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빅딜보단 알짜로 수익”…미드캡 펀드에 돈 쏟는 글로벌 큰손

1Q, 美 미드캡 바이아웃 펀드에 64조 쏠려
중소기업 경영권 인수해 가치 올리는 미드캡
'저평가 자산에 가치 부여하기 수월' 평가
시장 변동성에 '대박'보단 '안전성'에 초점
  • 등록 2023-06-20 오전 3:13:38

    수정 2023-06-19 오후 3:13:29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미드캡 바이아웃(중소기업 경영권 인수)에 대한 글로벌 기관출자자(LP)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대박’보다는 ‘안전한 수익’을 선호하는 양상이 뚜렷해지면서다. 이에 관련 펀드를 전문적으로 운용해오며 신규 펀드 조성에 나선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경기 불확실성으로 LP들이 보수적인 출자 기조를 가져가는 와중 이들에게는 그나마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3월 31일까지) 미국에서 미드캡 바이아웃 펀드를 운용하는 PE들은 글로벌 LP로부터 총 499억달러(약 63조8720억원)를 출자 받았다. 이는 같은 시기 전반적인 미국 바이아웃 펀드에 쏠린 LP 자금의 88%에 해당하는 규모로, 지난해 동기(45.5%)에 비해 비중이 크게 늘었다.

미드캡 바이아웃에 대한 LP들의 관심은 지난 2010년부터 점진적으로 증가해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미국의 미드캡 바이아웃 펀드에 쏠린 LP 출자금(연간 규모)은 273억달러(약 35조원)에서 시작해 지난 2019년 1560억달러(199조7112억원)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2년까지 꾸준히 연간 1300억달러를 맴돌았다.

피치북은 세계 LP들이 미드캡 바이아웃 펀드에 특히 관심을 갖는 이유로 ‘저평가된 자산을 찾아 가치를 부여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중소기업의 경우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자금 조달 옵션이 많지 않아 PE들이 매력적인 밸류로 인수해 가치를 끌어 올리기 수월하다는 것이다. 특히 메가 딜과 비교할 때 인수 자금 규모가 적어 자금 조달 우려도 크지 않은데다, 단독으로 딜을 집행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해 딜 구조 또한 단순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주요 LP들이 미드캡 바이아웃 펀드 출자를 선호하는 덕에 글로벌 PE들의 관련 펀드 결성 속도 및 규모도 빛을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9년 공차를 인수한 미국 TA어소시에이츠는 최근 165억달러(약 21조 1629억원)를 조달하며 미드캡 바이아웃 펀드(TA 15호)를 성공적으로 결성했다. 이는 지난 2021년 마감된 TA 14호 펀드의 결성액(125억달러)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이번 펀드의 주요 LP로는 워싱턴주 투자위원회와 매사추세츠 연기금 위원회, 알래스카 영구 기금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영국의 인베스틴더스트리얼도 최근 11억유로(약 1조5380억원) 규모의 미드캡 바이아웃 펀드(인베스틴더스트리얼 그로쓰 3호) 결성을 완료했다. 이는 회사의 목표치(10억유로)을 웃도는 규모다. 회사 측은 이번 펀드로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스위스 등 유럽 기반의 중견기업에 투자하며 기존 투자 프트폴리오에 가치를 더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LP들의 이러한 출자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미국에선 미드캡 바이아웃 펀드에 대한 LP 출자 규모가 전년 대비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며 “예상치 못한 금리 하락과 주식시장 회복으로 메가 바이아웃 펀드가 힘을 받지 않는 이상은 이에 대한 LP 관심은 여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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