17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일본은 양자기술, AI, 바이오를 3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했습니다. 민간 기업도 뛰어들었습니다. 구글과 IBM이 앞서 가고 있습니다. 구글은 2019년에 양자컴퓨터 ‘시커모아’를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리는 연산을 단 200초 만에 푸는 컴퓨터입니다. IBM은 2019년에 세계 최초로 범용 양자컴퓨터인 IBM ‘퀀텀 시스템 원’(Q System One)을 출시하고 잇따라 후속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현대차(005380)도 양자기술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자기술이 미래 산업 생태계를 바꿀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컴퓨터보다 30조배 이상 빠른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전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입니다. 수명이 오래가는 배터리, 불치병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 급변하는 시장에 대비한 금융상품 개발, 그린 에너지 개발까지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미주 권역 양자기술 협력 거점인 한-미 양자기술 협력센터의 개소식이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왼쪽에서 네번째), 그레첸 캠벨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양자조정실 부국장(왼쪽에서 세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미국 대비 우리나라의 양자기술은 약 81.3% 수준이다. 단위=%.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9년 ICT 기술수준 조사)물론 양자기술이 전면적으로 상용화되기까지는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다만 실현됐을 경우 기존 산업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습니다. 우리만 넋 놓고 있다가는 양자기술 분야의 지적재산권(IP)과 특허를 모두 뺏길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서 국제표준을 모두 선점하면 이미 때가 늦습니다. 바이든, 구글, IBM 등이 양자기술 선점에 나선 것을 주목하는 게 필요한 이유입니다.우리나라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양자기술법 제정, 인재 양성, 연구개발(R&D) 투자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200명 정도 수준에 불과한 전문 연구 인력을 늘리는 게 시급합니다. 정부든 민간이든 양자기술을 발전시키려면 전문 인력 양성이 반드시 병행돼야 합니다. 늦어질수록 해외로 인재 유출이 가속화될 우려가 큽니다.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성을 가지고 미래기술을 지원하길 기대합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1000억4700만원.구글과 메타(옛 페이스북)가 받은 과징금입니다.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4일 구글·메타에 이같이 처분했습니다. 이번 처분 결과는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역대 최대 과징금입니다. 글로벌 IT 기업의 개인정보(이용자 행태정보) 수집·이용과 관련된 최초 제재이기도 하구요. 우리 정부가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건 구글·메타가 중대한 위반을 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일단 개인정보 불법 수집 규모가 상당합니다. 국내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가입자 등을 고려하면 4000만명 안팎 한국인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최소 4~6년 이상 무단 수집·활용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수년간 사실상 대한민국 전체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게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옵니다.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자사 수익을 위한 광고에도 활용한 게 심각한 범법 행위라는 게 우리 정부 판단입니다. (사진=구글·메타)그렇다면 글로벌 기업인 구글·메타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요? 결국 돈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온라인 이용자들의 행태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려는 목적입니다. 여기서 행태정보는 이용자의 웹사이트·앱 방문 이력, 구매·검색 이력 등입니다. 맞춤형 광고는 이같은 행태정보를 통해 흥미·기호·성향을 분석해 이용자가 관심 가질 만한 광고를 노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캠핑 취미가 있는 철수 씨가 있다고 봅시다. 철수 씨는 주말에 캠핑 가려고 유튜브에 로그인을 한 뒤 캠핑 관련 검색을 했습니다. 그러자 배너 등의 광고로 캠핑 용품 광고가 여기저기에 뜨는 것입니다. 이는 구글이 철수 씨 행태정보를 수집해 광고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캠핑에 관심 많은 철수 씨는 아마도 이 광고를 누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글은 이를 통해 광고 수익을 얻어가는 것이구요.이같은 광고 규모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IT 분야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 환경이 가속화됐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전문 조사기관인 주니퍼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지출이 올해 4070억달러(565조원)에서 2026년 7530억달러(1046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봤습니다. 구글·메타 입장에서는 조만간 1000조원을 돌파하는 디지털 광고 시장이 미래 먹거리인 셈입니다. 이 수익을 위해 이용자 행태정보를 분석해 이용자가 광고를 보도록 유도하려고 하는 것입니다.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구글·메타에 약 1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의결했다. 윤 위원장은 “기술을 창조하는 기업은 그 성취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 역시 인정해야 한다”며 “구글과 메타와 같은 개인정보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개인정보 처리자는 이러한 책임성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행태정보를 이용자 몰래 전방위로 수집해 광고에 활용하려는 글로벌 IT 기업의 욕망은 사회적 논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전략과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 침해 우려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개인정보 수집·이용 목적을 이용자에게 투명하게 알렸는지를 놓고도 이견이 커질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 법제가 엄격한 유럽을 중심으로 이같은 충돌이 이미 벌어지고 있습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2020년 6월에 메타가 페북 이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것을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한 착취 행위”라며 경쟁법 위반 판결을 내렸습니다. 프랑스 국가정보자유위원회는 지난 1월 구글과 메타가 인터넷 쿠키 거부 설정을 복잡하게 만들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설정 변경을 어렵게 했다며 구글과 메타에 각각 1억5000만유로(2086억원), 6000만유로(8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구글·메타는 1000조원 디지털 광고 시장, 자사 수익 모델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독일 등 해외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가 법원으로 갈 수 있습니다. 메타 관계자는 과징금 처분 소식을 접한 직후 이데일리에 “메타는 관련 법안을 모두 준수했다”며 “법원의 판단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사안을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적 쟁점은 △구글·메타가 이용자 개인정보 수집·이용 관련해 책임이 있는 개인정보처리자인지 여부 △구글·메타가 이용자들로부터 적법한 유효한 사전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입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구글·메타는 책임 있는 개인정보처리자인데 이용자들로부터 유효한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구글·메타는 이 발표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입니다. 국내 굴지의 로펌을 통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치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네이버(035420)·카카오(035720) 등 국내 IT 기업들도 소송 향배를 지켜볼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카카오의 경우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용자 계정정보와 결합하지 않고 이에 대한 동의도 받고 있다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제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같은 네이버·카카오 입장이 사실인지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네이버, 카카오는 온라인 광고가 수익이 중심이어서 파장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네이버의 2분기 매출(2조458억원) 중 서치 플랫폼(검색·디스플레이 광고) 부문이 9055억원(44%)을 차지했습니다. 카카오는 배너광고 지면을 늘리는 동시에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검색광고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수익 창출에 나섰습니다. 향후 소송, 제도 논의가 구글·메타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 향배가 중요합니다. 다음 주에도 구글·메타 후속 논의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은 경실련·민변·진보네트워크·참여연대 등과 함께 오는 22일 관련 토론회를 엽니다. 익명 처리된 가명정보를 토대로 데이터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 맞춤형 광고로 미래 수익 모델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 전략,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 침해 우려를 제기하는 시민단체 입장 사이에서 균형 있는 묘안이 찾아질지 주목됩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최훈길 기자2022.09.17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1000억4700만원.구글과 메타(옛 페이스북)가 받은 과징금입니다.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4일 구글·메타에 이같이 처분했습니다. 이번 처분 결과는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역대 최대 과징금입니다. 글로벌 IT 기업의 개인정보(이용자 행태정보) 수집·이용과 관련된 최초 제재이기도 하구요. 우리 정부가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건 구글·메타가 중대한 위반을 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일단 개인정보 불법 수집 규모가 상당합니다. 국내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가입자 등을 고려하면 4000만명 안팎 한국인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최소 4~6년 이상 무단 수집·활용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수년간 사실상 대한민국 전체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게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옵니다.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자사 수익을 위한 광고에도 활용한 게 심각한 범법 행위라는 게 우리 정부 판단입니다. (사진=구글·메타)그렇다면 글로벌 기업인 구글·메타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요? 결국 돈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온라인 이용자들의 행태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려는 목적입니다. 여기서 행태정보는 이용자의 웹사이트·앱 방문 이력, 구매·검색 이력 등입니다. 맞춤형 광고는 이같은 행태정보를 통해 흥미·기호·성향을 분석해 이용자가 관심 가질 만한 광고를 노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캠핑 취미가 있는 철수 씨가 있다고 봅시다. 철수 씨는 주말에 캠핑 가려고 유튜브에 로그인을 한 뒤 캠핑 관련 검색을 했습니다. 그러자 배너 등의 광고로 캠핑 용품 광고가 여기저기에 뜨는 것입니다. 이는 구글이 철수 씨 행태정보를 수집해 광고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캠핑에 관심 많은 철수 씨는 아마도 이 광고를 누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글은 이를 통해 광고 수익을 얻어가는 것이구요.이같은 광고 규모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IT 분야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 환경이 가속화됐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전문 조사기관인 주니퍼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지출이 올해 4070억달러(565조원)에서 2026년 7530억달러(1046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봤습니다. 구글·메타 입장에서는 조만간 1000조원을 돌파하는 디지털 광고 시장이 미래 먹거리인 셈입니다. 이 수익을 위해 이용자 행태정보를 분석해 이용자가 광고를 보도록 유도하려고 하는 것입니다.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구글·메타에 약 1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의결했다. 윤 위원장은 “기술을 창조하는 기업은 그 성취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 역시 인정해야 한다”며 “구글과 메타와 같은 개인정보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개인정보 처리자는 이러한 책임성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행태정보를 이용자 몰래 전방위로 수집해 광고에 활용하려는 글로벌 IT 기업의 욕망은 사회적 논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전략과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 침해 우려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개인정보 수집·이용 목적을 이용자에게 투명하게 알렸는지를 놓고도 이견이 커질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 법제가 엄격한 유럽을 중심으로 이같은 충돌이 이미 벌어지고 있습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2020년 6월에 메타가 페북 이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것을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한 착취 행위”라며 경쟁법 위반 판결을 내렸습니다. 프랑스 국가정보자유위원회는 지난 1월 구글과 메타가 인터넷 쿠키 거부 설정을 복잡하게 만들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설정 변경을 어렵게 했다며 구글과 메타에 각각 1억5000만유로(2086억원), 6000만유로(8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구글·메타는 1000조원 디지털 광고 시장, 자사 수익 모델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독일 등 해외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가 법원으로 갈 수 있습니다. 메타 관계자는 과징금 처분 소식을 접한 직후 이데일리에 “메타는 관련 법안을 모두 준수했다”며 “법원의 판단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사안을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적 쟁점은 △구글·메타가 이용자 개인정보 수집·이용 관련해 책임이 있는 개인정보처리자인지 여부 △구글·메타가 이용자들로부터 적법한 유효한 사전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입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구글·메타는 책임 있는 개인정보처리자인데 이용자들로부터 유효한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구글·메타는 이 발표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입니다. 국내 굴지의 로펌을 통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치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네이버(035420)·카카오(035720) 등 국내 IT 기업들도 소송 향배를 지켜볼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카카오의 경우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용자 계정정보와 결합하지 않고 이에 대한 동의도 받고 있다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제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같은 네이버·카카오 입장이 사실인지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네이버, 카카오는 온라인 광고가 수익이 중심이어서 파장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네이버의 2분기 매출(2조458억원) 중 서치 플랫폼(검색·디스플레이 광고) 부문이 9055억원(44%)을 차지했습니다. 카카오는 배너광고 지면을 늘리는 동시에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검색광고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수익 창출에 나섰습니다. 향후 소송, 제도 논의가 구글·메타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 향배가 중요합니다. 다음 주에도 구글·메타 후속 논의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은 경실련·민변·진보네트워크·참여연대 등과 함께 오는 22일 관련 토론회를 엽니다. 익명 처리된 가명정보를 토대로 데이터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 맞춤형 광고로 미래 수익 모델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 전략,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 침해 우려를 제기하는 시민단체 입장 사이에서 균형 있는 묘안이 찾아질지 주목됩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