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HLB는 지난해 말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이후 처음 물적분할에 성공한 바이오 기업이 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상장기업의 이사회가 물적분할을 결의하는 경우,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HLB는 물적분할 발표 후 오히려 주가가 급등했다. 회사가 분할을 반대하는 주주로부터 주식을 매수할 때 적용되는 가격은 3만236원이었다. 하지만 물적분할 결정이 공시된 지난달 20일 HLB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 3만7600원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 물적분할 발표를 호재로 받아들였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매수청구권 금액이 현재 주가 보다 현저히 낮아 청구권을 행사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물적분할 이슈에 주가가 반응한 이유로는 핵심 사업인 바이오에 역량을 집중할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HLB의 바이오 기업 전환으로 관련 펀드 유입에 따른 추가 매수세, 적자 사업부 정리 후 새 M&A 가능성, 신약 허가신청 관련 모멘텀 등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회사가 그 동안 주주들에게 분할 이슈를 간접적으로 알려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HLB는 1년여 전부터 주주들에게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메시지를 알려왔다는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주주들은 분할이 활성화 된 시점에선 오히려 집중할 분야에 더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선박 사업을 담당하는 HLB ENG는 장기간 정체늪에 빠진 상태다. 최근 3년 새 매출은 57% 줄었다. 2020년 4232억원에서 2021년 2577억원으로 약 40% 줄었고, 지난해는 179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적자도 이어지고 있다. HLB ENG 영업손실은 2020년 18억원, 2021년 66억원, 지난해 36억원에 달했다. HLB ENG가 생산하는 구명정은 해상 조난 시 선박을 버리고 탈출할 때 이용하는 자항능력을 갖춘 보트다. 대형 선박에 대한 구명정 장착 의무화로 한 때 호황을 누렸지만,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밀려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HLB는 바이오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의료기기 기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약 허가신청 모멘텀과 관련해서는 다음 달 중순 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리보세라닙을 간암 1차 치료제로 신약허가신청(NDA)을 할 예정이다. NDA 제출과 동시에 생산 및 상업화 준비에 착수해 허가 후 바로 판매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HLB 측은 “지난해 12월 거래소 업종 변경에 이어 이번 물적분할까지 성공하며 주주들의 오랜 바람이던 ‘완전한 바이오기업’으로 새롭게 거듭났다”며 “간암 신약개발은 물론 후속 파이프라인에서도 연이어 성과를 내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해 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HLB는 다음달 19일 분할기일을 거쳐 선박사업부인 HLB ENG 분할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HLB는 완전한 바이오 기업으로 전환되고 HLB ENG는 비상장법인으로 HLB의 100% 자회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