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기관자금 160조 쏠렸다[마켓인]

7월 말까지 글로벌 PDF에 기관자금 160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기관 자금 10% 증가
글로벌 PE발 대형 펀드 출자 쏠림 현상
"북미와 유럽 따라 우리나라서도 기지개"
  • 등록 2023-08-08 오전 3:56:05

    수정 2023-08-08 오전 5:01:22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사모대출(Private Debt)은 당분간 글로벌 사모펀드 트렌드 속 큰 축을 담당할 겁니다.”

최근 만난 한 국내 사모펀드(PEF)운용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사모대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모대출이란 운용사가 사모로 자금을 모아 은행처럼 기업에 대출하거나 사모 회사채, 구조화 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을 일컫는다. 기업의 지분을 통째로 인수하는 바이아웃(Buy Out)과는 대비된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신규 대출이 위축되자 기관투자자들이 사모대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메자닌(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하는 것)과 직접대출 용도의 펀드를 조성하는 글로벌 운용사들의 머릿수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경기 둔화 속 이익을 내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투자 전략을 세워 관련 펀드를 속속 결성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지난 7월 28일까지 글로벌 사모대출펀드에 쏠린 자금. 매년 1월 1일부터 7월 28일까지 집계치(사진=피치북 갈무리)
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7월 28일까지 글로벌 사모대출펀드에 쏠린 기관 자금은 총 1220억달러(약 159조4174억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0% 증가한 수준이다.

펀드 결성 수는 지난해 112건에서 올해 81건으로 대폭 줄었다. 피치북은 “확실한 수익을 추구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메자닌과 스페셜시츄에이션(SS) 전략을 취하는 업계 빅 플레이어들에게 자금을 쏟고 있다”며 “실제 상위 20개의 대형 펀드가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한 자금은 873억달러(약 113조7868억원)로, 총액의 72%를 구성한다”고 전했다.

가장 두드러지게 활동한 글로벌 플레이어는 HPS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와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크레센트캐피털그룹으로 꼽힌다. 우선 HPS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메자닌과 직접대출 등 두 개 펀드를 결성했다. 지난 4월 120억달러(약 15조6000억원) 규모의 ‘HPS 스트래티직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5호’(메자닌)를, 또 그로부터 두 달 후인 6월에는 73억달러(약 9조5000억원) 규모의 ‘HPS 코어 시니어 렌딩 펀드 2호’(직접대출)를 결성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도 발 빨리 실탄을 마련했다. 회사는 지난 1월 117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메자닌 펀드 ‘웨스트 트리트 메자닌 파트너스 8호’를 결성했다. 이 밖에 크레센트 캐피털 그룹은 80억달러(약 10조4000억원) 규모의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 ‘크레센트 크레딧 솔루션 8호’를, 퍼미라 크레딧은 45억달러(약 5조8527억원) 규모의 직접대출 펀드 ‘퍼미라 크레딧 솔루션 5호’를 결성했다.

투자사들이 이같이 메자닌과 직접대출 용도의 펀드를 속속 결성하는 배경에는 고금리 시장 환경과 은행의 대출 규제 강화, 그리고 이에 따른 기관투자자들의 다양한 투자 전략 추구 등이 꼽힌다. 시장 변동성과 리스크가 여전하다 보니 중위험·중수익 기반의 사모대출 시장의 매력도를 특히 크게 본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국내 PE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전통 은행마저 대출에 보수적인 기조를 보이는 것은 사모펀드 업계에 큰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며 “새로운 전략을 기반으로 투자 보폭을 넓히는데 용이한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 역시 경기가 둔화할수록 대체투자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사모대출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도 이와 마찬가지 흐름을 보이고 있어 북미와 유럽을 따라 기지개를 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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