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산업군의 인수·합병(M&A)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매물의 기업가치(밸류)를 두고 자본시장 관계자들 간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원매자들은 그들이 정한 ‘적정 밸류(value)’에 맞춰 기업을 인수하려는 모양새이지만, 매각 측은 매각가에 ‘매물을 일궈내기까지의 노고’와 ‘비전’을 얹어 제시하고 있다. 쉽게 말해 ‘잘 키운 자식’을 두고 ‘더 잘 키울 자’와 ‘손끝에서 떠나보내면 끝인 자’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셈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현 상황에서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이러한 줄다리기가 M&A 거래 불발로 이어지고 있어 업계 우려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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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을 대변하듯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밸류에 대한 이견으로 성사되지 못한 딜은 수두룩하다. 우선 가장 최근의 예제로는 글로벌 2위 산화방지제 제조기업인 송원산업의 매각 철회가 꼽힌다. 회사는 지난해 6월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대주주 일가 보유 지분 35.65%에 대한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다. 비전과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원매자들은 예비 입찰에 우르르 참여했지만, 매각 측과 매각가 및 조건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실제 송원산업 측이 제시한 희망 매각가는 약 약 3000옥~4000억원 수준이었고, 원매자들은 2000억원대 중후반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송원산업의 시가총액이 4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매각 측이 시가 대비 10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한 셈이다.
시장에서 주목받는 업종 및 기업이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 수개월째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 대구백화점은 원매자 측과의 몸값에 대한 견해 차이로 딜을 좀처럼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IB 업계에선 백화점 사업보다는 백화점 부지의 매력도가 훨씬 큰 만큼, 유력 원매자들의 실사 직후 인수 주체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경영권 프리미엄 문제를 두고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경기 침체 여파가 여전한 만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이 클수록 밸류 온도차 역시 크기 마련”이라며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황이 어려울수록 원매자들은 매물로 나온 기업이 시장 침체를 딛고 일어나 (매각 측이) 제시한 밸류 이상의 기업가치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며 “때문에 매도자 입장에선 설령 머리에서 팔 수 있더라도 시장을 고려해 어깨 수준으로 파는 것이 상황상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