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소더비·크리스티·필립스. 세계 3대 경매 회사 중 ‘소더비’에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UAE 국부펀드인 아부다비국영지주회사(ADQ)가 소더비 소수지분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이로써 UAE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다각화 정책이 예술품·럭셔리 분야로까지 확장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ADQ뿐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 백화점, 호텔·리조트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려는 국부펀드들의 움직임이 상당해 남은 하반기에는 어떤 기업이 투자를 받게 될지 업계 시선이 쏠린다.
| 세계 3대 경매 회사 중 하나인 소더비가 프랑스 파리 중심부로 본사를 이전한다. 소더비가 공개한 본사 조감도. (사진=소더비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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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ADQ가 소더비에 10억달러(약 1조 3711억원)를 투자해 소수지분을 취득할 예정이다. 이로써 ADQ는 예술품·럭셔리 분야로 투자처를 더욱 확장하게 됐다. ADQ는 이번 투자가 아부다비의 경제 다각화 정책에 이바지하는 전략에 기반을 둬 이뤄졌다고 밝혔다.
ADQ는 UAE 정부의 경제 다각화 정책에 맞춰 이제껏 에그테크, 에너지,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에 투자해왔다. 이번 투자를 이끈 하마드 알 하마디 ADQ 부그룹 대표 역시 본래는 에너지·유틸리티, 의료·디지털 헬스케어 등을 담당한다. 하마드 알 하마디 대표는 “ADQ는 아부다비의 가치를 높이는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물색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향후 예술품·럭셔리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섹터로의 투자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부펀드의 예술품·럭셔리 시장에 대한 관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컨대 카타르투자청(QIA) 역시 지난해 지분 인수를 위해 소더비와 협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내 논의가 중단돼 투자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카타르는 10년 전에도 중동의 문화 중심지가 되고자 또 다른 세계 3대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자국을 ‘중동의 미래 럭셔리 수도’로 부상시키려는 야심을 지녔다. 호주의 서밋 커뮤니케이션 그룹에 따르면 사우디 럭셔리 시장은 연평균 11.6%씩 성장해 오는 2028년 158억달러(약 21조 669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1인당 소득의 증가 △라이프스타일의 개선 △정부의 경제 다각화 전략으로 럭셔리 지출이 현저히 증가한 영향 덕이다.
중동 럭셔리 산업의 중심지가 되기 위한 초석은 사우디 국부펀드 PIF를 통해 닦고 있다. 일례로 PIF는 지난해 영국 대표 백화점 브랜드 셀프리지스를 40억파운드(약 6조 9707억원)에 인수해 글로벌 럭셔리 시장으로 본격 진출했다. 몇 개월 뒤에는 유럽 고급 호텔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자, 이탈리아 고급 호텔·리조트 관리 회사 로코 포르테 호텔의 지분 49%도 약 15억유로(약 2조 2456억원)에 인수했다.
이외에도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지중해의 고급 리조트 운영업체 사니·이코스 그룹의 지분을 2022년에 인수했다. GIC는 지분 인수 당시 사니·이코스 그룹이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 전체 관광 부문으로 확장해 회복성 있는 수익을 창출하리라 판단해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동남아나 중동 등 신흥시장에서 소득이 증가해 해당 지역의 예술품·럭셔리 시장 성장세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동의 경우 국부펀드들이 인프라 투자에 관심 많은 만큼 지금처럼 호텔·리조트나 백화점 체인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