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글로벌 언론사들이 속속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차리고 있다. 신문·방송 광고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고, 유망 산업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전략이다. 특히 방송사들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유튜브, 숏폼 등으로 빠져나가는 젊은 시청자층을 붙잡기 위한 수단으로 신기술에 과감히 투자하고자 CVC를 차리는 경우도 적잖다. 국내에서는 아직 두드러지는 움직임은 없는 편이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사가 나날이 척박해지는 환경에 신규 먹거리를 물색하고 있어, CVC를 차리는 글로벌 언론사들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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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벤처스는 젊은 시청자층을 사로잡기 위해 이 같은 투자를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BBC 벤처스의 투자로 BBC는 뉴 뮤직 포탈이라는 가상 공연 공간에서 콘덴스의 기술을 활용해 청중이 전문 가상현실(VR) 장비 없이 노트북이나 모바일 환경에서 라이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글로벌 언론사들이 최근 CVC를 설립하고 신기술에 투자해 젊은 시청자층을 사로잡을 기술을 도입하거나,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외에도 채널4 텔레비전은 CVC 채널 4 벤처스 설립한 바 있다. 시드부터 프리 IPO 단계의 다양한 소비자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고, 이를 모회사인 채널 4에 재투자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최근에는 초기 창업자가 이끄는 고성장 비즈니스를 발굴해 투자하는 언탭트를 출시했다.
영국 언론사들이 CVC 차리는 이유는 유럽에서 CVC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져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유럽에서 스타트업 투자 5건 중 1건이 CVC로부터 이뤄졌다. 투자 규모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에만 유럽 CVC들의 투자건수는 771건으로 총 123억1000만유로(18조 2940억원)를 투자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언론사들이 CVC를 차리는 움직임이 두드러지지 않는 추세다. 그러나 최근 한 언론사가 액셀러레이터(AC)를 설립해 국내 AC와 손을 잡고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한 바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본격적으로 CVC를 설립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이미 언론사들이 사업 다각화나 수익성 강화를 위해 가상자산이나 신사업에 관심갖고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우리나라보다 규제 문턱이 낮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양한 언론사들이 인수·합병(M&A)과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에 CVC를 차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