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지노믹스, 올해 美 클리아랩 인수 효과 본격화될까

  • 등록 2024-02-22 오전 10:52:51

    수정 2024-02-22 오전 5:32:13

이 기사는 2024년2월21일 8시52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랩지노믹스(084650)가 올해 미국 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CLIA lab·이하 클리아랩) 인수 효과로 매출 1000억원대를 회복할지 주목된다.

랩지노믹스는 올해부터 클리아랩 인수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현지 클리아랩의 체외진단(IVD) 제품을 자체 개발 진단검사(LDT) 제품으로 전환하면서 이익률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코로나 이후’ 대비책으로 美 클리아랩 인수

20일 헬스케어업계에 따르면 미국 진단 시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이 필요한 IVD와 클리아랩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LDT로 양분된다. LDT는 FDA 승인 없이 환자 대상 진단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랩지노믹스의 최대주주인 루하프라이빗에쿼티(이하 루하PE)는 LDT를 통해 미국 진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미국 클리아랩 인수를 타진해왔다.

랩지노믹스는 1000억원 이상 투자해 다수의 클리아랩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8월 미국 클리아랩인 큐디엑스(QDx)를 768억원에 인수했다. 큐디엑스는 뉴저지주에 본사를 둔 클리아랩으로 미국 100위권에 드는 업체로 알려졌다.

클리아랩 인수를 통해 랩지노믹스가 기대한 효과는 실적 개선과 미국 진출 가속화 등 둘로 나눠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적이 상승했던 만큼, 엔데믹 이후에도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클리아랩 인수를 결심한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랩지노믹스는 코로나19 팬데믹에 힘입어 2019년 33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2020년 1195억원, 2021년 2024억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1억원→549억원→1045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는 엔데믹으로 인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448억원, 662억원으로 전년 대비 28.5%, 36.7% 감소하며 꺾였다. 랩지노믹스의 최우선 과제는 엔데믹에도 실적 감소 폭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랩지노믹스는 지난해 현지 클리아랩의 지분 100%를 인수함으로써 해당 클리아랩의 실적을 연결재무제표에 고스란히 반영시켜 추가 매출을 일으키려고 했다. 랩지노믹스가 자회사로 편입시킨 큐디엑스의 인수 전 매출은 2020년 501억원→2021년 778억원→2022년 665억원이었다. 인수 시점이 지난해 8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약 200억원대의 매출이 추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큐디엑스의 매출 기여도는 아직 세부 결산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확실히 알 수는 없다.

일단 지난 13일 공시된 잠정 실적 공시에 따르면 랩지노믹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734억원으로 전년 대비 49.3%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2억원으로 전년 662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고, 순손실도 50억원으로 전년 479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이는 2023년 컨센서스 매출 765억원, 영업이익 35억원에 비해서도 낮은 실적이다.

엔데믹으로 인한 매출 감소는 예견된 일이었지만 클리아랩 인수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는 예상보다 부진했다. 또한 큐디엑스 인수로 인한 일회적 비경상적 비용이 발생한 것이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지난해 기준으로만 보면 미국 클리아랩 인수로 인한 매출 상승 효과는 미미했고, 비용 증가로 인해 오히려 이익까지 훼손된 셈이다.

올해도 클리아랩 인수…LDT 전환 통해 수익성도 ↑

그럼에도 랩지노믹스는 클리아랩 인수 전략을 고수할 계획이다. 지난해 랩지노믹스는 올해 상반기 내 1곳 이상의 클리아랩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올해 추가 인수 계획은 변함 없다”며 “다양한 랩을 검토 중이며, 확정 시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랩지노믹스가 쥐고 있는 패는 ‘LDT 전환 계획’이다. 큐디엑스의 IVD 제품을 LDT 제품으로 전환함으로써 원가를 낮추고 운영을 효율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익률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랩지노믹스의 LDT 전환 계획 (자료=랩지노믹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큐디엑스의 성매개 감염질환(STI) 진단의 대부분은 IVD 및 완전 자동화 장비를 사용해 비용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이를 개선하고자 PCR LDT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IVD를 LDT로 전환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랩지노믹스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산전 기형아 검사, 유전자증폭(PCR) 서비스 등의 LDT 전환을 진행 중이다. 현지 클리아랩 큐디엑스에 없는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미국 사업에서 신규 매출이 생길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LDT 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하면 클리아랩 인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소 우려되는 지점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LDT 감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FDA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규제안이 연내 확정되면 LDT는 다른 검사와 동일한 규제 방식을 따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IVD를 LDT로 전환하는 게 큰 의미 없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회사 측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해당 규제안은 글로벌 빅파마와 클리아랩의 양측 이권 충돌로 인해 오래 전부터 미국에서 논의돼 오던 사안으로, 입법 과정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쉽게 통과될 수 있는 이슈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랩지노믹스 또한 중장기적으론 클리아랩 인수를 통해 LDT 형식으로 빠르게 미국 시장에 침투해 레퍼런스를 쌓은 뒤 IVD 등의 트랙으로 보다 광범위하게 제품 판매에 나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몇 년 뒤 LDT 규제가 생긴다면 오히려 랩지노믹스 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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