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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황금낙하산 조항을 신설하기로 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황금낙하산이란 중도에 해임되는 대표이사 등 경영진에게 특별한 금전적 보상을 정관을 통해 보장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를 막기 위해 적용된다.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 황금낙하산 조항을 적용하는 안건을 올린 제약·바이오기업은 일성신약(003120), 비엘(142760), 인벤티지랩(389470), 뉴지랩파마(214870) 등이다. 대부분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곳들이다. 비엘의 최대주주는 박영철 대표로 지분율이 7.14%이며, 뉴지랩파마는 최대주주인 메이요파트너스가 4.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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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낙하산 조항 외에 ‘초다수결의제’를 신설·강화하는 기업으로는 제놀루션(225220), 테라젠이텍스(066700) 등이 있다. 양사는 적대적 M&A로 인한 신규 이사·감사의 선임을 결의 요건을 상법상 요건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제놀루션은 적대적 M&A로 인해 기존 이사의 해임이나 신규 이사·감사의 선임을 결의하는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2 이상,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4분의3 이상 찬성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테라젠이텍스는 적대적 M&A로 인해 신규 이사·감사 선임을 결의하는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2 이상,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2 이상 찬성해야 한다는 안건을 추가했다.
HLB, 계열사들과 황금낙하산 조항 삭제 나서
이런 가운데 HLB는 계열사들과 함께 황금낙하산 조항을 없애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HLB와 노터스(278650)는 지난해 퇴직보상금을 대표이사에게 50억원, 이사에게 30억원 지급하라는 내용의 황금낙하산 조항을 신설했는데 이를 삭제했다. HLB생명과학(067630)도 지난해 퇴직보상금으로 대표이사에게 30억원, 이사에게 20억원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신설했지만 이번에 없애기로 했다.
황금낙하산 조항에 대해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정관에 경영권보호 관련 조항이 있으면 ESG 평가에서 지배구조 평가 측면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는 황금낙하산 조항뿐 아니라 초다수 결의제, 이사 해임 비율 제한, 종류주식 발행 등이 속한다.
실제로 황금낙하산을 적용한 기업들은 지배구조 등급에서 낮은 등급을 받거나 ESG 등급조차 받지 못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황금낙하산을 도입한 210개 기업 중 84.3%(177개사)는 ESG 등급조차 부여 받지 못했다.
HLB 관계자는 “당사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ESG 강화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의 일환으로 황금낙하산 조항이 경영권에 대한 지나친 보호와 소액주주들의 이익침해로 해석될 요지가 있어 삭제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