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K바이오 M&A]②사모펀드가 미용의료기기,치과업체 품에 안는 까닭

  • 등록 2024-05-09 오전 10:00:14

    수정 2024-05-14 오전 6:35:40

이 기사는 2024년5월7일 8시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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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앞다퉈 국내 의료기기업체 인수에 나서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2조2779억원), 메디트(2조4200억원), 루트로닉(085370)(9689억원) 등에 이어 올해 지오영(1조9500억원) 인수를 성사시켰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는 기업을 인수해 성장을 위한 자본을 제공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효율화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투자자다. 올해에도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를 기반으로 투자를 지속하며 국내 M&A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에서도 유독 바이오·헬스케어 업체의 M&A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회계법인 삼일PwC가 지난 2월 발간한 ‘2024 M&A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분야는 전체 7개 섹터 가운데 지난해 거래금액 기준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해당 분야의 거래금액은 18조4000억원으로 전체 M&A 시장의 23%를 차지했다. 올해에도 1분기까진 조단위 빅딜이 없다가 이달 들어 MBK파트너스가 지오영을 1조95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다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호주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은 내달까지 제뉴원사이언스를 620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K미용의료기기·덴탈, 사모펀드들의 관심 폭발

사모펀드의 관심은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미용의료기기와 치과사업에 쏠려있다. 두 사업은 국내 헬스케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해외 진출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는 단계라는 공통점이 있다.

치과사업의 경우 오스템임플란트, 메디트, 디오 등이 사모펀드에 넘어갔다. 오스템임플란트, 메디트의 경우 조단위 인수가를 기록했다. 치과사업만큼은 국내 업체들이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임플란트 시장의 경우 국산 제품이 약 96%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의료기기의 경우 외산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매출이 2021년 8246억원→2022년 1조535억원→2023년 1조2083억원으로 늘었다.

미용의료기기의 경우 클래시스(214150), 루트로닉 등이 사모펀드의 품에 안겼으며, 최근에는 제이시스메디칼(287410), 파마리서치(214450)의 매각설이 돌고 있다. 제이시스메디칼의 경우 글로벌 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이 인수를 검토 중이다. 칼라일은 지난해 추진했던 루트로닉 인수가 불발됐던 만큼, 이번엔 인수 의지가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이시스메디칼의 M&A 계약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여전히 피부미용 시술 산업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국내 미용의료기기 사업의 매력으로 △미용시술에 대한 글로벌 수요의 꾸준한 증가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높은 수준의 가격 유지 가능 △시장 상회하는 성장 등을 꼽았다. 또 사모펀드 입장에선 기업가치 개선 가능성과 여력과 부담없는 자금 상황이 겹치면서 국내 미용의료기기 업체에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다는 게 신 연구원의 판단이다.

‘사모펀드 픽’ 되려면 국내 1인자 돼야

헬스케어 분야에 비해 제약·바이오 분야는 국내외 사모펀드의 눈길이 비교적 못 미치던 분야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선택이 이어졌다. 오랜 기간 막대한 자금 투자가 필요한 신약개발사들보다는 탄탄한 캐시카우를 갖춘 업체들이 사모펀드의 눈독에 들었다.

지오영은 국내 1위 의약품 유통업체로 국내 시장점유율이 약 11%로 추산된다. 지오영은 최근 10년간 총 10건 이상의 M&A를 통해 덩치를 키워왔으며, 국내 물류센터 50곳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지오영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4조4386억원으로 2년 연속 4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개별재무제표 기준 매출도 3조63억원에 달했다.

합성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제뉴원사이언스는 국내 CDMO 1위 업체로 꼽히는 업체다. 국내 제약사 300곳 중 80%가 제뉴원사이언스의 고객일 정도다. 제뉴원사이언스는 IMM PE가 2020년 11월 한국콜마(161890) 제약사업부와 자회사 콜마파마를 인수한 뒤 5124억원을 투자해 설립됐다. 제뉴원사이언스의 매출은 지난 2020년 3000억원에서 2022년 348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400억원대에서 558억원으로 늘었다.

신약개발 바이오·기타 의료기기, 외면 받는 이유는

반면 신약개발사가 중심인 바이오 분야나 미용의료기기와 치과 업종을 제외한 국내 의료기기 분야는 사모펀드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안정적인 캐시카우와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모펀드에 인수되긴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중론이다.

특히 바이오업계는 2년 여간 투자 혹한기를 겪으면서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가총액 등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오히려 인수 매력도가 늘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전에 비해 바이오텍의 최대주주들의 회사 매각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도 M&A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신약개발사의 인수에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나서기 시작한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지난 1월 오리온(271560)리가켐바이오(141080)(구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하고, 지난달에는 중견 제약사인 동구바이오제약(006620)이 신약개발사 큐리언트(115180)에 10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미용의료기기와 치과 업종을 제외한 국내 의료기기 분야는 아직도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서도 해당 분야를 제외한 매출의 73%는 외국계 의료기기업체들이 벌어들이고 있다. 한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미용의료기기나 임플란트업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의료기기 시장은 글로벌 업체가 꽉 잡고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국내에선 아직 연매출 100억원 미만인 업체가 대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이 태웅(044490)메디칼, 이오플로우(294090) 등 국내 의료기기업체 인수에 나섰다가 철회한 점도 뼈아픈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둘 다 계약 조건 위반이라는 이유로 인수가 철회된 것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며 “국내 의료기기업계 전반의 투명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모를 키워 글로벌 경험을 더 쌓을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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