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암 정복 AI 플랫폼 기업 도약 위해 M&A 지속…실탄 마련

  • 등록 2024-03-22 오전 10:00:11

    수정 2024-03-21 오전 9:05:58

이 기사는 2024년3월21일 8시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루닛(328130)이 암을 정복할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루닛은 메자닌 발행한도를 1조원으로 늘리는 등 관련 자금 확보에 나섰다.

루닛 로고 (사진=루닛)
메자닌 한도 1조원으로 증액…M&A 자금 확보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닛은 오는 29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메자닌 발행한도를 총 1조원으로 늘리는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루닛이 상정할 제2-1호 의안은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한도를 각각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하기 위해 정관 일부를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루닛이 오는 29일 개최할 정기주주총회에서 상정할 제2-1호 의안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루닛은 지난해 11월 2000억원대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수혈했다. 그럼에도 이처럼 새로운 자금 수요를 대비한 것은 볼파라(Volpara Health Technologies) 인수를 결정한 것과 무관치 않다. 루닛은 지난해 12월 볼파라를 1억9307만달러(약 2525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볼파라 인수에 쓰이는 자금은 사용 목적이 정해진 유증대금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 자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루닛 측도 이번 메자닌 한도 증액은 볼파라 인수대금으로 활용하고 남는 자금은 추후 M&A를 지속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닛 관계자는 “(CB와 BW의) 발행한도를 늘린다고 해서 해당 자금을 다 사용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케파(CAPA)를 늘려놓은 것”이라며 “M&A를 지속하기 위한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볼파라 인수로 내년 흑자 전환 기대

루닛은 오는 5월 볼파라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 유통채널을 구축,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했다. 또한 100% 자회사 편입을 통한 손익 구조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루닛은 오는 5월 볼파라 인수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사진=볼파라 홈페이지 갈무리)
볼파라 인수를 통한 손익 구조 개선 효과는 올해부터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루닛은 최근 3년간 매출이 2021년 66억원→2022년 139억원→2023년 251억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457억원→507억원→422억원으로 매출 증가에 비해 감소 속도가 빠르진 않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볼파라 인수 효과로 적자 폭이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하반기 볼파라의 EBITDA는 -135만9000NZD(한화 약 -11억원)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하반기 -6100만NZD(-495억원)에 비하면 적자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EBITDA는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이다.

이처럼 EBITDA가 빠르게 개선된 데에는 볼파라의 매출이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63%를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온 덕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볼파라의 매출은 2021년 1970만NZD(약 160억원)→2022년 2610만NZD(약 212억원)→2023년 3500만NZD(약 284억원)로 집계됐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회계연도는 7월1일부터 이듬해 6월30일까지다. 2022년 7월~2023년 6월 매출 3500만NZD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 매출 역시 1983만7000NZD(약 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만큼, 올해에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루닛이 오는 5월 볼파라를 100% 자회사로 흡수하면 볼파라의 실적은 고스란히 루닛의 연결 실적으로 반영된다. 루닛은 내년이면 볼파라와의 통합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통해 루닛도 내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계산이다.

M&A 통해 AI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6월까지 CVC도 설립

더 나아가 루닛은 볼파라 인수를 계기로 기존 AI 솔루션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루닛이 목표로 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이란 진단, 치료, 모니터링 등 암 치료 전 주기에 걸쳐 암 정밀의학을 실현하는 기업을 뜻한다. 궁극적으로는 AI를 통해 암을 정복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게 루닛의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의료 생태계 내 의료인, 환자, 의료기업을 연결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루닛은 환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를 접수했을 때부터 치료를 마칠 때까지 모든 작업 흐름(work flow)을 자동화시키는 초거대 AI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볼파라 인수는 이를 위한 첫 발걸음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M&A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다양한 만큼, 루닛의 M&A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루닛의 M&A는 ‘2033년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이기도 하다. 이 같은 목표치에 도달하는 속도를 높이는 데에 M&A가 동력이 될 수도 있다.

루닛은 M&A에 더욱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올 상반기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설립에 나선다. 루닛은 오는 6월까지 국내에 CVC ‘루닛 CVC’(Lunit CVC)를 설립해 M&A 매물 탐색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루닛이 M&A 매물로 눈여겨 보는 대상은 글로벌 AI·헬스케어 기업으로 공급사슬 내 유사 스타트업도 포함된다. 또한 신기술을 스크리닝해 다양한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루닛은 CVC 운영을 통해 기술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신사업 진출 등 사업의 방향성에 대해 수시로 점검할 계획이다.

루닛 관계자는 “루닛은 의료 AI 플랫폼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신기술·신시장을 탐색하고 기업가치를 창출할 CVC를 설립하고자 한다”며 “CVC 운영이 중장기적인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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