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없는 새우싸움’으로 인수전이 흐르면서 HMM 인수를 위해 치러야 할 5조~8조원 규모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각자의 곳간 사정을 감안하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와의 의기투합 형태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매각 성공도 중요하지만, FI 비중이 높은 인수 구조에 대한 우려 또한 여전해 인수전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
2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달 20일 HMM 매각 공고를 내고 매각 절차를 개시했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HMM 지분을 각각 20.69%, 19.96% 보유한 최대 주주다. 두 기관은 매각 절차 개시를 계기로 보유한 2조7000억원 가량의 영구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영구채 중 1조원 가량을 오는 10월 주식으로 전환·매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HMM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은 2016년 이후 7년여만이다. 과거 현대상선이었던 HMM은 2013년 말 유동성 위기로 6조80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고 산업은행 관리를 받아왔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단연 매각가다. 업계에서는 지분 규모와 시가 총액을 고려했을 때 약 5조원 안팎에 경영권 매각 협상이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10월 이뤄질 CB와 BW 주식 전환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몸값은 더 커질 가능성이 유력하다.
예비입찰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매자 다수가 인수 의사를 내비친다는 것은 매각 측으로선 반길 일이다. 후보자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는 점은 더할 나위 없는 흥행 요소가 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자체 자금으로 인수할 수 있는 메머드급 원매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매각 측으로선 고민을 더하는 요소다.
|
현재까지 인수 의사를 드러낸 원매자들은 냉정하게 말해 최소 5조~8조원의 매각가를 소화할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결국 새 주인에 오르더라도 인수 자금을 메워줄 재무적투자자(FI)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부 원매자들의 경우 특정 PEF 운용사와 의기투합할 것이라는 관측도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전체 인수 자금 가운데 FI 비중이 커질 경우는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전면에 시너지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해당 기업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구조적으로 FI 비중이 높아지면 산은·한국해양진흥공사에서 FI로 손바뀜이 이뤄지는 ‘세컨더리(운용사간 거래로 이미 투자한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투자수법) 거래’로 비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FI가 참여할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최대 해운사 매각에 해외 자본이 개입했다는 우려의 시선을 이겨내야 한다. HMM 인수전에 높은 비율로 FI가 참여하는 것이 여러모로 우려를 자아내는 이유다.
결국 매각가 상당 부분을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원매자 등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구도가 굳어지며 중견사 간 경쟁으로 치러질 경우 어떤 방향으로 HMM 인수전이 흐를지도 변수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해외 원매자 참여도 제한적이다 보니 글로벌 FI 비중이 큰 인수 구조도 생각해볼 문제”라며 “결국 인수 자금을 주도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원매자가 나오느냐가 인수전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