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달러화 움직임…위안화 대안으로
4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의회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최근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아시아통화기금 설립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안와르 총리는 시 주석 또한 이 제안에 대한 논의를 환영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31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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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 달러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중국이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과 브라질이 양국 수출입 결제와 금융 거래에 달러 대신 자국 통화인 위안화와 헤알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브라질 업체들은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대신 중국에서 만든 ‘국경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을 이용할 예정이다. CIPS는 위안화 중심의 거래 시스템으로, 지난해 이용 금액이 96조7000억위안(약 1경 8400조원)에 이른다. 중국은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으로, 지난해 교역액은 1505억달러(약 197조원)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로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시 주석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정상회담 이후 “양자 무역, 투자, 신용 및 기타 경제 및 무역 활동에서 현지 통화 사용 확대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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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난달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아랍에미리트산 액화천연가스(LNG) 6만5000t을 프랑스 토탈에너지를 통해 수입하면서 위안화로 거래했다. 통상 달러로 거래되는 LNG가 위안화로 결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너지 시장에선 관행적으로 달러로 거래가 이뤄지는데 위안화가 이 ‘페트로 달러’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것이다.
외환보유고 달러 60%·위안 3%…‘압도적’
위안화의 부상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하는 ‘달러 패권’에 대한 불만 누적,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인식 확대 등에서 비롯된다. 원자재 거래를 비롯해 대부분 모든 국제 거래가 달러를 기준으로 이뤄져 신흥국은 달러화 환율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를 운영하는 전설적인 투자자 레이 달리오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지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등은 일찌감치 달러 패권의 붕괴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같은 금융 불안이 더해지고 있고,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베네스엘라처럼 미국이 SWIFT에서 배제해 특정 국가 자산을 동결하는 등 정치적 수단으로 달러를 사용하면서 여타 국가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위안화를 대안으로 내밀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등을 통해 신흥국에 대한 구제금융을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 윌리엄앤드메리 대학교 내 연구소인 ‘에이드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2000~2021년 부채에 허덕이는 22개국에 128차례에 걸쳐 긴급 자금 2400억달러(약 315조원)를 제공했다. 이들 대부분 위안화를 기준 통화로 대출이 시행됐다.
그럼에도 위안화가 달러화를 뛰어넘기에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달러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58.36%, 위안화는 2.69%를 차지했다. 2019년 1분기 기준 달러화가 62%, 위안화가 2%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달러화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위안화가 확대됐으나, 여전히 달러화가 압도적이다. 자본 시장의 규모나 유동성을 고려할 때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가 없는 데다 위안화는 중국 정부가 환율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신뢰도나 투명성에서 기축통화나 준비통화로서 단점이 분명하다.
로이터통신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안전하고 유동적인 대체통화를 찾거나 세계 대전과 같은 격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달러는 왕좌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