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조원대 속속 진입하는 K의료기기 업체들

‘몸값’ 1조원 이상 의료기기업체들의 공통 분모는 ‘미용’
전통 강자 ‘미용·덴탈’ 이을 신흥 강자는? 의료AI ‘주목’
세부 분야별 ‘맏형’ 탄생…외부 투자 끌어올 요인 될까
  • 등록 2023-06-13 오전 9:10:28

    수정 2023-06-13 오전 9:10:28

이 기사는 2023년6월8일 9시1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국내 의료기기업체들 중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곳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30일 시총 1조원을 넘어선 루닛(328130)까지 포함하면 10개사로 늘어난 것이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아직 성장 초입 단계지만 세부 분야별로 ‘맏형’이 탄생하면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총 1조원이 넘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로는 전거래일(5일) 기준 오스템임플란트(048260), 케어젠(214370), 덴티움(145720), 메디톡스(086900), 클래시스(214150),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 휴젤(145020), 씨젠(096530), 파마리서치(214450), 루닛 등 10개사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몸값’ 1조원 이상 의료기기업체들의 공통 분모는?

해당 업체들의 공통점은 체외진단 의료기기업체인 에스디바이오센서, 씨젠과 의료 인공지능(AI)업체인 루닛을 제외하면 모두 미용 의료기기업체라는 점이다.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는 “임플란트(오스템임플란트, 덴티움), 보툴리눔 톡신(메디톡스, 휴젤)도 넓게 보면 미용 계열로 보는 게 맞다”며 “자국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산업이어야 해외로 진출할텐데 한국에서 의료기기로 돈을 벌 수 있는 산업이 미용 산업이라는 것이 이걸로 입증된 셈”이라고 짚었다.

국내 미용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20년 1000억원을 돌파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ISAPS)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의료기기 시장 규모 대비 미용 의료기기 비중은 약 14%로 추산된다. 이새롬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글로벌 전체 의료기기 시장에서 에스테틱용 의료기기 비중은 아직 3%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은 성장 초입 구간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글로벌 미용 산업 트렌드가 외과적인 성형수술보다는 필러, 보툴리눔톡신, 리프팅 등 미용시술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도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의 해외 진출에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ISAPS에 따르면 미용시술의 경우 2014년 956만건에서 2020년 1440만건으로 6년간 연평균 7.1% 성장했다. 같은 기간 미용성형시술에서 미용시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51.5%에서 58.7%로 증가했다. 코로나19가 2019년부터 유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산업은 경기 민감도가 낮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여기에는 미용시술의 타깃이 중년 여성뿐 아니라 20~30대 여성과 ‘그루밍족’ 남성으로 확대된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미용 의료기기업체들은 국내외 판매 증가로 인해 실적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 국산 의료기기들이 잘 팔리는 이유는 ‘가성비’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국내외 미용 의료기기 시장에서 한국은 중간가격대 제품군으로서 선진국의 고가 제품, 중국의 저가 제품과 경쟁하고 있다”며 “선진국 제품은 비싸고 유지·보수 비용이 높은 반면, 중국 제품은 임상 효과가 미흡하고 품질이 떨어지며 A/S가 원활하지 않다”고 귀띔했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국산 의료기기들은 대부분 해외 오리지널 장비 특허가 만료되면 이를 모방한 제품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출발한다. 이후 국내 시장이 테스트베드로 작용해 성능을 입증하면서 품질을 개선, 오리지널 제품보다 좋은 성능의 제품을 출시해 해외 진출을 개시하는 형태다.

선진국보다 구매력이 낮은 신흥국에서 더욱 기존 오리지널 장비와 유사한 성능의 한국 제품을 선호하게 된다는 게 박 연구원의 분석이다. 또한 이러한 중저가 제품 출시로 인해 시술 가격이 인하되면서 미용 시술이 대중화되는 등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박 연구원은 “국내 미용 의료기기업체들의 핵심 에너지원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경쟁 심화로 인한 출혈 경쟁 우려보다는 시장 성장의 개화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는 단계로 기업 간의 해외 진출 전략과 그에 따른 매출 확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임플란트업체들 역시 중저가 제품을 기반으로 신흥국을 우선적으로 공략해왔다. 치과용 임플란트의 경우 인구 고령화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향후 전망도 밝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중저가 포지셔닝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하이오센’을 출시해 미국 등 선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덴티움은 신흥국인 중국, 러시아 진출에 집중해 왔다. 빠른 시장 선점으로 중국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해왔던 덴티움은 올해 중국 VBP(국가 주도 해외 의약품 대량 구매) 제도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업체이기도 하다.

전통 강자 ‘미용·덴탈’ 이을 신흥 강자는?

치과용 임플란트, 미용 의료기기가 비교적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던 분야라면 체외진단 의료기기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빠르게 성장한 분야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급성장했던 업체들인 만큼 ‘반짝 상승’에 그칠지가 관건이다. 체외진단업계 쌍두마차인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은 인수합병(M&A), 비코로나19 제품군 확대 등을 통한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비코로나19 제품 출시와 미국 진단기업 메르디안바이오사이언스 인수합병(M&A) 시너지를 통해 엔데믹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씨젠도 비코로나19 제품군 확대를 위해 기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씨젠의 미국법인은 현지에서 신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중장기 성장동력을 얻기 위해 씨젠의 유전자증폭(PCR) 기술을 해외 기업에 제공하고 기술료를 받는 기술공유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업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업체는 최근 시총 1조원대에 진입한 루닛이다. 루닛은 의료 AI 업체의 맏형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됐다는 평가다.

한 다국적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기대감을 받아왔지만 상업적 성공에 의문이 강했던 AI 영상진단 분야의 루닛이 시총 1조원 이상을 달성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루닛 측에서도 “루닛이 시총 1조원대를 넘으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크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했다”며 “외형 성장에도 좀 더 힘을 쓰고, 본질의 가치를 키우는데에도 노력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의료기기업계에서는 시총 1조원대의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내 산업 성장이 궤도에 오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업체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외부 투자도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뒤따랐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시총 1조원대 의료기기업체들의 증가에 대해) 의료기기 분야 내의 각 세부 분야에서 맏형 역할을 할 수 있는 리더급 기업들이 탄생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며 “벤처캐피탈들이 초기 투자, 중기 투자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상장 후 가치가 1조원 이상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가능해질 경우 의료기기 기업에 대한 투자 금액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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