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통합 대한항공’ 출범 전제조건…아시아나 화물매각 속도 낼까

EC, 이달 화물매각 전제 조건부승인 전망
제주항공·이스타 등 LCC 4곳 후보 거론
기업정상화 자금 부담…원매자 찾기 난항
  • 등록 2024-02-02 오전 5:38:52

    수정 2024-02-02 오전 5:38:52

이 기사는 2024년02월01일 17시38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통합 대한항공’ 출범이 속도를 내면서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 승인 결정을 내린 가운데 유럽연합(EU)이 화물사업부 매각을 조건으로 승인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최대주주로 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지분 가치에 정상화 비용까지 조(兆) 단위가 거론되고 있어 몸값 부담이 상당할 전망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유럽 경쟁당국(EC)은 오는 2월 14일 전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잠정 결론 내린다. 유럽은 ‘조건부 승인’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과 유럽 4개 도시 노선의 슬롯(공항을 이착륙할 권리) 매각을 전제로 한 승인이다. 전날 일본 경쟁당국(JFTC)도 양 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이제 남은 국가는 사실상 미국 1곳으로 압축됐다.

아시아나항공 A321NEO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은 유럽의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양 사 합병 시 한국과 유럽 내 항공화물 업계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문제가 됐던 유럽 4개 도시 노선은 티웨이항공이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사업부 인수 후보만 구한다면 유럽의 조건부 승인 전제 조건은 채우게 되는 셈이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몸값은 5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으로 항공화물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대한항공에 이어 국내 2위 화물사업부라는 점에서 기업가치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인수 후 부채 상환 등 기업 정상화를 위한 자금을 고려하면 최대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출연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화물사업부 인수 후보로는 사모펀드가 보유 중인 LCC가 꼽힌다. 현재 이스타항공(VIG파트너스), 에어프레미아(JC파트너스), 에어인천(소시어스) 등이 사모펀드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VIG파트너스가 1조5000억원 규모 블라인드펀드를 보유 중이어서 자금 여력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어프레미아 역시 지난해 화물시장 진출을 알리며 인수 참여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도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애경그룹을 최대주주로 둔 제주항공은 든든한 뒷배를 통해 자금 집행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주사 AK홀딩스는 코로나19로 제주항공이 어려움을 겪을 당시 3번에 걸친 유상증자로 2669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현금자산이 3543억원 수준으로 자체 보유 자금도 적지 않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구주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엔 부담이 크다. 작년 3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총계는 12조65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100%에 달한다. 사업 비중을 고려했을 때 화물사업부의 부채는 약 1조원대로 추산된다. 구조조정 기업을 인수하는 원매자들 입장에선 별도의 기업 정상화 자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부담 탓에 전략적투자자(SI)와 함께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앞서 2019년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 인수 후보로 꼽힌 한화, SK 등의 대기업군도 후보로 점쳐진다. 한화그룹의 경우 최근 방산사업을 강화하면서 항공·우주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만큼 항공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를 집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화물 운임 하락을 감안해도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한 사업부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매년 1조3000억~1조5000억원을 냈고,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1조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며 “부채 등을 고려해도 인수 욕심을 낼 만한 곳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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