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의 생물보안법의 영향으로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인도의 입지가 2028년경 중국을 넘어 세계 2위권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인도 선파마, 닥터레디스, 바이오콘 등 현지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도 자회사를 통해 CDMO 시장 공략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국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 관계사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등의 인도 내 CDMO 시장 침투가 갈수록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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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합성의약품 및 바이오의약품 등을 모두 포함하는 세계 CDMO 시장을 이끄는 곳은 미국이며, 그 규모가 2023년 기준 542억 1000만 달러(한화 약 72조 3900억원)에 이른다. 중국(271억 2000만달러)과 인도(196억 3000만 달러)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미국 의회가 선정한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이 올해 안에 통과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그 여파로 중국 기업이 생산한 약물의 미국 공급길이 막힐 전망이다. 그 결과 오는 2029년에는 인도의 CDMO 산업 규모가 446억 3000만달러(한화 약 59조6000억원)로 성장해 중국(429억 4000만달러)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규모 면에서 인도와 중국, 두 거대 시장의 순위가 역전되는 것이다.
이런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인도 내 현지 CDMO 기업은 100여 곳이다. 주요 기업 대부분은 인도 현지 대형 제약사가 CDMO를 위해 세운 자회사로 사업 초기부터 상당한 규모의 시설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인도에 본거지를 둔 다국적 제약바이오 기업인 바이오콘은 자회사 ‘신젠’을 세웠다. 이 회사는 현지 CDMO 기업인 스텔리스 바이오파마로부터 인수한 백신제조시설을 항체 생산 공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8600만 달러(한화 1100억원)를 투자, 최대 2만ℓ 규모의 생산용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CDMO 업계 한 관계자는 “인도의 대형 제약기업이 CDMO 관련 공장을 인수하거나 신규 건설에 나섰지만, 아직은 그 규모나 생산용량 등이 위협적이진 않다”며 “다만 이들은 우선 현지 CDMO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선 인도 내 CDMO 규모가 커지는 만큼 그 수요를 충당하면서 더 많은 투자로 해외 진출을 차순위로 노리게 될 것이다. 특히 궁극적으로 바이오의약품 CDMO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려 할 것”이라며 “2030년을 전후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을 두고 인도 기반 기업과 K-CDMO 기업이 경쟁하는 상황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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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CDMO 시장 진출 가능성이 있는 국내 대표 CDMO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7년 합성의약품 분야 세계 4위권 기업인 선 파마가 개발한 건선치료제 ‘일루미야’(성분명 틸드라키주맙)를 장기 위탁생산(CMO)하는 계약을 체결한 다음, 그 외 추가적인 인도 관련 수주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일루미야는 지난 2018년 미국에서 승인된 바 있다.
또 프레스티지바이로직스는 지난해 9월 닥터레디스 자회사 오리진과 글로벌 CDMO 사업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닥터레디스는 미국과 EU, 일본에서 매출 4조원을 올리는 기업이다. 당시 회사는 해당 협약이 15년간 지속되며, “여러 논의를 추가로 진행해 대규모 수주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약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양사 간에 수주 체결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인도 현지 대형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대대적 투자로 CDMO의 질이 세계적 수준으로 빠르게 올라서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연합(EU) 대비 35~40% 저렴한 생산 비용이 이점으로 작용하면 인도 내 CDMO 기업이 자국 시장 공급 부문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란 다는 평가다.
또다른 CDMO 업계 관계자는 “선파마나 닥터레디스 등 인도의 대형 제약사가 CDMO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이 결국 인도 내 CDMO 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는데, 자체 보유한 약물의 생산물량부터 해외 기업에게 맡기는 것을 최소화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실상 인도 내 CDMO 시장에서 현지 기업의 위상이 커질 것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EU나 미국 등 기존 지역에서 CDMO 수요를 따내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