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해운사 M&A 성패 가를 ‘해외 매각 가능성’

M&A 시장에 나온 해운사들
해외 매각 제한 움직임 촉각
"더 어려워수 있다" 평가 속
변화하는 상황 수시로 체크
''역으로 어필하겠다'' 조짐도
  • 등록 2023-04-14 오전 5:53:25

    수정 2023-04-14 오전 5:53:25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해운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잇따라 등장한 가운데 해외 매각 제한 가능성 여부가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고유 포지션을 가진 해운사 매각에 개입할 여지가 차츰 불거지면서다. 새 주인을 찾아 나선 매각 측으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매물별로 가격이 낮지 않은데다 해외 매각 통로를 제한하면 자칫 매각 작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해운사 매각에 동일한 기준을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역으로 이용해 셀링포인트로 잡는 해운사도 생겨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해운사 매각을 둘러싼 향후 전개가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이 쏠린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해외 매각 제한?…“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13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국적선사 HMM를 비롯해 중견 벌크선사 폴라리스쉬핑, 현대LNG해운, SK탱커선 사업부 등이 속속 매각 작업에 나섰다. 해운사마다 주력 업종에 차이가 있지만, 같은 시기 동종업계 매물이 M&A 시장에 쏟아졌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잖다는 평가다.

이들 해운사는 실적 면에서 유의미한 우상향 흐름을 보였다는 점과 글로벌 화주와의 장기 계약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업종별로도 벌크운임, 컨테이너, LNG 등 전문 영역이 비교적 확실하게 나뉘어 있다는 점도 각자의 매력 어필에 용이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관건은 가격이다. 해운사들의 희망 매각가가 최소 몇천억원에서 조 단위까지 형성돼 있다 보니 원매자 입장에서 확실한 의지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인수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매각 측이 협상과 선택의 여지를 넓히기 위해 글로벌 원매자로 범위를 넓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해운사의 해외 매각 신중론이 불거지면서 새 국면을 맞은 모습이다. 영업력 유출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일부 해운사의 매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자본시장 안팎에서 나오면서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나 입장이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자본시장에서는 작금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영업력 확보와 실적 개선은 엄연히 밸류업(기업가치 상향)의 영역인데, 해운사라는 섹터(업종)를 이유로 원매자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특정 업종을 떠나 매각 대상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하더라도 매각 작업이라는 것은 난도가 높아 어려움을 겪는다”며 “혹여나 매각 범위나 대상이 제한된다면 매각 작업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시장 상황 예의주시…셀링포인트로 잡기도

시장에서는 해운사 매각을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해운사 매각 작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국내 매각 작업을 도울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반대로 매각 측이 해외쪽 매각을 강행한다면 금리 조정 등의 패널티를 부여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만 매물로 나온 모든 해운사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어느 해운사까지를 범위로 보느냐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운사들은 돌아가는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는 한편 시장 논리를 제약하는 수준이 될지, 반대로 매각에 우호적인 방향이 될 수 있을지 여러 각도로 따져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역으로 이용하겠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폴라리스쉬핑은 상대적으로 해당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원매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폴라리스쉬핑 장기운송계약 매출에서 80%가 넘는 비중이 브라질에서 중국으로의 운송에서 발생하고 국내 매출 비중은 10%대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해외 수송에서 대부분 매출이 나오다 보니 해당 이슈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기치 못한 소식에 시장 참여자들은 예민할 수 밖에 없다”며 “업황이 좋지 않을 때는 나오지 않던 이슈가 상황이 좋아지면서 나오다 보니 따질 부분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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